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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2 (목)

수십년 인류 괴롭힌 ‘에이즈’ 예방치료제로 기대↑…접근성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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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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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병’으로 불리며 공포의 대상이었던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을 예방할 수 있는 치료제가 나왔다. 오는 2025년 말부터 감염률이 높은 최빈국에 공급될 전망이다. 관건은 비용 부담을 줄여 접근성을 높이는 데 있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올해 최고의 과학 성과로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가 개발한 에이즈 예방 치료제 ‘레나카파비르’(Lenacapavir)를 선정했다. ‘선렌카’라는 제품명으로 미국, 유럽 등에 출시된 레나카파비르는 바이러스 유전물질을 보호하는 단백질 껍질(캡시드)을 경화시키는 획기적인 기전으로 에이즈 치료에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이언스는 “레나카파비르는 에이즈 고위험군의 감염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다”며 “생물의학의 발전과 함께 전 세계 공중보건을 위협하는 HIV와 에이즈를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1년에 2번 접종해야 하는 레나카파비르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을 100% 예방했으며, 남성에게도 거의 비슷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HIV는 인체의 면역기능을 파괴하고 에이즈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다. 혈액이나 체액에 의해 사람의 몸속에 침입하면 생체 면역세포들을 지속적으로 파괴해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면역이 낮아지면 대사증후군 등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에이즈는 지난 1981년 의학계에 처음 보고돼 지금까지 4000만명 넘는 목숨을 앗아간 병으로, 전 세계적으로 매년 130만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도 에이즈 감염 위험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국내 환자는 1만5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외에선 신규 HIV 감염자 수가 줄고 있는 추세지만, 국내의 경우 젊은층과 외국인을 중심으로 매년 1000여명 내외의 신규 감염이 생기면서 생존 감염인이 늘고 이에 따른 질병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3월 질병관리청은 제2차 예방관리대책을 수립하고, 2030년까지 2023년 대비 신규 감염인을 50% 줄이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레나카파비르는 내년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길리어드는 제약사들과 제네릭(복제약) 출시 계약을 체결해 아프리카 등 120개 중·저소득 국가에서 레나카파비르를 저렴하게 제조·판매할 계획이다. 레나카파비르의 공급 시기는 2025년 말~2026년 초로 전망된다.

관건은 접근성이다. 이훈상 라이트재단(국제보건기술연구기금) 전략기획이사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120개 중·저소득 국가들의 복제약 판매 허용에 따라 접근성 해소 가능성이 커졌지만, 에이즈 감염율이 낮으나 유행이 급증하는 남미 지역은 복제약 판매가 불허돼 있다”며 “6개월에 1회 투약이더라도 아프리카 등은 취약한 의료체계로 인해 정기적 투약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에이즈에 대응하려면 중·저소득국의 보건의료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지원과 HIV 백신 연구개발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비싼 가격도 문제다. 현재 미국 등에선 선레카를 활용한 치료에 연간 4만달러(한화 약 5865만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레나카파비르는 가격이 저렴해지면 에이즈 예방에 상당히 기여할 수 있는 약제로 평가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에선 HIV 환자와 성접촉을 하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접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재훈 고려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다국적 제약사가 개발한 약들은 혁신적인 면이 있지만 언제나 비용 부담이 문제다”라며 “레나카파비르는 일반적인 백신과 달리 한두 번 접종한다고 해서 면역 상태가 평생 유지되지 않는다. 지속적으로 투약해야 하는 만큼 앞으로 중·저소득국에 대한 공급 방안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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