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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0 (월)

"안 그래도 침체긴데, 겁나서 수입하겠어요?"…가구업계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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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 中企 강타]②가구업계, 목재 등 자재 대부분 베트남·중국 등에서 수입

완성가구 매입 판매 수입가구 업체도 "남는 것 없게 생겼다"

[편집자주] 중소기업은 국내 전체 기업 비중의 99%, 고용의 80%, 기업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국내 경제의 '뿌리' 역할을 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흔들리면 위기는 전방위로 확산된다. 불행하게도 최근 국내 경제를 뒤흔드는 정치리스크와 환율 한파, 대외 불확실성은 중소기업을 강타하고 있다. 대기업에 비해 자금력이나 대응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뉴스1>은 정치리스크로 인해 환율 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생사기로에 놓인 중소기업의 현황을 긴급진단했다.

뉴스1

고양가구박람회에서 관람객들이 침대, 소파 등 가구를 둘러보고 있다. ⓒ News1 김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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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민주 김형준 기자 = "조립은 국내에서 해도 자재는 베트남이나 중국에서 들여옵니다. 당장 이번 달 주문을 넣을 것들도 있는데 환율이 올라서 비상입니다. 그래도 저희는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해야 할까요. 완성품으로 가구를 사입하는 작은 업체들은 죽을 맛일 거에요."(가구업체 사장 김 씨)

한해 내내 위축됐던 가구업계가 '고환율 리스크'에 한층 몸을 옹송그리는 분위기다.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최고 1480원까지 돌파하는 등 고환율이 쉬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수입 목재 등 가구 자재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가구업계는 마진에 직격탄을 맞게 될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환율은 그간 방어선으로 여겨지던 1400원대를 훌쩍 넘어서 1500원대를 향해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국가신인도 하락 등으로 인해 달러·원 환율의 추가 상승 여지가 남았다고 전망한다.

경기 포천시에서 가구업을 영위하는 대표 이 모 씨는 "환율 10원, 20원이 적어 보여도 한 번에 들여오는 원자재 량을 생각하면 업체 입장에서는 수천만 원이나 부담이 늘어나는 셈"이라며 "소비는 줄고 원자잿값은 올라가는데 인건비도 부담이고 삼중고를 겪고 있다. 환율이 높아지면 환차익을 본다는 소리도 다 대기업의 이야기지 중간재를 사다 쓰는 중소기업은 어려움이 크다"라고 말했다.

강남구에서 수입 가구를 판매하는 김 대표는 "우리 같이 완사입(완성가구를 매입)하는 업체들은 타격이 곧바로 온다. 오더를 넣고 물건을 받는 때를 기준으로 달러로 지불을 하게 돼 있는데 한참 비싸게 사 오게 생겼다"라며 "이윤이 남지 않으면 사업을 하는 이유가 없다. 당장 이윤 부분(문제)이 심각하다 무서워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가구업체 임원인 김 모 씨는 "베트남이나 중국에서 나무를 수입해 오는데 이때도 달러로 계약을 하는데 이 정도로 달러가 높았던 적이 없었다"라며 "당장 호주 쪽 등에서 추가적으로 오더(주문을) 할 것들이 있는데 걱정"이라고 했다.

뉴스1

27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위치한 환전소 전광판에 외화당 팔 때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장중 한때 1486.6원을 기록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9개월 만에 1485원을 넘었다. 2024.12.27/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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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갑자기 제품 가격을 올릴 수도 없다. 가뜩이나 침체된 내수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격 경쟁력을 높여야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자재를 수입할 때 비용이 높아진다고 해도 당장 판매가를 올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고환율이 얼마나 지속할지 모르고 가격 인상도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이윤을 보전하려다가 아예 안 팔리면 그게 더 문제"라고 전했다.

가구업체 이 모 대표는 "요즘 가뜩이나 (가구 쪽은) 수요가 없다. (개인) 소비도 얼어붙었고 학교 등에 납품하는 관납 물량도 줄었다"라며 "제품도 동남아 이런 쪽의 것들이 훨씬 싸지 우리(국내 중기)가 경쟁력이 있나요. 그쪽은 인건비도 싸고 원자재도 싼걸요"라고 토로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기업들도 환율 고공행진이 우려스러운 것은 마찬가지다. 한샘 등 국내 대형 가구업체들 역시 목재 등 자재는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국내 가구브랜드 관계자는 "고환율 상황이 반짝하고 끝나지 않고 장기간 지속된다면 원자재 매입단가를 갱신할 시점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자사는 자재 납품 계약을 연 단위로 하고 있어서 당장 큰 영향은 없겠지만 장기화한다면 원가상승의 요인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침대업계 관계자 역시 "환율이 이정도 높았던 적은 한번도 없었고 과거 리먼 쇼크 때는 그나마 환율과 단가가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라며 "환율 1300원대만 해도 방어가 가능하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1400원을 훌쩍 넘어서다 보니 이윤이 마이너스가 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라고 전했다.

minj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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