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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법이 본회의를 통과해 효력을 발휘하게 될 경우, AI교과서는 교육계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채 방황하는 천덕꾸러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자료는 교과서와 달리 학교장 재량에 따라 선택적으로 교육에 활용될 수 있다. ‘도입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회색 지대에 놓이게 된다는 의미다.
이 같은 상황에 가장 애타는 곳은 AI교과서를 제작하기 위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소모한 AI 스타트업이다. AI교과서는 대체로 출판사와 AI 스타트업 합작으로 제작됐다. 주출원사인 출판 기업이 교육 콘텐츠를 마련하고, 보조출원사 AI 기업이 이를 기반으로 적절한 AI 기술을 구현하는 식이다.
AI교과서가 교과서 지위를 유지한다는 전제가 있다면, 이번 사업은 기업 입장에서 안정적이면서 에듀테크 기업 입지를 다질 수 있는 좋은 기회임이 틀림 없었다. 각종 AI 서비스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 속, 전국 학교를 대상으로 배포된다는 점을 활용해 자사 AI 기술을 자연스럽게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AI교과서 사업을 우선순위에 두고 각종 소요를 투자한 스타트업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AI교과서가 교과서 지위를 잃게 될 경우, 앞서 언급된 장점들도 함께 빛을 잃게 될 처지다. AI교과서를 도입해야 할 의무가 없는데다가 학부모 반대 여론까지 이어진다면 학교 입장에서도 선뜻 AI교과서를 교육 현장에 투입하기란 쉽지 않은 결정이다. 결과적으로 재원이 한정적인 스타트업 입장에서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예민한 교육 정책 특성상 정책 당사자를 대상으로 한 세밀한 설득 작업이 필요했지만, 충분한 소통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밀어붙인 결과다. 물론, 정부도 나름 양보와 설득 과정을 거쳤다는 입장이다. AI교과서 도입 긍정 효과 자료를 제시하고, 일부 과목에 대해서는 도입을 유예하는 등 대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AI교과서에 얽힌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반대 여론을 잠재우기는 역부족이었다.
가장 문제는 교육계에 대한 설득 과정에 필요한 명확한 선례나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실험적인 방법보다 안정적인 방식을 중시하는 교육 시장 상황을 무시하고,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에만 매몰된 채 정책을 추진한 탓에 교원 및 학부모는 물론 참여 기업들 모두 불만족스러운 결과를 낳게 됐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성급한 정책 추진에 애먼 스타트업들만 속이 타들어가는 형국이다. 정부를 믿고 사업에 뛰어들었던 기업 입장에서는 그간 투자한 시간과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갈 처지에 놓였다. 경기 침체 분위기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 등으로 스타트업들 곳간 사정은 상당히 어려워진 상황이다. 정부 사업마저 불안정해질 경우 이들은 더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AI 산업 일부로서 관련 스타트업 성장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 정부의 보다 신중한 정책 결정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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