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몬테네그로 "한국 범죄인인도 요청은 거절하기로"
테라폼랩스 대표 권도형이 지난 2023년 3월 23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에 있는 법원 밖으로 나오고 있다./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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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테라, 루나 사기 사건 주범 권도형 전 테라폼랩스 대표를 구금하고 있던 몬테네그로가 권 전 대표를 미국에 넘기기로 최종 결정했다.
27일(현지시간) 비예스티, 포베다 등 몬테네그로 매체에 따르면 보얀 보초비치 몬테네그로 법무장관은 미국과 범죄인인도조약에 따라 권 전 대표를 미국으로 송환한다는 결정에 최종 서명했다.
몬테네그로 법무부는 "대법원 판결과 범죄행위의 중대성, 공소제기 순서 등 여러 사실과 정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했다"며 "미국으로 (권 전 대표를) 인도하고 한국의 범죄인인도 요청은 거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미국은 범죄인인도조약에 따라 권 전 대표를 자국으로 넘기라고 서로 주장했는데, 지난 9월 몬테네그로 대법원은 법무장관이 신병 처리를 결정하게 했다.
권 전 대표 측은 법무부 결정에 반발했다. 포베다에 따르면 현지에서 권 전 대표의 변호를 맡은 것으로 알려진 변호사 마리야 라둘로비치는 보조비치 법무장관이 금요일 저녁 기습적으로 권 전 대표에 대한 결정을 언론에 공표했다면서, 법률 대응을 어렵게 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 아니냐고 따졌다.
그는 "보조비치 장관 결정은 권 전 대표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며 "법무장관도 본인 결정의 불법성을 알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9월 편파성을 이유로 보조비치 장관을 경질하라는 요청을 현지 정부에 보냈다면서 "우리 요청에 대한 결정이 내려지지도 않았는데 보조비치 장관이 범죄인인도 결정을 내린 것은 불법적인 권한 행사"라고 주장했다.
앞서 현지 관계자들은 몬테네그로가 미국과 관계를 중요시하는 만큼 보조비치 장관이 권 전 대표를 미국으로 보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보조비치 장관의 전임자는 권 전 대표를 미국으로 보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었다.
한국 형법상 무기징역이 아닌 한 징역형은 가중해도 최고 50년까지다. 반면 미국은 10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하는 것도 가능하다. 권 전 대표가 한국에서 기소된다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이면 5년 이상의 징역형 또는 무기징역을 선고할 수 있으나, 실제로 무기징역이 나온 사례는 극히 드물다.
미국에서 가상자산 제왕으로 불리다 금융사범으로 기소된 샘 뱅크먼-프리드 FTX 창업자가 지난해 11월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에서 배심원단 유죄 평결을 받았을 당시,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최대 징역 110년이 선고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6개월 뒤 뱅크먼-프리드는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한편 권 전 대표가 발행한 테라는 '페깅'을 통해 달러와 동등한 가치를 부여받은 '스테이블 코인'이다. 테라 가치가 달러보다 낮아져 페깅이 깨지면 테라 투자자는 떨어진 달러 가치만큼 테라를 루나로 환전하고, 기존 테라는 폐기된다. 이렇게 하면 테라는 폐기된 만큼 유통량이 줄어들고 유통량이 줄어든 만큼 가치가 올라 다시 달러와 동등한 가치를 갖게 된다.
테라 가치가 달러보다 높아지면 루나를 테라로 전환시킨다. 권 전 대표는 이렇게 하면 테라 투자자는 테라 가치가 달러보다 높아지든 낮아지든 손실을 볼 일이 없다고 했다. 권 전 대표는 이 같은 가치 안정성에 예치만 해도 연 20% 이자를 주겠다는 약정을 앞세워 대대적으로 자금을 끌어들였다.
그러나 2022년 5월 갑자기 시장에 막대한 양의 테라가 쏟아지면서 페깅으로 조정할 수 없을 정도로 테라 가치가 폭락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권 전 대표는 사건이 터지기 한 달 전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잠적했다. 그러다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위조 여권을 사용한 혐의로 체포됐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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