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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9 (일)

[사설] 사상 초유 대행의 대행...개탄스러운 '시계 제로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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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국민의힘 의원들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0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향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소추안 의결과 관련 강력 항의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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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몫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27일 국회에서 야당만 참석한 가운데 의결됐다. 우원식 의장은 찬성 192표로 과반을 넘었다며 가결을 선포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한 권한대행 체제가 출범한 지 13일 만에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그 자리를 이어받게 됐다.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과 국무총리 역할까지 1인 3역을 맡는 건 전례가 없다. ‘대행의 대행’이란 기형적 체제로 과연 나라가 제대로 굴러갈지 국민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민주당은 여차하면 권한대행들을 줄탄핵하겠다는 태세고, 국민의힘은 권한대행 탄핵 가결 정족수는 200표라며 탄핵불복 어깃장을 놓고 있다. 12·3 불법 계엄으로 인한 충격을 하루빨리 수습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 불확실성만 더 커지며 국정 마비까지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당장 경제부터 무너지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한때 1,480원 선도 넘어섰다. 금융위기 이후 15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현장에선 ‘제2의 외환위기’란 곡소리도 나온다. 대외 신인도 추락으로 증시에선 외국인이 연일 매도세다. 체감 경기도 최악이다. 기업실사지수(BSI)는 역대 최장인 34개월 연속 기준치를 하회했다. 낙폭도 57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내수도 꽁꽁 얼었다. 계엄과 탄핵 영향에 일평균 신용카드 사용액이 줄며, 외식·숙박업자 두 명 중 한 명은 직간접적 피해를 호소할 정도다.

더 큰 문제는 외교 안보 공백이다. 한 권한대행 탄핵으로 주요 외교 안보 일정을 신속하게 복원키로 한 한미 합의도 무색해졌다. 한 권한대행에게 전적인 신뢰를 보낸 미국은 4일 만에 상황이 바뀌자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내달 20일로 다가온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른 대응책 마련은 꿈도 못 꿀 판이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으로 양국 군사 협력이 더 밀착한 것도 불안한 대목이다.

윤 대통령이 버티기와 지지층 결집에 나서며 사회 갈등과 분열이 더 커지는 것도 걱정이다. 자칫 나라가 결딴날 판이다. 잇따른 탄핵에 주요 외신들도 한국의 정치 위기가 몰고 올 후폭풍을 주시하고 있다. 우리는 1987년, 97년, 2008년 위기에도 민주화와 산업화, 선진화를 이뤄냈지만, 시대착오적 불법계엄과 정치 불안이 야기한 지금의 '시계제로 한국'은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성숙한 시민이 국난 극복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줄 때 정치권의 대오각성을 끌어내고 이 개탄스러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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