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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9 (일)

다시 만난 ‘남태령 대첩’ 시민들…”함께여서 추운 동짓날 밤 견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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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열린 ‘남태령 뒤풀이-남태령 대첩을 함께 한 우리들의 집담회’에서 시민들이 집담회 내용을 공유하고 있다. 고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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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여서 추운 동짓날 밤도 견뎌낼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어져 있습니다”



트랙터 행진 중 경찰에 가로막힌 농민들을 돕겠다며 시민들이 서울 남태령으로 달려가 길을 낸, 이른바 ‘남태령 대첩’에 함께했던 시민들이 일주일 만에 한자리에 모여 앉았다. 28일 오전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연 ‘남태령 뒤풀이-남태령 대첩을 함께 한 우리들의 집담회’(집담회)를 열었다.



집담회가 열리는 교회 밖에는 시민들이 참여를 신청하며 적은 ‘남태령 대첩 출전 동기’가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시민들은 그날 남태령에 달려간 이유로 “농가에서 태어나 농민들의 부탁을 외면할 수 없어서”, “비상계엄 때 국회로 달려갔던 시민들의 용감함이 생각나서”, “농민의 눈물을 보고”, “가지 않으면 도저히 부채감을 참을 수 없을 것 같아서”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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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령 뒤풀이 공간 밖, 집담회 참여자들이 사전에 적은 ‘남태령 대첩 출전 동기,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그 자리에 함께했던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등이 붙어 있다. 고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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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만난 시민들은 추운 날씨에도 서로를 보며 희망과 온기를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집담회에 참석한 이춘선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은 “당일 농민들은 경찰에 다 잡혀갈 각오하고 버티고 있었는데 조금 있으니 시민들이 몰려왔다. 젊은 여성들의 반짝이는 눈을 보고 발언을 들으며 힘을 얻었다”면서 “농민 투쟁은 이기는 싸움이 되기 어려운데 그날 희망을 봤다. 연대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집담회에 참석한 시민들도 7∼8명씩 모듬을 꾸려 모여 앉아 그날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공유하며 남태령에서의 기억 조각을 맞춰갔다. 시민들은 ‘(남태령대첩 당시) 가장 인상 깊었거나 현재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장면’으로, “남태령 지하철역에서 수많은 계단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던 사람들의 행렬과 남태령에서 사당까지 행진할 때 우시던 농민분들”, “함께 다시만난세계를 부르던 것과 끊임없이 지원물품이 오던 장면”을 짚었다. “잠깐 인도에 앉아 쉴 때 모르는 분이 커다란 담요를 덮어줬던 것”, “짧은 거리 전진하던 순간, 어둠 속에서 트랙터의 헤드라이트에 불이 들어오던 때, 그리고 내 주변에 있던 너무 어린 친구들의 얼굴”을 오래 기억에 남을 장면으로 꼽은 이도 있었다.



이날 모인 시민들은 모듬 별로 ‘앞으로 우리가 만들고 싶은 세상’을 두고 이야기 한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 시민이 “공권력이 시민을 위협하는 게 아니라 시민을 지키는 세상, 남태령의 현장과 같은 세상, 정치권뿐만 아니라 시민 또한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세상, 소수자 혐오가 종식되는 세상을 꿈꾼다”고 발표하자, 곳곳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집담회를 마친 이들은 뒤풀이 공간 밖에 놓인 ‘그 자리에 함께했던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한참동안 바라봤다. “끝까지 사랑하며 살아남읍시다”, “우리가 다른 곳에서 또 함께 구호를 외쳤으면 좋겠어요”. 남태령에서의 기억으로, 다음 현장, 그다음 현장에서도 함께 싸우자는 다짐이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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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령 뒤풀이에 참석한 시민들이 전지에 ‘앞으로 우리가 만들고 싶은 세상’에 대해 적고 있다. 고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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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도 서울 도심에서 시민들의 집회와 행진은 이어진다. 비상행동은 28일 오후 4시부터 서울 광화문 앞 동십자각 앞에서 ‘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4차 범시민대행진’를 연다. 국회 발포까지 언급한 윤석열 대통령의 충격적인 내란 개입 정황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공소 사실에서 드러난데다, 공석인 헌법재판관 3명의 임명 또한 지연되고 있어 시민들의 분노는 한층 크게 터져나올 전망이다. 비상행동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에 대한 수사와 탄핵 절차는 갖은 방해로 인해 지연되고 있다”며 “즉각적인 파면과 처벌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시민들은 동료 시민들의 자유발언과 갤럭시익스프레스, 황푸하, 패치워크로드, 이날치·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의 공연을 함께 본 뒤 헌법재판소를 지나 명동까지 행진한다. 애초 행진 장소에 포함됐던 총리공관은 전날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안 가결로 제외됐다.



고나린 기자 m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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