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의 모습이라며 공개한 영상.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전사한 북한군의 얼굴을 소각한다고 주장했다. 사진 젤렌스키 텔레그램 캡처 |
러시아 쿠르스크에서 전투에 투입됐다가 부상을 입은 일부 북한 병사들이 “겁에 질리고 긴장한” 모습이었다고 북한 부상병을 돌본 러시아 의료진이 밝혔다.
영국 가디언은 26일(현지시간) 지난주 쿠르스크 전선에서 부상을 당한 북한 병사 24명이 쿠르스크의 한 병원에 이송돼 경찰이 배치된 특별병동에서 치료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병원 의료진들은 “통역사 없이는 북한 주민들과의 소통이 불가능하다”면서 특별병동에는 통역사와 의료진만 출입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북한 부상병 대부분이 파편 부상자들이라면서 일부는 ‘겁에 질리고 긴장한’ 모습이었다고 설명했다.
의료진들은 “북한 병사들이 전투에 참여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실제로 그들을 본 사람이 없어서 믿지 않았었다”면서 “북한 부상병이 도착하기 전까지는 모두 가짜뉴스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가디언과 인터뷰한 쿠르스크 지역 주민 6명도 북한 병사들의 흔적을 본 적이 없다며, 러시아 당국이 북한 병사들을 외딴 군 막사에 격리하고 이동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친 북한 병사 중 일부는 전장 근처의 작은 병원 대신 모스크바 외곽의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보안국은 지난 25일 러시아 군인과 모스크바 인근 병원 간호사인 그의 아내가 주고받은 대화를 확보했다면서 이 대화에 북한 부상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고 소개했다. 이 대화에서 간호사는 약 200명의 북한 병사가 치료받기 위해 왔다고 남편에게 말했다. 이 간호사는 북한 병사들이 엘리트 같은 사람들이라며 그들을 위해 병동을 정리했다고 덧붙였다.
쿠르스크에 배치된 북한 병사들의 정확한 위치와 생활상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온라인 채팅방에서 다양한 추측이 제기되고 있으며 현지인들은 길거리에서 북한 병사를 본 적이 있는지 서로 물어볼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러시아가 영토를 되찾기 위해 북한 병사를 받아들였다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러시아인들도 있다. 쿠르스크의 한 주민은 북한 병사들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서 러시아군은 북한 병사 없이도 충분히 강하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이 러시아에 최대 1만2000명을 파병한 것으로 보고 있으나 러시아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날 우크라이나 특수부대는 쿠르스크에서 작전을 수행중이던 북한 병사 1명을 생포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국가정보원은 이 병사가 생포됐다가 부상 악화로 하루만에 사망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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