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침해 없다' 결론…개발비·사업폐기 등 수백억 손실
롯데지주가 최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롯데헬스케어의 법인을 청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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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헬스케어가 설립 3년도 채 안돼 문을 닫게 됐습니다. 롯데지주가 최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롯데헬스케어의 법인을 청산하기로 결정했는데요. 롯데헬스케어는 지난 2022년 4월 롯데지주가 700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회사입니다.
같은 해 6월 출범한 롯데바이오로직스에 104억원을 출자한 것을 보면 롯데지주가 롯데헬스케어에 거는 기대가 남달랐다는 걸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작년에 롯데지주가 유상증자를 통해 500억원의 자금 지원까지 나섰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죠.
롯데헬스케어에 비운의 그림자가 드리운 건 본격적인 사업에 돌입하기 전부터였습니다. 초기 롯데헬스케어의 주요 사업은 개인맞춤형 건강관리 플랫폼 '캐즐'과 영양관리 디스펜서 '필키'였습니다. 지난해 1월 세계 최대 전자제품박람회 CES에 참가해 캐즐과 필키를 야심차게 선보였는데요.
캐즐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설문조사와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해 개인별 맞춤 영양제 등 건강 관련 제품들을 추천, 판매를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이었습니다. 필키는 캐즐과 연동해 개인 건강에 따른 영양제를 시간에 맞춰 배출하는 기기입니다.
같은해 CES에 참여했던 스타트업 알고케어가 필키와 자사 제품인 '뉴트리션 엔진'이 유사하다며 기술 도용 의혹을 제기하면서 국내를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실제로 롯데헬스케어가 필키를 개발하기 전에 알고케어의 디스펜서를 도입하려고 사업을 논의했지만 두 회사간 의견 차이로 성사되지 않았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술 도용 의혹에 무게가 실렸습니다.
결국 국회와 여론의 비난이 커지면서 롯데헬스케어는 필키 사업을 접었습니다. 이후 시간이 지나 법적 소송에서 특허침해가 없다고 결론이 나왔지만 디스펜서 개발비용부터 법무비용, 디스펜서 사업 폐기 비용 등으로 이미 수백억원을 날린 상황이었죠.
원래 필키는 롯데가 서울 마곡과 부산에 지은 실버타운인 롯데 VL 르웨스트와 VL 라우어에 서비스될 예정이었습니다. 다른 기업들을 대상으로는 직원 복지로 필키를 설치하도록 영업할 계획이었고요. 롯데지주와 계열사들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고정적인 수익을 내면서 점차 사업을 확대할 수 있었을 겁니다.
필키 사업이 무산되면서 롯데헬스케어는 캐즐 하나만으로 사업을 이끌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 등으로 가입자들을 끌어모으려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해왔습니다. PB(자체 브랜드) 건강기능식품 등 상품들도 판매했고요. 하지만 네이버, 쿠팡, 알리 등 없는 게 없는 막강한 플랫폼들 사이에서 건강에만 초점을 맞춘 플랫폼이 성공을 거두기는 어려웠죠. 지난해 매출은 8억원에 그친 반면 영업손실은 약 229억원에 달했습니다.
롯데그룹의 유동성 문제가 아니었더라도 필키 사업 좌초와 국내 플랫폼 시장 상황상 롯데헬스케어는 정리수순을 밟았을 겁니다. 특허 분쟁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필키 사업을 접지 않았다면 롯데헬스케어가 몰락하지 않았을 수도 있죠. 안타깝게도 롯데헬스케어는 국회와 여론몰이로 희생된 비운의 기업으로 남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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