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선 다음날인 11월 6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의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선거의 밤’ 행사에 등장해 승리 연설을 하고 있다. 웨스트팜비치/AFP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1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과 눈앞에 온 트럼프 2.0
국내 반대파와 동맹국들을 비롯한 외국 정부들에 반감과 두려움의 대상이던 도널드 트럼프가 11월5일 대선으로 제47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1892년 그로버 클리블랜드 이래 첫 임기를 마칠 때 연임에 실패한 미국 대통령이 4년 뒤 재선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불사조’ 트럼프의 복귀는 2016년 대선 승리 때보다 화려한 전적으로 뒷받침됐다. 첫 승리 때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에게 전국 득표율은 뒤졌으나 이번에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전국 득표율에서도 1.5%포인트 앞섰다. 확보한 선거인단도 312명 대 226명으로 크게 앞섰다. 초박빙 승부가 펼쳐질 것이라던 7개 경합주도 싹쓸이했다.
트럼프의 당선에는 40여년 만의 최고 물가 상승률이 크게 기여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일자리 창출 성과 등을 자랑했지만 소비자들 주머니를 털어가는 물가 상승은 만회가 어려운 불만 요인이었다. 트럼프가 “마약 밀매자와 성폭행범들이 국경을 넘어오고 있다”며 공포심과 배외 감정을 적극 조장하고 이용한 것도 당선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
시사지 타임은 ‘올해의 인물’로 트럼프를 선정했다. 하지만 2024년뿐 아니라 2025년도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의 해’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충성파로 내각을 채우려고 하는 트럼프는 과거 통치 경험을 바탕으로 더 자신감 있게 자신의 의제를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과 함께 치른 의회 선거로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 다수당이 된 것도 그에게 무기를 더 쥐여준 꼴이다. 트럼프가 내년 1월20일 취임도 하기 전에 캐나다·멕시코·중국에 대해 관세 부과 또는 추가 방침을 밝히는 등 거센 압박을 경고한 것은 ‘트럼프 2.0’ 시대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우크라이나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공개한,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의 모습.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 동영상 갈무리/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2 북한군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10월18일 한국 정부는 처음으로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을 공식 확인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우크라이나군이 일부를 점령 중인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 북한군 1만1000여명이 배치됐으며, 12월 들어 이들이 실제 교전에 투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군 파병은 북-러의 밀착과 관련이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월19일 방북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했다. 당시 두 정상은 한쪽이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지체 없이 군사 원조 등을 제공한다는 내용을 빼대로 한 북-러 조약 체결에 합의했다. 옛 소련 시절 군사동맹 관계를 복원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 조약 체결 뒤 북한군 파병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군 참전 규모와 역할 및 피해 규모는 분명히 있다. 우크라이나는 12월23일 북한군 사상자가 3천명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한국 군은 1100여명 그리고 미국은 수백명이라고 추정한다.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
11월 24일 일본 니가타현 사도섬 아이카와개발종합센터에서 열린 ‘사도광산 추도식’에서 일본 정부 쪽 대표로 참석한 이쿠이나 아키코 정무관이 내빈 인사말을 마친 뒤 자리로 돌아오고 있다. 사도·도쿄특파원 공동취재단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3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 유산 등재와 굴욕 외교
파행, 굴욕, 외교 참사.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과정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모습을 설명하는 말들이다. 일제강점기 조선인이 대규모로 강제동원됐던 사도광산이 7월27일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일본 정부는 ‘조선인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겠다’고 끝내 약속하지 않았다. 그러나 윤 정부는 한국 정부 동의가 필요한 이 사안에 대해 “일본이 선제적 조치를 취할 것을 전제로 등재 결정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결국 사달이 났다. 사도광산 역사 전시관인 아이카와향토박물관에 “강제”라는 표현을 명시해달라는 요청을 일본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본 쪽이 ‘강제성이 드러나는 표현’에 동의했다”는 외교부 주장도 거짓이었다. 일본이 약속했던 ‘조선인을 포함한 모든 희생자를 기리는 추도식’이 넉달 뒤인 11월24일 일본 정부 주도로 열렸지만 파행으로 끝났다. 일본 쪽은 추도식에서 ‘강제성’을 인정하는 대신 희생된 노동자들에게 “감사한다”는 표현을 썼다. 한국 정부와 유가족들은 이 추도식에 불참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10월 1일 이시바 시게루 내각 출범 뒤 각료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AFP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4 이시바 시게루 새 총리 취임과 소수여당 된 자민당
일본 정치권이 이례적으로 어수선한 한해였다. ‘1당 독주 체제’를 유지하던 집권 자민당이 흔들렸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당내 파벌 의원들의 비자금 파문과 서민들의 고물가 불만을 사그라뜨리지 못한 채 3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총리 후보 5수생’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이 자민당 총재 선거 결선에서 극적인 역전승으로 당선돼 총리에도 올랐다. 하지만 취임 초부터 낮은 지지율로 불안한 출발이었다. 중의원 조기 해산과 취임 한달 만의 총선거로 승부수를 던졌지만 참패였다. 전체 465석 가운데 자민(191석)-공명(24석) 연립여당이 과반을 하지 못했다. 자민당의 단독 과반 실패는 12년 만이고, 공명당을 더해서는 15년 만의 일이다. 소수 여당이 된 자민당은 의석 28석에 불과한 국민민주당에 끌려다니고 있다. 새해 중·참의원(상·하의원) 선거를 동시에 치르는 ‘더블 선거’ 예상도 나온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야흐야 신와르의 2017년 생전의 모습. AFP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5 신와르 사망과 기로에 선 가자 전쟁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지도자 야흐야 신와르가 10월16일 이스라엘군의 드론 공격으로 가자지구 남부에서 사망했다. 그는 가자 전쟁 발발의 계기가 된 2023년 10월7일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기획한 인물이다. 그는 1987년 제1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반이스라엘 독립 투쟁) 때 하마스 창립에 참여한 뒤 1989년 이스라엘 병사 2명을 살해해 종신형을 선고받고 이스라엘에서 복역하다 2011년 풀려났다. 2017년 2월 하마스 가자지구 지도자가 되었고, 7월 말 하마스 정치 부문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가 암살당한 뒤 정치 지도자까지 겸했다. 이스라엘군이 이런 신와르를 사살한 것은 가자 전쟁의 분기점이 되었다.
하마스의 대표적 강경파인 신와르가 사망한 뒤 하마스와 이스라엘 사이 가자전쟁 휴전 협상이 재개됐으나, 수차례 협상에도 양쪽은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이슬람주의 무장 조직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샴’이 주도하는 반군이 바샤르 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린 12월 8일 시리아 다마스쿠스 말리키 지역에 있는 아사드의 사저에 사람들이 진입하면서 아사드의 초상화를 밟고 지나가고 있다. AFP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6 헤즈볼라 약화와 아사드 정권 몰락
9월16일과 17일 이스라엘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조직원들이 사용하는 무선호출기(삐삐)·무전기를 잇달아 폭발시키는 테러를 일으켰다. 이 테러로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37명이 사망하고 약 3천명이 다쳤다. 이후 이스라엘은 레바논을 융단폭격하기 시작했고, 9월27일 헤즈볼라를 30년 넘게 이끌었던 하산 나스랄라 사무총장을 벙커버스터를 떨어뜨려 숨지게 했다. 가자 전쟁 발발 이후 하마스를 돕기 위해 이스라엘을 공격해온 헤즈볼라는 현저히 약화됐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과 11월27일부터 60일간의 휴전에 합의했다.
헤즈볼라의 약화는 나비 효과를 일으켜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독재정권을 붕괴시켰다. 아사드 정권의 군대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지원 여력이 줄어든 러시아에 이어 헤즈볼라 도움까지 감소하자 맥없이 반군에 무너졌다. 이슬람주의 무장단체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샴(HTS)은 12월8일 수도 다마스쿠스에 입성했고, 아사드 대통령은 러시아로 망명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이 12월 18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7 세계 각국 금리 인하
‘긴축 시대’가 저물었다. 물가 상승 속 경기 침체 우려에 금리에 손을 대지 못했던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올해 들어 금리를 잇달아 내렸다. 치솟았던 물가가 안정세를 보인 가운데 경기 위축 경고등이 켜지자 방어에 들어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5.25~5.50%에서 4.75~5.0%로 한번에 0.5%포인트 내리는 ‘빅컷’을 결정했다. 4년 반 만의 금리 인하였다. 이어 11월과 12월 0.25%씩 더 인하했다. 올해 3차례 정책금리를 내린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12일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이사회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더 내렸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으로 침체 우려가 커지자 중국 인민은행은 사실상 정책금리로 간주하는 대출우대금리를 올해 세차례 내렸다. 금리 인하가 추세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물가를 밀어올릴 수 있는 관세전쟁을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귀환하는데다, 여러 지정학적 긴장이 잦아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2024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왼쪽)와 존 홉필드 프린스턴대 교수. 노벨위원회 누리집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8 노벨상도 휩쓴 인공지능 열풍
전세계를 휩쓴 인공지능(AI) 열풍이 2024년엔 노벨상도 삼켰다. 노벨위원회는 10월 인공지능 신경망과 딥러닝 개발에 기여한 공로로 존 홉필드(91)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와 제프리 힌턴(77)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 등 2명에게 물리학상을, 인공지능을 활용한 단백질 구조 예측 기술을 개발해 화학 발전에 기여했다는 공로로 데이비드 베이커(62) 미국 워싱턴대 단백질디자인연구소 교수,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48) 최고경영자, 존 점퍼(39) 수석연구원 등 3명에게 화학상을 안겼다.
인공지능 기술 기반을 닦은 이들에게 물리학상을, 이를 활용해 50년 생화학계 난제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한 이들에게 화학상을 수여한 것인데, 이는 인공지능이 단순한 도구가 아닌 세계를 이해하는 핵심 도구로 자리매김했다는 노벨위원회의 선언과도 같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위청둥 화웨이 회장이 11월 26일 선전에서 열린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새 스마트폰 메이트70 시리즈와 새 운영체제 하모니OS 넥스트를 소개하고 있다. 화웨이 누리집 갈무리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9 미국의 수출통제와 화웨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기 위한 미국의 수출 규제는 올해 인공지능(AI) 기술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로 확대됐다. 미국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레거시(범용) 반도체에 대한 불공정 무역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최첨단 반도체와 저사양 반도체를 모두 틀어막거나 제재하겠다는 것이다. 화웨이로 대표되는 중국 정보통신(IT) 회사들은 자체 기술 개발과 우회 수입 등을 통해 미국 방어벽을 하나씩 허물고 있다. 화웨이는 11월 미국 안드로이드와 완전히 결별한 자체 운영체제(OS)를 내놨고, 스마트폰에 6㎚(나노미터·10억분의 1m) 칩을 탑재했다. 중국 당국은 5월 정부가 주도하는 64조원짜리 세번째 국가 반도체 펀드를 내놓는 등 반도체 자립을 이끌고 있다. 중국은 전기차, 로봇, 우주, 태양광, 조선 등 주요 산업 분야에서 자립을 이뤘지만 반도체 분야는 아직 정복하지 못하고 있다. 2018~19년 초강력 제재로 화웨이를 주저앉혔던 트럼프의 귀환은 더욱 치열한 미-중 2차 반도체 전쟁을 예고한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7월 30일 프랑스 북부 에냉보몽에서 극우 국민연합(RN) 지지자들이 총선 1차 투표 결과를 보고 환호하고 있다. 에냉보몽/AP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10 유럽 극우 약진과 프랑스 총선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집권 여당인 르네상스가 극우 국민연합(RN)에 완패하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의회를 해산하며 조기총선 승부수를 띄웠다. 그러나 7월 치러진 총선 1차 투표에서도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연합이 1위에 오르며 역풍을 맞았다. 8월 결선투표에서 좌파 연합인 신인민전선(NFP)이 1위를 기록하며 국민연합이 집권 여당이 되는 것을 겨우 저지했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우파 공화당 소속 미셸 바르니에를 9월5일 총리로 임명해 총선에서 드러난 유권자 뜻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12월4일 프랑스 하원은 바르니에 총리 불신임안을 통과시켰고, 바르니에는 제5공화국 역사상 최단명 총리로 기록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12월13일 범여권 중도 정당 모뎀의 프랑수아 바이루 민주운동 대표를 새 총리로 임명했고, 23일 내각 구성을 발표했다.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
▶▶한겨레는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 [한겨레후원]
▶▶실시간 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