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싼 3·4세대 실손보험료가 손해율 급등 원인
"8년 동안. 한번도. 타먹은 게. 없는데"
내년 실손의료보험료(실손보험)가 평균 약 7.5% 오른다는 소식을 전한 기사에 달린 댓글입니다. 보험사를 비판하는 댓글이 대부분이었고, 비속어나 욕설도 찾아볼 수 있었어요. 평소 병원에 잘 가지 않아 보험금을 타본 적이 없는데, 내년 보험료는 더 내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니까요.▷관련기사 : 내년 실손보험료 평균 7.5% 오른다…3세대는 20% '껑충'(12월24일)
/그래픽=비즈워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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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별로 살피면 그나마 1세대(평균 2%), 2세대(평균 6%) 실손보험료 인상폭이 비교적 낮았는데요. 대법원 판결로 백내장 과잉 수술이 막힌 영향으로 풀이되죠.
문제는 '착한 실손'으로 불리는 3세대 실손보험이었죠. 이 실손보험은 2022년 안정화 할인 특약 종료로 약 9.9% 올해 약 18% 인상됐는데요. 내년엔 무려 20%가량 오를 전망이라 3년 새 50%나 뛰게 됐습니다. 더불어 2021년 7월부터 판매되고 있는 4세대 실손보험까지 약 13% 보험료가 오를 전망이죠.
보험사들은 손해율 급증으로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합니다. 업계에 따르면 대형 손해보험사들의 올 상반기 실손보험 손해율은 118.5%로 지난해(118.3%)보다 소폭 올랐습니다. 4세대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무려 130.6%를 기록했대요. 보험사가 보험료 100원을 받고 보험금으로 130원을 내주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적자를 보고 판다는 거예요.
애초에 보험료 쌌던 보험료…
그런데 이런 보험사들 말을 곧이 곧대로 믿어야 할까요. 달리 보면 3·4세대 실손보험 손해율이 높은 건 애초에 보험사들이 보험료를 싸게 책정했기 때문도 있습니다.
겉으론 보험 소비자가 내야 하는 자기부담금이 상향돼 보험료를 깎아줬다는 이유를 들었죠. 하지만 1·2세대 실손보험보다 비교적 불리한 조건인 3·4세대 실손보험으로 넘어오게 하려는 목적도 분명했다는 전언입니다.
4세대 실손보험 설명자료 캡쳐/표=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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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1·2세대 실손에 든 가입자는 이미 보험료가 몇십만원대로 크게 불어나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4세대 실손보험은 1·2·3세대 실손에서 전환하면 가입자에게 1년치 보험료를 50% 할인해주는 '반값 행사'를 1년 넘게 진행했고요.
싼 보험료를 '당근'으로 제시해 놓고 막상 손해율이 높아지니 그 책임은 소비자에게 전가한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석연찮은 보험료 조정 기간
석연찮은 부분은 또 있습니다. 그간 관행에 비추어보면 가장 최근 출시된 4세대 실손보험은 내년도 보험료 조정 대상이 아닌데, 이번 인상 대상에 포함됐죠. 그간 보험업감독규정 등에 따라 새 실손보험은 출시 이후 5년간 보험료를 조정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법령에 그렇게 적혀있지는 않죠. 하지만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최대한 보수적으로 해석해 왔던 겁니다. 그 원칙이 이번에 깨진거죠. 물론 보험업계 관계자는 "4세대 실손이 3세대를 기반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3세대 상품 통계 일부를 가져다 써도 통계 일관성이 있어 문제없다"는 입장이지만요.
실손보험이나 자동차보험이 사실상 정부 관리하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보험사 탓만 할 게 아닙니다. 금융당국도 화살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실손보험 관리·설계 부실 구멍을 소비자 보험료 인상으로 메우는 손쉬운 선택을 함께 했다는 비판 말입니다.
[보푸라기]는 알쏭달쏭 어려운 보험 용어나 보험 상품의 구조처럼 기사를 읽다가 보풀처럼 솟아오르는 궁금증 해소를 위해 마련한 코너입니다. 알아두면 쓸모 있을 궁금했던 보험의 이모저모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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