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14일 제주 서귀포시 섶섬 앞바다에 파랑돔 무리가 유영하고 있다. 파랑돔은 지난해 4월 해양수산부가 지정한 기후변화 지표종 23종 중 하나로 선정됐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고 지금처럼 살아갈 경우, 2100년이면 한반도 바다의 온도는 4.28도 상승하고 해수면은 56㎝ 높아질 전망이다. 한 해 대부분인 295.5일 동안 ‘바다 폭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 같은 해양 이상기후는 해양 생태계의 파괴뿐 아니라 폭염·폭설·태풍 같은 극한 기상현상으로도 직결된다. 올해 폭염과 가을 폭염, 이른 폭설 등 각종 이상기후 현상 뒤에도 ‘뜨거운 바다’가 배경으로 지목된 바 있다.
기상청은 26일 발표한 ‘뜨거워지는 우리 바다, 21세기 말 해양기후 급격히 변한다’ 제목의 전망자료에서 2100년까지 한반도 주변 해양 기후요소를 저탄소(SSP1-2.6)와 고탄소(SSP5-8.5) 두 가지 경로로 분석한 결과를 내놨다. 기상청은 앞선 2022년 전지구적 단위(100㎞)의 저해상도로 해양기후를 분석한 바 있으나, 한반도 주변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도록 작은 단위(8㎞)의 고해상도 시나리오로 해양기후를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가 제시한 저탄소 경로는 재생에너지 기술의 발달로 화석연료 사용을 최소화한 경제성장을 가정한 것이고, 고탄소 경로는 산업발전에 중심을 둔 높은 화석연료 사용량과 도시를 중심으로 한 무분별한 개발이 확대되는 것을 가정한 것이다.
분석 결과를 보면, 고탄소 경로에선 해수면 온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해 21세기 말(2091~2100년)에는 최근 10년에 견줘 평균 4.28도 상승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해와 동해중부 해역에서는 해수면 온도가 약 4.5도 상승해 전체 평균보다도 0.2도 이상 높게 나타났다. 저탄소 경로에선 2050년까지 상승하다가 이후 안정세에 접어드는 것으로 전망됐다. 해수면 높이는 고탄소 경로에서 저탄소 경로보다 0.21m 더 높은 0.56m 상승할 것으로 나타났다. 해수면 온도와 높이의 상승은 폭풍해일의 강도를 높이고 극한 파고 상승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 주변 해역 해수면 온도 변화(단위: 도). 기상청 자료 갈무리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바다의 폭염’이라고도 불리는 해양열파는 21세기 말에 이르면 발생일수와 발생강도 모두 최근 10년에 견줘 증가하며, 고탄소 경로에서는 그 변화폭이 매우 클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열파는 최근 10년(2015~2024년) 일평균 수온을 기준으로 삼을 때 상위 10%에 해당하는 고수온이 5일 이상 지속되는 현상이다. 고탄소 경로에선 해양열파가 1년 중 대부분인 295.5일 발생하고 그 강도(해양열파 시기 해수온과 평균 해수온 사이의 차이)도 2.54℃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저탄소 경로일 때보다 100일 많고, 2℃ 이상 높은 것이다. 해양열파가 발생하면 많은 바다 생물들이 높은 수온에 적응하지 못해 폐사하고, 해양 생태계 먹이 사슬이 붕괴되며, 어종 변화와 양식업 피해 등을 일으킨다. 폭염, 폭설, 강한 태풍 등 극한 기상현상 발생이 증가할 수도 있다.
표층염분도 주요 해양 기후요소 가운데 하나다. 표층염분은 고탄소 경로에서 204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해, 21세기 말에는 감소폭이 저탄소 경로에서보다 2배 컸다. 많은 해양 생물들이 특정 염분 농도에 적응해 살아가기 때문에 염분이 낮아지면 해양 생태계의 균형을 깨뜨리고, 어업과 양식업 등 수산 분야에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해수면 온도와 표층염분은 서해에서, 해수면 높이는 동해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변화폭이 가장 크게 나타났는데, 이처럼 해역별로 상이한 해양 기후변화 전망에 대해 기상청은 “지역별 맞춤형 기후위기 적응 정책 수립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장동언 기상청장은 “한반도 주변 해역에 대한 상세한 미래 예측자료는 해양 분야의 기후위기 적응과 대응을 위한 중요한 기초자료”라며 “기후위기 감시·예측 총괄기관으로서 신뢰도 높은 기후변화 예측자료 생산을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반도 주변 해역 해양열파 변화(단위: 일). 기상청 자료 갈무리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올해 한반도에서 폭염과 가을 폭염, 이른 폭설 등 극단적인 기후현상이 나타났는데, 다른 지역에 견줘 유독 높은 한반도 주변 수온이 그 배경으로 지목된 바 있다. 변영화 국립기상과학원 기후변화예측연구팀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전과 달리 해양 기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데, 한반도 주변 해역은 좁은 해역이라 전지구적인 모델로는 뚜렷하게 그 변화를 들여다볼 수 없던 상황이었다. 이제 한반도만을 대상으로 한 더 상세한 분석이 가능해졌다”며 이번 연구의 의의를 짚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한겨레는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 [한겨레후원]
▶▶실시간 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