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반짝, 엔데믹과 함께 관심 멀어져… XR 기술은 시나브로 발전 중
올 2월 출시된 애플 ‘비전 프로’ 기대가 실망으로… 여전히 무겁고 비싸, 업계 개선 진행 중
삼성 구글·퀄컴과 손잡고 2025년 ‘XR 헤드셋’ 출시, 메타·애플과 경쟁 예고…2026년엔 스마트 글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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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이 세계를 휩쓸 당시 메타버스는 인류의 미래를 바꿀 획기적인 기술처럼 등장했다. 하지만 당장 현실로 이뤄질 것만 같았던 메타버스 관련 기술은 실제 여러가지 기술적 환경적 제약에 가로막혀 대중의 기대치를 넘어서지 못했다.
올해 2월 애플이 오랜 기간 뜸들이던 MR(Mixed Reality, 혼합현실) 헤드셋 ‘비전 프로’를 선보였지만, 약 500만원이 넘는 비싼 가격과 여전히 무거운 무게 등으로 인해 오히려 실망감을 더한 결과를 초래했다. 실 사용자들의 평가는 나쁘지 않지만, 대중화라는 벽을 넘지는 못한 셈이다.
그 사이 글로벌 기술 트렌드는 이내 생성형 AI로 대체됐고, 메타버스는 그렇게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잊혀지는 듯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AI 기술의 비약적 진보와 함께 새로운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메타버스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수년 전 사명까지 바꾸며 ‘메타버스’ 시대로의 비전을 제시한 메타를 비롯해 애플이 양대 산맥처럼 버티고 있는 이 시장에 최근 삼성전자가 가세했다는 소식까지 들리고 있다.
과연 메타버스, 그리고 그 근간이 되는 *XR(eXtended Reality, 확장현실) 기술의 향방은 어떻게 될까? 2025년 새해가 얼마 남지 않은 현 시점에서 업계 전문가의 전망과 주요 이슈를 알아봤다.
*XR은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 MR(Mixed Reality, 혼합현실)을 모두 포함하는 포괄적인 용어로, 메타버스의 경험과 몰입도를 높이는 기술이다.
스마트 글래스, 메타버스의 물리적 관문 역할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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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A홀에서는 서울경제진흥원(이하 SBA)이 주관한 ‘서울 XR포럼’이 개최됐다. ‘XR:경계의 축소, 가능성의 확장’을 주제로 진행된 이날 행사의 시작을 알린 것은 이재훈 서울경제진흥원 산업거점본부장의 ‘XR중장기 전략 발표’였다. 이 본부장은 지난 2018년부터 VR/AR로 진행된 SBA의 XR 산업 중장기 전략이 올해 3단계로 접어들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했다.
이 본부장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부터 오는 2028년까지 이어질 SBA의 XR 전략은 ‘4칙연산’으로 대변된다. 혁신 네트워크와 펀드를 구성하는 등 대내외 자원을 집결하는 더하기 전략, 표준 사양을 확립하는 등 비효율을 제거하는 빼기 전략, 산업과 기관이 협업해 융복합형 과제를 도출하며 시너지를 내는 곱하기 전략,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XR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나누기 전략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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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XR 산업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주제로 기조 발표에 나선 현대원 서강대 메타버스전문대학원 원장은 1935년 스탠리 와인바움의 소설 ‘피그말리온의 안경’에서 시작된 XR 개념과 함께 1962년 헐리우드 센서라마, 1969년 이반 서더랜드의 ‘HMD’, 1993년 세가 VR, 2010년 오큘러스, 2015년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XR, 2016년 포켓몬 고, 2019년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로 이어지는 발전 과정을 되짚었다.
이어 현 원장은 AI와 결합된 XR 기기 ‘스마트 글래스’의 기술적 진보가 스마트폰을 대체하며 산업과 문화에 격변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 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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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글래스를 통해 AI와 결합이 우리 일상 생활에 굉장히 깊게 들어오게 될 겁니다. 또 (AR 헤드셋 등과 달리)경량화와 심미성을 갖춘 덕분에 사람들에게 패션 필수템으로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향후에는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과 가전사들이 협업해 자신들의 브랜드를 입힌 스마트 글래스를 출시하는 시대가 될 거예요. 그렇게 스마트 글래스가 스마트폰을 대체하면 사람들의 두 손이 자유로워지며 각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도 이어질 것이고요. 몰입형 원격 근무와 가상 공간의 협업이 가능해지겠죠. 결국 착용형 디바이스 패러다임의 시대가 열릴 것이고, 이는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상호작용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게 될 겁니다. 다시 말해 스마트 글래스가 메타버스의 물리적 관문 역할을 하게 된다는 거죠.”
메타버스 시대를 위한 XR의 기술적 과제는?
이날 행사에서 현 원장은 XR 스마트 글래스로 본격화될 미래상을 전망하는 한편으로 아직까지 해결되지 못한 기술적 과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바로 가격과 경량화, 베터리 기술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지적은 NH투자증권 이규하 애널리스트의 ‘하드웨어 관점에서 바라본 XR 동향 및 전망’ 발표를 통해서도 이어졌다. 이 애널리스트는 XR 기기가 해결해야 할 몇 가지 과제와 함께 직접 애플 ‘비전 프로’를 사용해 본 소감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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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R 산업이 본격적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은 것은 메타가 선보인 메타 퀘스트 2를 통해서 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 시장이 급성장을 했지만, 최근에는 주춤한 것이 사실입니다. 후속작이 나왔지만, 콘텐츠에 변화가 거의 없었던 탓에 소비자의 호응을 얻지 못한 거죠. 이후 올해 초 나온 애플의 ‘비전 프로’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지만, 가격이 비싸고 여러 단점이 있어 시장 자체는 좀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저 역시 출시 직후인 3월 미국에서 구입해 지금까지 쓰고 있는데, 결론적으로 요즘 제 일상의 대부분을 ‘비전 프로’와 같이 하고 있습니다. 업무는 물론 영화와 책 읽기도 비전 프로로 가능하죠. 물론 오래 사용하면 확실히 목 등에 부담이 느껴지는 것은 맞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하면서 기존 생각했던 XR 개념 보다는 좀 더 확장적인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이 애널리스트는 “내년은 물론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XR 기기 시장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 놓기도 했다. 또 앞서 현 원장이 언급한 바와 같이 스마트 글래스 출시를 ‘XR 시장의 가장 큰 기회’로 지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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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메타가 XR 시장의 60~70%를 점유하고 있죠. 그 외에 애플과 소니 등이 나머지 시장을 차지하고 있고요. 특히 2026년이 되면 메타를 비롯해 삼성전자 역시 스마트 글래스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게 되면 시장은 더욱 빠르게 성장할 거라고 봅니다. 안경 같은 경우 휴대성이 좋고 헤드셋과 달리 어디에나 쓰고 다닐 수 있으니까요. 애플 역시 비공식적으로 국내 글로벌 업체들과 스마트 글래스 개발에 나서고 있죠. 좀 더 미래에는 안경을 넘어 콘택트 렌즈와 같은 방식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삼성 가세한 XR 디바이스 경쟁, 글로벌 빅테크 전면전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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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R 포럼에서 나온 전망은 이미 현재진행형이 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발표한 XR 헤드셋 ‘프로젝트 무한(Moohan·無限)’ 개발 계획이 그것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12일 구글, 퀄컴과 미국 뉴욕 구글 캠퍼스에서 개발자 대상 행사인 ‘XR 언락(XR Unlocked)’을 통해 ‘안드로이드 XR’ 플랫폼과 이를 탑재할 최초의 기기 ‘무한’을 공개하기도 했다.
‘안드로이드 XR’은 삼성전자, 구글, 퀄컴이 개방형 협업을 통해 공동 개발한 플랫폼이다. 멀티모달(Multi-modal) AI를 기반으로 사용자가 외부·가상 현실과 다양한 감각을 통해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특징은 구글의 생성 AI ‘제미나이(Gemini)가 적용돼 자연스러운 대화 방식으로 정보를 탐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사용 상황과 맥락을 AI가 이해하고 수행하는 AI 에이전트 시대를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안드로이드 XR은 기존 안드로이드 모델과 마찬가지로 개방성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즉 오픈(Open) XR, VR 및 모바일 AR 커뮤니티와 개방형 협업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와 구글은 이를 기반으로 과거 스마트폰 시대의 안드로이드폰과 같이 다양한 서드파티 앱, 서비스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하며 빠르게 규모를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이와 같은 전략을 두고 향후 스마트 글래스 등장 이후 시장 선점을 위한 노림수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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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안드로이드 XR을 적용한 최초의 헤드셋인 ‘프로젝트 무한’의 출시가 내년으로 예고됐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이는 현재 메타와 애플이 주도하는 XR 디바이스 시장 경쟁에 본격적으로 참전하겠다는 의미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프로젝트 무한’은 주변 현실과 가상 세계를 넘나들며 물리적 제약 없이 기술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으로, 완전히 새로운 차원을 여는 디바이스가 될 전망이다. 특히 삼성 측은 “최첨단 XR 기술과 사용 맥락을 이해하는 멀티모달 AI의 결합으로 새로운 폼팩터 혁신을 위한 완벽한 조건이 갖춰졌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프로젝트 무한’의 성공 여부는 애플의 ‘비전 프로’를 통해 드러난 XR 헤드셋의 숙제를 어떻게 풀어 내느냐에 달렸다. 바로 가격 현실화와 경량화다. 애플 역시 가격과 무게를 줄인 ‘비전 프로’ 후속 모델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2025년은 XR 헤드셋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기업들의 기술 경쟁이 한층 격화되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이는 향후 스마트 글래스로 이어질 XR 디바이스 시장의 주도권이 걸린 만큼 어느 기업도 피할 수 없는 대결이 될 듯하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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