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8 (토)

1400억 들여 한미家 골육상쟁 끝낸 신동국…거금 어떻게 마련할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미약품그룹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1년여 만에 사실상 종결됐다.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측 우호 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사모펀드(PEF) 운용사 라데팡스가 장남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이사 지분 5%를 사주기로 한 것이다. 이에 기존 ‘4자 연합’ 지분은 49.42%에서 54.42%가 됐고, 임종윤-임종훈 형제 지분은 21.8%가 됐다. 4자 연합이 과반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갈등의 불씨는 거의 사라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눈에 띄는 점은 신 회장이 또 다시 개인 명의로 수백억원을 들여 지분을 산다는 것이다. 신 회장은 이번에 759억원을 투입해 임 이사 지분을 사기로 했다. 앞서 644억원에 모녀 지분을 사기로 한 만큼, 총 1400억원을 들여 이번 경영권 분쟁을 끝낸 셈이다. 라데팡스의 경우 펀드를 만들어 자금을 조달하지만, 신 회장은 개인이기 때문에 매수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 지가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다. 업계에서는 신 회장이 개인적으로 소유 중인 비상장사의 배당을 활용하거나 보유하고 있는 상장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한다.

조선비즈

그래픽=정서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두 차례에 걸쳐 총 1400억원을 투입, 송 회장과 임 부회장 및 임 이사 지분을 인수한다. 앞서 지난 9월 644억원을 들여 송 회장 지분 2.55%를 산 데 이어 이번에는 759억원을 투입해 장남인 임 이사 지분 3%를 사는 것이다.

신 회장이 잇달아 수백억원의 현금을 투입해 한미약품 일가의 주식을 사들이자, 시장에서는 그가 개인 명의로 거금을 어떻게 마련할지 관심이 쏠린다. 이에 대해 한미약품 관계자는 “우리로선 전혀 알 수 없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경기 김포에서 한양정밀을 운영하는 사업가로, 한미약품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회장의 절친한 고향 후배다. 한양정밀 뿐 아니라 한양에스앤씨, 에이치앤디, 가현 등 4개사 지분을 사실상 거의 혼자서 틀어쥐고 있다(☞2조 제약사 사실상 손에 쥔 신동국은 누구… 비상장사서 한번에 천억씩 뽑아 쓰는 김포 토착 ‘거물’). 4개 회사 모두 비상장사다.

신 회장은 재력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1000억원대의 현금을 부담 없이 가져다 쓸 수 있는 정도는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일례로 신 회장은 지난 9월 혼자서 1644억원을 투입해 지분을 확보할 계획이었으나, 돌연 계약 당사자에 한양정밀을 추가해 한양정밀이 1000억원을, 자신이 644억원을 대는 구조로 변경한 바 있다. 1644억원어치를 개인 명의로 사기엔 부담이 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신 회장이 이번에 759억원을 들여 또 다시 한미약품 일가의 지분을 사기로 한 만큼, 업계에서는 그가 배당이나 담보 대출을 활용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배당의 경우 지난 2020년 신 회장이 한 번 사용한 적 있는 방법이다. 당시 신 회장은 자신이 지분 100%를 보유한 한양정밀에서 한번에 1130억원의 배당금을 받아간 바 있다. 그해 한양정밀은 단기금융자산 973억원어치를 모두 팔기도 했는데, 이는 신 회장에 대한 배당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양정밀은 그 이후 계속 배당을 하지 않고 미처분 이익잉여금 1280억원(작년 말 기준)을 쌓아두고 있다.

한양정밀 뿐 아니라 다른 계열사 한양에스앤씨의 경우 334억원, 가현은 155억원의 미처분이익잉여금을 쌓아두고 있다. 이들 계열사에는 신 회장과 아들 신유섭 한양정밀 사장 외의 다른 주주는 없는 만큼, 신 회장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배당을 활용해 주식 매수 자금을 동원하는 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 회장이 배당을 이용할 경우 분리과세가 적용되지 않아, 배당소득세에 지방소득세를 더해 46.2%의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 때문에 배당보다는 담보 대출을 이용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방법은 신 회장이 보유 중인 상장 주식을 이용하는 것이다. 신 회장은 현재 한미약품 주식 98만8597주(7.72%)를 보유하고 있는데 그중 절반에 가까운 41만5775주를 담보로 제공, 524억원을 대출 받은 상태다. 이율은 5% 이상이며 담보유지비율은 160~170%에 달한다. 담보유지비율이 높기 때문에 보유 주식을 이용해 담보 대출을 추가로 받는다면 한미약품보다는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담보로 걸고 대출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번에 임종윤 이사에게서 인수할 주식을 갖고는 담보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상장 주식이지만 장외거래 형태로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미 보유 중인 주식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현재 신 회장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주식에 대해서는 담보 대출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신 회장 개인 명의로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주식은 총 1023만9739주(14.97%)로, 현재 시가로 환산하면 3000억원에 육박한다.

한편, 향후 신 회장이 한미약품 경영권을 장악해 직접 적극적으로 경영할 지 여부에 대해서는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회사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업계 관계자는 “신 회장은 아무래도 경영보다는 투자에 더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노자운 기자(jw@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