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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한반도 포커스] 2024년, 김정은은 승리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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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노동신문을 보면 연말을 맞아서 김정은의 업적을 기리는 기사가 계속 실리고 있습니다.

사실 올해 2024년은 김정은에게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해였습니다.

먼저 김정은은 김일성의 권위에 버금가거나 김일성의 권위를 넘어서는 위상을 마련해 가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개교한 노동당 중앙간부 학교에 김정은의 초상화가 김일성 김정일의 초상화와 나란히 걸렸는데요.

김정은이 김일성 김정일의 반열에 올라섰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었습니다.

거기다가 북한에서는 원래 김일성 생일을 태양절이라고 불러왔는데 이 태양절이라는 용어가 올해 거의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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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에 주체조선의 태양 김정은 장군 만세라는 구호들이 늘어가기 시작했는데요.

김일성을 태양의 자리에서 내리고 김정은이 태양이 되고 싶다라는 걸 단적으로 상징한다 이렇게 볼 수도 있겠습니다.

대외 관계에서도 북한은 올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핵심은 러시아와의 관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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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은 올해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을 했는데요.

여기에 자동군사개입 조항이 들어갔습니다.

한쪽이 무력 침공을 당하면 다른 쪽이 지체 없이 도와준다는 내용인데요.

탈냉전기에 소원했던 양국 관계가 동맹 수준으로 복원됐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북한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북한군을 러시아에 파병하는 초강수를 뒀습니다.

사실 북한군의 해외 파병은 북한으로서는 부담이 되는 면이 있습니다.

전쟁이 길어져서 북한군 사상자가 늘어나고 계속해서 추가 파병을 해야 되는 상황이 되면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북한 내에서 늘어갈 테니까 북한으로서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때마침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이 됐습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식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전쟁이 조만간 끝날 가능성이 있는데요.

이렇게 되면 북한은 파병했다는 생색을 내고 러시아로부터 챙길 것을 챙겨가는 이득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여기다가 트럼프가 북미 대화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고, 북한의 적대적이었던 윤 대통령이 탄핵됐기 때문에 국제 정세가 북한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다가 또 내치 부문에서 보면은요.

김정은이 올해 들어서 중점적으로 추진해 왔던 지방 공업 발전 계획, 즉 전국 한 20개 지역에 지방의 경공업 공장을 만드는 계획이 어느 정도 외관상으로는 성과를 거뒀고요.

압록강의 수해 복구 작업도 일정 정도 마무리됐습니다.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보면 김정일에게 올해 2024년은 승리의 해였다 이렇게 평가할 수도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 보면 북한 정권의 비정함과 무능함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먼저 7월에 압록강 수해 부분을 보면은요.

당시 북한은 호우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는데도 대비를 제대로 안 하고 평양에서 이른바 전승절 행사를 떠들썩하게 하다가 엄청난 인명 피해를 당하는 전형적인 인재를 겪었습니다.

뒤늦게 김정은이 현장에 달려가는 등 호들갑을 떨었지만, 인명 피해가 하나도 없었다고 강변하고 피해 감추기에 급급하면서 가족을 잃은 수재민들이 마음 놓고 슬퍼할 수도 없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러시아 파병의 경우에도 가족들에게는 일언반구 없이 파병을 해서 가족들이 뒤늦게 알고 크게 동요했고, 이렇게 동요하는 가족들에 관한 소문이 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가족들을 집단 격리시키는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성권/국회 정보위 국민의힘 간사 (지난 10월) : 선발 군인 가족들이 크게 오열한 나머지 얼굴이 많이 상했다는 등 이런 말까지 회자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3월 있었던 북한 공수부대원들의 훈련 참사도 북한 정권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당시 훈련장 상공에는 낙하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센 바람이 불고 있었는데요.

북한은 공수부대 훈련을 강행을 해서 수십 명이 죽거나 다쳤습니다.

김정은과 딸인 김주혜가 훈련을 참관하고 있었기 때문에, 군인들이 죽건 말건 그냥 훈련을 강행을 한 겁니다.

이렇게 어이없는 일들이 연이어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밖으로 표현은 못하더라도 내부적인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고 볼 수 있을 텐데요.

이러다 보니까 김정은이 느끼는 신변 불안감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9월에 특수부대 훈련장에 갔을 때 김정은의 경호원들이 완전 무장을 한 채 사격 훈련을 하는 군인들 뒤에서 방아쇠에 손가락까지 걸고 경호하는 모습은 최후의 보루라는 군대마저 믿지 못하는 김정은의 불안감을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절대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항상 불안한 김정은.

2024년 북한의 모습입니다.

(영상편집 : 김종미)

안정식 북한전문기자 cs7922@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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