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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9 (일)

FBI 국장 후보까지…민주당 지지했던 인도계, 트럼프 요직 차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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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캐시 파텔 연방수사국(FBI) 국장 후보자.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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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계 미국인 공화당 스타들이 새롭게 탄생하는 해."

새해 출범할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인도계의 약진이 두드러지면서 이런 평가가 나온다. 역대 어느 행정부보다 요직에 인도계가 두루 기용되면서 미 언론도 주목하고 있단 뜻이다.

최근 NBC 등은 "트럼프 2기 행정부를 가장 잘 대표하는 소수자는 인도계 미국인"이라면서 대표 주자들의 면면을 소개했다.

우선 연방수사국(FBI) 국장 후보인 캐시 파텔이 대표적이다. 파텔은 인도계 이민자 2세로 트럼프 1기 때 국가정보국 부국장,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테러 선임 국장 등을 거쳤다. 수사기관이자 안보와 국내 방첩을 담당하는 거대 조직인 FBI의 수장에 유색 인종이 오른 건 사상 처음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정부효율부(DOGE) 공동 수장을 맡은 비벡 라마스와미도 인도계다. 또 JD 밴스 부통령 당선인의 아내이자 변호사 출신인 우샤 밴스도 인도계다. 유색 인종 '세컨드 레이디'도 미 역사상 처음이다.



고소득·고학력 인도계, 보수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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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D 밴스 미국 부통령 당선인(오른쪽)과 그의 아내 우샤 밴스 변호사.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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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의 인도계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들이 규모나 정치 성향 면에서 소수 집단에 가깝기 때문이다. 미 전체 인구 중 인도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2%도 되지 않는다. 게다가 인도계는 아시아계 중에서도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편이다.

하지만 고학력·고소득층이 늘면서 이들의 정치 성향도 달라지는 모습이다.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AAPI) 데이터에 따르면 인도계의 상당수는 테크(기술) 산업에 종사하고 있어, 다른 집단보다 평균 소득이 높다. 이들의 약 77%는 대졸 이상의 고학력자다.

이는 역사적 배경과도 관련이 있다. 이들은 1960~70년대 이주한 인도인들의 자녀 세대인데, 과거 인도에선 신분이 높거나 우수한 인재들이 주로 미국에 이민했다. 우샤와 라마스와미도 인도 카스트제의 최상위 계급인 브라만 가문 출신이다.

이민 1세대는 대부분 '화이트칼라(사무직)' 직종에 진출해 자녀 교육에 열을 올렸고, 그 결과 지금의 엘리트 집단이 탄생했다는 분석이 많다. 그런데 이들이 부모 세대보다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면서 표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2016년 대선에서 인도계 중 77%가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했지만, 이번 선거에선 69%만 카멀라 해리스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트럼프가 대거 등용한 실리콘밸리 인사 중에도 인도계의 약진이 엿보인다. 트럼프는 벤처캐피털(VC) 안드레센 호로위츠의 총괄 파트너 출신인 스리람 크리슈난을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 인공지능(AI) 수석 정책 고문으로 선임했다. 크리슈난은 인도에서 태어나 대학까지 졸업한 뒤 마이크로소프트(MS) 등에서 경력을 쌓았는데, 머스크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인도계 약진, 이민자 성공 사례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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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왼쪽)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020년 2월 25일 인도 뉴델리에서 공동성명을 한 후 포옹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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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이민자 출신인 인도계가 강력한 반이민 정책을 예고한 트럼프 행정부에 합류하는 게 모순적"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트럼프는 이민을 막기 위해 '취업 비자(H-1B 비자)'를 축소하고 출생시민권을 박탈하겠다고 공언해왔다.

그런데도 왜 인도계 중 상당수는 트럼프를 지지했을까? 이와 관련, 쿠시 데사이 트럼프 인수위 대변인은 "인도계는 지난 4년간의 경제 침체, 제한되지 않은 불법 이민, 바이든 행정부의 무능함에 지쳐 트럼프와 그의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의제에 강력한 권한을 주기 위해 역사적인 규모로 등장했다"고 NBC에 말했다.

하지만 "성공한 인도계가 오히려 트럼프의 불법 이민 관련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는 비판도 나온다. 상가이 미슈라 드류대 부교수는 "트럼프가 참모진을 선발할 때 인종과 계급을 노골적으로 고려한 것 같진 않지만, 이들의 특성은 (트럼프가 내세우는) '모범적인 소수자(model minorities)'로서의 모습과 미국의 이민자 성공 사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인도 프렌들리'도 한몫



불안정한 세계 정세 속 인도의 새로운 입지를 보여준다는 분석도 있다. 오랫동안 비동맹 노선을 걸어온 인도는 지금도 미국과 러시아, 중국 사이에서 어느 한쪽의 편도 들지 않는 실리외교를 펼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전략 경쟁이 심화화는 상황에서 영향력을 늘리고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약진하는 인도계와 달리 중국계의 경우, 10여년 전보다 요직자 비중이 현저히 줄어든 모습이다. 가령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선 중국계인 스티븐 추 에너지부 장관, 게리 로크 상무부 장관 등 눈에 띄는 장관급 인사가 있었지만, 현재 내정된 트럼프 2기 인사엔 스티븐 청 백악관 공보국장 후보, 알렉스 웡 백악관 국가안보 수석 부보좌관 정도로 급이 낮아졌다.

트럼프의 '인도 프렌들리' 기조도 한몫을 한다. 트럼프는 1기 때부터 역내에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대국이자 '쿼드(Quad: 미국·인도· 일본·호주 간 안보협의체)'의 한 축인 인도를 적극 활용하려고 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우호적인 입장도 보였다. 2019년 모디 총리가 방미했을 때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인도계 집회에서 트럼프가 모디 총리와 손을 잡고 등장한 게 대표적이다. 또 2020년엔 인도를 방문해 모디 총리에 대해 "그는 위대한 리더이며 모두가 그를 좋아한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장윤서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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