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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8 (토)

[명사들의 백세 건강법] 정신건강엔 취미가 최고 … 저는 꽃꽂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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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사들의 백세 건강법 ◆

매일경제

송석원 원장


"마라톤이나 달리기도 의미 있는 활동이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는 '정신 건강'을 챙기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몸은 멀쩡한데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꽤 흔히 볼 수 있거든요. 무엇이든 좋습니다. 정신을 맑게 해주는 나만의 취미를 찾아보세요."

송석원 이대서울병원 대동맥혈관병원장(51)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바쁜 의사 중 한 명이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데다 한번 터지면 걷잡을 수 없는 대동맥 혈관을 책임지느라 그의 24시간은 언제든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온콜(on-call) 상태'다.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는 1시간 동안에도 그의 휴대전화는 수차례 울렸다. 지금 이대서울병원으로 환자를 보내도 되느냐는 문의 전화들이었다.

송 원장은 올해 약 980건의 대동맥 수술을 집도했다. 1년 365일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2~3건씩 수술을 해야 가능한 수치다.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환자만 볼 것 같은 송 원장은 어떻게 체력을 유지하고 있을까. 1분 1초의 사투를 수십 년째 이어오고 있는 그의 건강법이 궁금했다.

송 원장의 100세 건강 3원칙은 간단했다.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는 취미를 갖고, 하루에 1만보씩 걷고, 싱겁게 먹는 것이다. '칼잡이'라 불리며 늘 긴장해야 하는 흉부외과 특성상 다소 거칠고 강한 이미지가 연상되지만 그의 취미는 꽃꽂이다. 그는 "누구나 꽃을 보면 치유의 감정이 느껴지듯, 아무리 몸이 고돼도 꽃향기가 콧속으로 들어오면 기분이 좋아지고 정신이 맑아진다"며 ""꽃꽂이를 제대로 하고 싶어 플로리스트 자격증도 땄다"고 말했다.

플로리스트 자격증에까지 도전하게 된 것은 아내 덕분이다. 그는 "2년 전 아내의 생일을 앞두고 어떤 선물을 하면 좋을지 고민했다"며 "단순히 꽃다발을 사다주는 것보다는 한 송이, 한 송이를 직접 골라 정성을 들여 만드는 게 의미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쉬는 시간을 쪼개가며 노력한 끝에 완성한 선물은 아내를 감동시켰다. 그 기억 덕에 꽃꽂이는 송 원장의 힐링 취미가 됐다.

잦은 응급수술로 시간에 쫓겨 살지만 체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송 원장은 누구보다 잘 안다. '매일 1만보 걷기'를 목표로 삼은 것도 그래서다. 그는 "병원에서 걸어서 17분 정도 되는 곳에 집을 구했다"며 "출퇴근 5000보에 매일 아침 환자 80명의 회진을 더하면 7000보, 6층 원장실과 3층 수술실을 왔다 갔다 하면 1만보 정도 된다"고 말했다.

물론 환자가 많은 날은 수술실에 계속 서 있느라 1만보를 못 채우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집에 왔는데 응급콜을 받고 다시 출근하는 경우도 있어서 어느 날은 2만보 이상을 걷기도 한다.

다만 빠른 걸음으로 걷되 마라톤이나 전력질주는 지양한다는 철학은 뜻밖이었다. 송 원장은 "젊었을 때 과격한 운동으로 몸을 혹사시킨 사람들이 60·70대에 이르러서 망가진 관절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 70대 흉부외과 의사 선배도 '몸을 최대한 아껴라. 남들이 뛴다고 같이 뛰지 말고 걸으라'고 조언해줬다"고 말했다.

수술대 앞에서 몇 시간이고 집중해야 하는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1일 1식을 실천한 지도 10년이 넘었다. 송 원장은 "기상 직후 물 한 컵을 마시고 나선 뒤 커피 외에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며 "교수가 되기 전에는 세끼를 모두 챙겨 먹었지만 식곤증으로 수술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이후론 일절 먹지 않는다"고 했다. 스케줄상 아침 7시 반에 회진을 시작하려면 적어도 6시 반까지 출근해야 하니 먹을 시간이 마땅치 않고, 점심에는 수술이 계속되는 경우가 많아 건너뛰게 되는 삶이 일상이 됐다는 설명이다.

저녁 끼니만큼은 어떤 메뉴든 가리지 않고 꼭 챙겨 먹는다는 그가 식사 때 지키는 철칙이 있다. 바로 '싱겁게 먹기'다. 송 원장은 "혈압 관리는 엄격하게 하는 편"이라며 "짜게 먹으면 혈압이 높아지고, 고혈압이 만성으로 이어지면 혈관이 약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라면은 두 달에 한 번 정도 먹는데, 평소에도 탄수화물은 자제하는 편"이라며 "찌개는 국물에 나트륨이 많기 때문에 건더기 위주로 먹는다"고 덧붙였다.

영양제 섭취도 일상 중 하나다. 송 원장은 "아침마다 멀티비타민, 비오틴, 글루타치온, 콜레스테롤, 오메가3, 스타틴, 우루사를 먹는다"며 "이렇게 7종을 섭취한 지 4~5년 정도 됐다"고 말했다.

1998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송 원장은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를 마치고 2008년부터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대동맥 혈관 치료에 전념해왔다. 2023년부터는 국내 대학병원 최초의 대동맥 치료 전담기관인 이대서울병원 대동맥혈관병원을 이끌고 있다. 이대서울병원 대동맥혈관병원은 개원 1년3개월 만에 대동맥 수술 1000건을 기록하는 등 전례 없는 역사를 쓰는 중이다.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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