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제기된 '새 떼와의 충돌'과는 다른 시나리오
아제르 검찰 "단정 못해... 모든 가능성 조사 중"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러시아연방 체첸공화국 수도 그로즈니로 향하던 아제르바이잔항공 여객기가 25일 카자흐스탄 망기슈타주 악타우시 인근에 추락한 현장에 사고기 잔해가 흩어져 있다. 악타우(카자흐스탄)=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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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제르바이잔 여객기 추락 사고 원인은 '러시아의 방공미사일 발사'였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당초 추락 이유로 제기된 '버드 스트라이크'(조류와 항공기의 충돌)가 아니라, 우크라이나군의 무인기(드론) 공격에 대한 러시아의 방어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2년 10개월간 계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빚은 또 하나의 비극일 수 있다는 얘기다.
아제르 여객기, 러시아 미사일에 맞았나
러시아 독립 언론 '메두자'는 25일(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항공 소속 여객기(J2-8243편)가 이날 오전 카자흐스탄 악타우시와 약 3㎞ 떨어진 지점에 추락한 사고와 관련해 "러시아 방공군 실수였을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엠브라에르190 기종인 이 여객기는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이륙해 러시아 연방 소속 체첸공화국의 수도 그로즈니로 향하던 중, 돌연 동쪽의 카스피해로 방향을 틀었고 악타우시에서 비상착륙을 시도하다 추락했다. 탑승자 67명 중 38명이 사망했다.
'미사일 격추설' 근거로 메두자는 군사 블로거 등을 통해 확보한 기체 외부 영상 및 사진을 제시했다. 해당 영상·사진에 담긴 여객기 꼬리 및 왼쪽 날개 모습을 보면 여러 개의 구멍을 포함해 파손된 흔적이 포착됐는데, 그 생김새가 미사일 공격을 받은 항공기에서 관찰되는 것과 유사하다는 이유에서다. 추락 전 촬영된 기내 영상도 공개됐다. 일부 좌석에 미사일 파편 탓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구멍이 나 있고, 승객들은 치료용 붕대를 찾고 있는 장면이 찍혀 있다. 몇몇 생존자는 "여객기가 외부에서 날아온 큰 파편에 부딪혔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정황상 미사일 발사 주체는 러시아군일 공산이 크다는 게 메두자 분석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러시아 편인 체첸의 여러 도시를 상대로도 드론 공습을 시도했고, 이에 러시아가 방공 태세를 강화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에도 그로즈니를 비롯, 사고 여객기 경로(바쿠~그로즈니)에 있는 러시아 마하치칼라 등에 드론 공습이 가해졌다. 추락 직전 여객기가 위성항법장치(GPS) 간섭을 심하게 받은 점도 예사롭지 않다. 항공기 항로 추적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해당 여객기는 추락 전 몇 분 동안 급격한 상승·하강을 반복하며 '8자 비행'을 했다.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출발해 러시아 연방 체첸공화국 수도 그로즈니로 향하던 중 25일 카자흐스탄 망기슈타주 악타우시 인근에 추락한 아제르바이잔항공 여객기 잔해 주변에 현지 소방 당국 등 관계자들이 출동해 있다. 악타우(카자흐스탄)=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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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르 검찰 "조사 중... 모든 시나리오 검토"
물론 '러시아의 오인 공격설'은 아직 추정에 불과하다. 여객기 블랙박스 등을 확보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아제르바이잔 검찰은 "현재로선 어떤 단정도 할 수 없고, 모든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에 앞서 러시아 민간 항공감시업체는 "새 떼와의 충돌에 따른 비상상황으로 항로가 변경됐다"고 밝혔다. 또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은 "악천후 때문에 항로가 변경됐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독립국가연합(CIS) 비공식 정상회의에서 철저한 조사를 당부하는 한편, 사고 현장으로의 의료진 급파 등을 지시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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