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납 수술비 내야" 병원 측 소송도 기각
7월 12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임은재 인턴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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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절개 과정에서 과다 출혈 등으로 임산부가 숨진 사건에서, 의료진이 적절한 조치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인정돼 병원 측에 억대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민사7단독 이종민 부장판사는 서울 성북구 소재 고대안암병원에서 제왕절개로 출산한 뒤 숨진 A(사고 당시 42세)씨 유족이 해당 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병원 측이 유족에게 총 1억8,500만 원 상당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판결문을 보면, 고인은 임신 37주째이던 2022년 1월 27일 이 병원에서 의료진 판단에 따라 제왕절개로 자녀를 분만했다. 수술 과정에서 3L의 과다 출혈이 있었고, 임산부의 혈압이 급격히 떨어져 의료진이 수액(4L)과 농축 적혈구(5팩) 투여 및 대량 수혈 등의 조치를 했다. 안정되는 듯하던 고인은 회복실로 옮겨진 지 10분 만에 통증을 호소하면서 몸 상태가 악화됐다. 의료진은 수액 주입과 심폐소생술(CPR) 조치, 농축 적혈구 처방, 자궁 수축제 투여 등의 조치를 했으나 수술 엿새 만인 그해 2월 2일 고인은 신생아와 남편을 남겨둔 채 세상을 떠났다.
유족은 제왕절개 뒤 고인의 수술 부위에 심한 삼출(혈관 속 성분이 밖으로 스며 나옴) 등 이상 증상이 있었음에도 의료진이 혈관 내 응고 장애 발생을 확인하는 혈액 검사를 하지 않는 등 추적 관찰을 소홀히 했다고 주장하며 그해 6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병원 측은 "고인의 상태를 호전시키기 위해 수혈 등 필요한 조치를 한 것이고, 그로 인해 혈관 내 응고 장애가 발생했다면 이는 불가항력적인 것"이라 항변했다.
재판부는 2년 6개월간의 심리 끝에 의료진 과실을 일부 인정했다. 재판부는 고인에게 발생한 파종성 혈관 내 응고장애에 대해 의료진이 적절한 경과 관찰 등 주의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판단했다. 해당 장애는 수술이나 외상 과정에서 응고 성분에 문제가 생겨 출혈을 통제할 수 없는 증상을 말한다. 재판부는 "수술 종료 55분 만에 수술 부위에 심한 삼출이 생겼으면 의료진이 자궁 상태가 안정적인 것만 확인하고 (고인을) 방치할 게 아니라 혈액 응고 인자 검사(혈액검사)의 응급 시행 등 적절한 조치를 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의료진이 혈액검사가 처방된 뒤에도 2시간이 지나서 검사를 위한 채혈을 한 점 등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런 과실로 인해 고인이 사망했을 개연성이 인정된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아울러 손해배상 소송 중에 병원 측이 유족을 상대로 미납한 수술비 447만 원을 내라며 제기한 맞소송은 기각했다. 유족 측은 소송 중에 병원 측이 "소송을 안 하면 치료비를 받지 않겠다"는 식으로 소 취하를 에둘러 종용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병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한 대응 계획 등을 묻자 "아직 정해진 건 없다"고 밝혔다.
최현빈 기자 gonnal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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