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딩 재킷, 폐지 판 돈 등
부산서 익명의 기부 잇달아
폐지를 모아 파는 80대 여성이 어려운 이웃에게 써달라며 최근 부산 사상구 괘법동 행정복지센터에 기부금을 놓고 갔다. 괘법동 행정복지센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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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 도움이 필요한 아이에게 전달해 주세요.”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부산 북부경찰서 덕천지구대 입구에서 발견된 상자에 이런 내용이 적힌 손 편지와 저금통, 김치, 아동용 패딩 등이 담겨 있었다. 1000원권 지폐 30장도 있었다. 기초수급자이고 세 아이의 아빠라고 자신을 소개한 기부자는 편지에 “남매들의 용돈으로 저금통이 채워졌다. 지폐는 더러워 은행에서 깨끗한 것으로 바꿨다”고 썼다. 그는 “막내 생일을 맞아 뜻깊은 하루를 만들어주기 위해 기부를 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24일 부산 북구 덕천지구대 입구에 놓인 상자에서 발견된 기부 물품과 손 편지. 기부자는 2022년 9월부터 11차례에 걸쳐 이 같은 기부를 했다. 부산 북구 덕천2동 행정복지센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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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성은 올해 어린이날 하루 전인 5월 4일 “어려운 아이 가정에 전달됐으면 한다”라는 취지의 편지와 1000원짜리 지폐 30장과 라면, 과자 등이 든 종이상자를 이 지구대 앞에 놓고 가기도 했다.
지구대에서 기부 물품을 전달받은 덕천2동 행정복지센터는 이 남성이 2022년 9월부터 11차례에 걸쳐 이런 기부를 했다고 밝혔다. 첫 기부 때는 “홀몸노인에게 전달해달라”며 라면 15봉지를 두고 갔다고 한다. 덕천2동 관계자는 “편지에 적힌 대상자에게 물품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자신도 넉넉한 형편이 아니지만 연말을 맞아 더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품과 후원금을 전달하려는 익명 기부자의 발걸음이 부산 지역 행정복지센터로 이어지고 있다. 사상구 괘법동 행정복지센터는 최근 폐지를 주워 파는 80대 여성이 10만 원을 전달하고 갔다고 밝혔다. 괘법동 관계자는 “기부자가 고철과 폐지 등을 팔아 모은 적은 돈이지만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며 “이 여성은 5년 전부터 연말이면 이런 기부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일 수영구 광안4동 행정복지센터에는 10만 원 상당의 김치 20kg이 전달됐다. 광안4동 관계자는 “익명의 기부자는 어려운 이웃이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지내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고, 지난해 말에도 같은 양의 김치를 후원했다”고 밝혔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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