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27일 일본 주식시장 상황을 보여주는 전광판.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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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예일 허쉬라는 미국의 시장 분석가가 자신이 창간해 편집장을 맡고 있던 ‘주식투자자 연감’(The Stock Trader’s Almanac)에 이런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1952년부터 1971년 사이, 한해 마지막 4거래일과 새해 첫 2거래일(총 6일)의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를 분석한 결과 평균 1.35% 상승했다.”
크리스마스 때부터 새해 초까지 주식시장에 이른바 ‘산타 랠리’가 일어난다는 것이었다.
‘산타랠리 기간’에 대한 시장의 합의는 지금은 조금 달라져 있다. 허쉬는 6일간의 주가를 분석했는데, 지금은 한해 마지막 5거래일과 새해 첫 2거래일을 합쳐, 총 7일간을 본다.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산타랠리가 지금도 존재한다. 주식 투자자 연감에 따르면, 1969년 이래 산타랠리 기간 동안 에스앤피500지수는 평균 1.3% 올랐다.
세밀하게 보기 위해 2004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20년간 산타랠리 기간의 에스앤피500지수 흐름을 따져보면, 20년 가운데 14년은 상승하고, 5년은 하락했다. 1년은 옆걸음질 했다. 주가가 상승한 14년의 평균 상승률은 1.5%다. 산타랠리가 일어나지 않고 주가가 하락한 때는 2004년과 2007년, 2014년과 2015년 4차례였는데, 평균 하락률이 2.4%였다. 예일 허쉬가 “산타가 오지 않으면 곰이 찾아올 수 있다”고 한 말 그대로다.
우리나라 증시에도 산타랠리가 존재했을까?
2004년부터 2023년까지 연말 5거래일과 연초 2거래일 사이 코스피지수 흐름을 보면, 오른 때가 10번, 내린 때가 10번으로 반반이다. 산타랠리 현상이 거의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오른 10년간의 평균 상승률(2.2%)과 내린 10년간의 평균 하락률(2.1%)도 비슷했다.
산타랠리라고 부르기에 딱 맞는 주가 상승이 2020년 연말에 한번 있었다. 2020년 초 시작된 코로나 대유행이 지속되는 가운데,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이 확산하고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폭증해 삼성전자가 특수를 누리던 때다. 다른 우리나라 제조업체 대기업들도 업황이 좋았고, 이듬해 실적에 대한 기대가 컸다. 삼성전자는 2020년 산타랠리 기간에 7만3900원에서 8만3900원으로 13.5%나 주가가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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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2021년(-0.3%), 2022년(-5.95%), 2023년(-0.3%) 코스피지수는 연말∼연초 7거래일간 하락의 연속이었다.
올해 미국 증시의 산타랠리 기간은 24일부터 1월3일까지다. 에스앤피500지수는 24일 1.1% 오르며 기분좋게 출발했다. 25일 크리스마스 휴장 뒤 열린 26일엔 0.04% 떨어지고 28일에도 1% 넘게 하락했지만, 랠리 기대가 완전히 꺾인 것은 아니다.
코스피지수는 23일 1.57% 올랐지만, 24일 0.06% 떨어지고 26일 0.44% 하락한 뒤, 27일 또 1.02% 하락했다. 27일엔 장중 2400선이 다시 무너지는 등 하락폭이 커져 산타랠리 기대는 아득히 멀어지고 있다.
올해 거래일을 30일 하루 남겨둔 가운데, 국내 주식 투자자들은 어느 때보다 우울하다. 산타랠리가 없을 뿐 아니라, 올해 서울 증시의 주가 흐름이 세계 주요국 증시에 견줘 매우 나쁘기 때문이다. 작년말 2655.28에서 7월11일 2891.35까지 8.9% 올랐던 코스피지수는 그 뒤 쉼없이 떨어지고 있다. 2분기 3분기의 경기 후퇴에 따른 기업 실적 부진, 한국 제조업을 이끌어가는 반도체 업황 쇼크, ‘관세 인상’을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쇼크에 이어, 12·3 내란 사태에 따른 충격까지 겪으며 그로기 상태에 빠져들었다.
올들어 최근 거래일까지 뉴욕 증시의 에스앤피500지수는 26.6%나 올랐다. 일본 닛케이지수가 20.1% 올랐고, 독일의 닥스 지수도 18.5% 상승했다. 영국의 FTSE지수는 5.2% 올랐다. 프랑스 증시가 부진해 쎄아세(SAC)40지수가 3.5% 하락했는데, 서울 증시의 하락폭은 이보다 훨씬 크다. 27일 종가 기준 코스피지수의 연초대비 하락률은 9.4%, 코스닥지수의 하락률은 23.1%에 이른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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