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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제왕적 대통령제 끝낼 개헌 논의할 때…강성 팬덤정치 폐해 직시해야" [월간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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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김부겸 전 국무총리



“자신에 엄격했던 김대중·노무현이 정치 스승…진영 떠나 ‘공존의 공화국’ 절실”

“박근혜·윤석열, 중도·보수층에 깊은 상처 남겨…진보는 보수층 악마화해선 안돼”

“탄핵 이후 혼란 가라앉으면 하루빨리 경제 대책 세워 ‘트럼프 2.0’에 대비해야”

중앙일보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오귀스트 로댕 (1840~1917)의 작품 ‘칼레의 시민’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총리가 지난 12월 9일 월간중앙과 인터뷰하고 있다. 최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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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1840~1917)의 작품 ‘칼레의 시민’ 속 인물들은 고개를 떨군 채 슬픔 속에 잠겨 있다. 머리를 감싼 채 비통 속에 잠겨 있는 이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곧 죽음을 맞이할 운명이기 때문이다. ‘칼레의 시민’은 14세기 잉글랜드와 프랑스 사이 백년전쟁(1337~1453)을 배경으로 한다. 당시 승기를 잡은 잉글랜드 왕 에드워드 3세는 프랑스 칼레시(市)에 항복 조건으로 지도자 6명이 시민 대표로 나와 목숨을 내놓을 것을 요구한다. 대표 6명이 나오지 않을 경우, 칼레 시민들은 무차별 학살을 당할 위기에 놓였다. 다행히 시장과 시의회 의장 등 칼레의 정치·사회 지도자가 나서서 시민들은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그런데 죽음을 앞둔 ‘칼레의 시민’ 속 6명의 얼굴이 슬퍼보이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대표적이다. 김 전 총리는 지난 2015년 펴낸 저서 〈공존의 공화국(김부겸·김태훈 공저)〉에서 “그 얼굴들은 전혀 고통스럽지 않게 표현되어 있다”고 서술했다. 김 전 총리와 상암동 중앙일보빌딩에서 마주 앉은 지난 12월 9일, ‘칼레의 시민’에 관해 물은 이유다.

Q : 저서 〈공존의 공화국〉에는 ‘칼레의 시민’ 대표 6명의 표정에 대해 ‘고통스럽지 않다’고 서술했다.

A : “10여 년 전 미국 스탠퍼드대학교를 방문했을 당시 로댕의 작품 ‘칼레의 시민’을 볼 기회가 있었다. ‘칼레의 시민’은 알려진 바와 같이 죽음을 앞둔 시민 대표 6명의 이야기다. 죽음의 문턱에 섰다는 점에서 분명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아무리 대의를 위한다 해도 죽음 앞에서 고통이 아예 없을 수가 있겠는가?”

Q : 그럼에도 ‘고통스럽지 않다’고 서술한 이유는?

A : “작품 속 6명에 감정이입을 해봤다. 미술평론가가 아닌 정치인으로서 말이다. 고통과 고뇌 속에서도 소중한 공동체를 위해 목숨을 내놓는 결단을 내리는 순간이 어땠을지 상상해봤다. 그랬더니 떠오르는 게 있었다.”

Q : 무엇인가?

A : “정치인이 자신이 몸담고 있는 공동체에 굳건한 믿음이 있다면 마냥 고통스럽지만은 않을 것이란 생각이었다. 동시에 시민과 정치인 사이에 강한 믿음과 신뢰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정치인이 평소에 대의, 즉 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을 보이면 시민들과 정치인 사이에 믿음과 신뢰는 자연스레 형성된다. 로댕의 ‘칼레의 시민’은 오늘날 모든 정치인이 참고해야 할 작품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말이다.”

Q : 그 이유는?

A : “윤 대통령이 과연 단 한 번이라도 공동체를 위해 희생한 적이 있는가? 이번 ‘12·3 계엄’은 국민을 적으로 돌리고 되레 국민을 상대로 도발한 것 아닌가? 로댕의 ‘칼레의 시민’에서 보듯, 정치인은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정치인은 오로지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 윤 대통령 스스로 추위에 떨고 있는 국민께 어떤 답을 내놓아야 할지 하루빨리 자문자답하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아도 2025년 경제 전망이 우울하다. 최악의 상황에는 ‘제2의 IMF’와 같은 국가적 위기가 초래될 수도 있다.”

Q : 저서 〈공존의 공화국〉에는 “염치와 예의를 잃지 않는 게 보수”라는 내용도 담겼다.

A : “이 또한 윤 대통령이 새겨들었으면 한다. 로댕의 ‘칼레의 시민’이 전하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민심이 천심이란 것이다. 오늘날 윤 대통령은 어떠한가? 민심에 반하는 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을 위하기는커녕 해치려 하는 것 아닌가?”(인터뷰 뒤인 12월 14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되었다).



“개헌에 대한 전 국민적 토론 필요”



Q : 현실에선 로댕의 ‘칼레의 시민’ 속 지도자를 찾기 어렵다.

A : “동의한다. 또 그러한 현실이 대단히 안타깝다. 국민들이 지도자의 권력을 항시 감시·견제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끝내야 한다. 이번 ‘12·3 계엄’을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가 더 이상 존속 불가하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개헌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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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댕의 작품 ‘칼레의 시민’. 죽음의 문턱에 선 칼레시(市) 대표 6명이 고개를 떨군 채 비통함에 빠져 있다. [사진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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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대통령제를 폐지하고 내각제를 도입하자는 뜻인가?

A : “내각제는 물론, 분권형 대통령제도 좋은 선택지다. 물론, 충분한 사회적·국민적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 다음 대선에 도전장을 내밀 후보들이 국민적 토론을 거쳐 개헌을 약속했으면 좋겠다. 현실적으로 윤 대통령 탄핵 이후 다음 대선 전까지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최소한 대선 후보들이 개헌에 대한 국민적인 토론을 이끌었으면 한다.”

Q : 김 전 총리는 대선에 출마할 계획이 있는가?

A : “지금은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을 기다려야 한다. 헌재의 일정이 불투명한 가운데 개인적으로 다음 정치 일정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성급하고 또 적절치 않다. 다만, 향후 어떤 역할을 맡게 돼도 적어도 우리 공동체가 지난 몇 년간 겪어온 질곡(桎梏)은 반드시 치유하는 기회로 삼자고 국민께 호소할 계획이다.”



“DJ, 정적에 대해 보복하지 않아”



Q : 소위 언론 ‘헤드라인’을 장식할 만한 강성 발언을 하지 않는 이유는?

A : “강성 발언은 그 순간에는 시원하다. 문제는 결국 팬덤정치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팬덤정치는 결국 실패하기 마련이다. 당선, 혹은 집권은 가능해도 정치 퇴행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다. 정치 초년병 시절 내게 정치를 가르쳐준 스승은 ‘팬덤정치에 의존하지 말라’고 가르치셨다.”

Q : 스승이 누구인가?

A : “김대중 당시 평화민주당 총재 밑에서 정치를 처음 시작했다. 김대중 총재는 이후 대통령이 된 다음에도 정적에 대해 보복하지 않았다. 대통령 당선 이후 대통령 재임 5년 동안 스스로에 대해 냉철한 평가를 하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자신에게 엄격해야 한다는 사실을 김대중 대통령에게 배웠다. 반면 팬덤에 의지하는 순간, 본인에게 엄격해지기 어렵다. 미래 비전을 제시하기도 어려워진다. 강성이 위험한 이유다.”

Q :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A : “강성은 결국 우리를 불태운다. 강성만으로는 결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가령 노사 문제를 과거처럼 투쟁 일변도로 해결하려 한다면 제대로 된 해결책이 도출될까? 어렵다고 본다. 선진경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대화를 통한 양보와 합의가 필요하다.”

Q : 정치인 입장에선 강성 팬덤이 있어야 편하지 않은가?

A : “정치를 하는 목적에 따라 다를 것이다. 선거에서 당선되는 게 목표라면 강성 팬덤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런 정치는 정도를 걷는 게 아니라고 김대중 당시 평화민주당 총재, 노무현 당시 민주당 대변인에게 배웠다. ‘집권’하는 것과 ‘수권정당’이 되는 것은 다르다는 것도 배웠다. 노무현 대통령도 강성 팬덤에 기대지 않았다. 나는 더욱 그럴 생각이 없다.”

Q : 그 이유는?

A : “지난 19대 총선 당시 험지인 대구에 출마, 낙선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음 20대 총선에서도 대구에 출마했다. 사실 19대 총선 당시 국회의원 배지를 한 번 더 다는 게 목표였다면 험지에 도전하지 않았을 것이다.”(김 전 총리는 지난 2012년 제19대 총선 당시 내리 3선을 한 경기 군포시를 떠나 대구 수성구갑에 출마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이후 지난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 대구 수성구갑에 출마, 62.3%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Q : ‘정치인 김부겸’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A : “책 제목처럼 ‘공존의 공화국’을 만드는 것이다. 19대 총선에서 험지에 도전한 이유다. 총리까지 지낸 지금은 더욱 그러하다. 정치를 하는 사람이라면 ‘왜 정치를 하는가’를 끝없이 되물어야 한다. 선거에서 승리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면, 정치를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강성 팬덤정치는 지양해야”



Q : ‘공존의 공화국’이 실현 가능할까? 민주당에서는 ‘개딸’과 다른 목소리를 내면 정치적 입지가 크게 위축될 텐데?

A : “우선 ‘12·3 계엄’과 같은 사건은 법에 따라 엄벌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히 강조하고 싶다. 내가 말하는 ‘공존의 공화국’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야기하는 거다. 또, 다음에 진보진영에서 대통령이 나온다면 중도·보수층을 악마화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중도·보수 국민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을 겪으며 깊은 상처를 입었다. 박 전 대통령과 윤 대통령의 잘못이지, 보수 유권자의 잘못은 아님에도 말이다. 당연하지만 보수 유권자도 소중한 국민이다. ”

Q : ‘공존’을 실천하기란 참 어렵다. 사람마다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다 다르다.

A : “4선 의원, 행정안전부 장관, 국무총리로 일하며 배운 사실이 크게 두 가지 있다. 첫째는 우리 사회는 이해관계와 의견이 다른 사람들의 집합이란 사실이다. 두 번째는 진솔한 대화가 이견을 좁히는 데 생각보다 큰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Q : 저서 〈공존의 공화국〉을 통해 “인간은 욕망덩어리입니다. 그 인간이 모인 사회도 마찬가지”라고 서술했다. 과연 정치가 인간의 욕망을 꺾을 수 있을까?

A : “인간의 건강한 욕망에 대해 정치권이 해답을 제시하지 못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도 그중 하나다. 우리가 20차례 이상 다양한 해법을 냈지만 결국은 욕망의 각축을 제어하지 못하고, 부동산 정책만큼은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포기하면 안 된다. 다음에 들어설 정부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성장하면 된다. 특히 내년도 성장률이 1%대로 예상되는 만큼, 다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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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전 총리는 “중요한 건 경제다. 윤 대통령 탄핵 이후 혼란이 가라앉으면 하루빨리 경제 대책을 세워 ‘트럼프 2.0’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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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이 0.1%에 머물렀다.

A : “심각한 상황이다. ‘피크 코리아(Peak Korea)’가 현실화하지 않기 위해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미·중 관계도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국회를 중심으로 여야 정치권과 민간, 즉 기업이 함께 ‘코리아 원팀’을 꾸려 머리를 맞대야 한다. 트럼프 2.0 시대 글로벌 공급망 변화 선상에서 3PL(3자 물류)의 핵심 전초기지로 도약하기 위해선 하루빨리 준비해야 한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폐지하고 기업들에 주는 보조금을 대폭 삭감 혹은 폐지하면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해야 한다. 기업들이 독박을 쓰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다행히 아예 답이 없는 상황은 아니다.”

Q : 어떤 해법이 있을까?

A :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조선업을 언급했다. 실제로 미국 조선업은 한국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가 경쟁력이 있는 군함은 고부가가치 상품이다. 문제는 우리 조선업도 생태계가 무너져서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지속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런 점을 정치권이 적극 나서서 해결해줘야 한다.”

Q : 출산율에 비춰보면 노동력 부족 현상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A : “솔직히 출산율은 단기간에 반등하기 어렵다. 지난 15년간 200조원 가까운 예산을 집행했음에도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 또 저출산 대책이 단순 출산율 수치를 0.72(2023년)에서 0.9로 올리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사회적인 대전환이 필요하다. 사회적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저출산과 지방소멸을 해결하기 어렵다. 다문화가정 등 이민자 문제도 마찬가지다.”

Q : 이민자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보는가?

A : “이민 문제에 대해서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 이민자를 외면할 수 없다. 이미 250만명의 이주 노동자가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

Q : 지방소멸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A : “앞서 ‘부·울·경 메가시티’ 추진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부산에는 대학, 즉 청년들이 많다. 경남에는 각종 기업의 연구소가 많다. 울산은 제조업 역량이 세계적으로 뛰어난 도시다. 이 삼자 간에 함께 살 수 있는 ‘부·울·경 메가시티’를 구성하면 시너지가 생길 거다. 이처럼 각 지역에 맞는 지방분권과 균형 발전에 관한 국가적인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尹, 가치외교로 손발 묶여”



Q : 김 전 총리가 생각하는 외교는 무엇인가?

A : “국익을 도모하는 게 외교다. 반면 이번 정부의 외교는 정말 답답하다. 윤 대통령은 앞선 우리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구축을 위해 애쓴 분들을 ‘종북’이라고 프레임 짓는다. 동시에 추진한 게 ‘가치외교’다. 그 결과 한국 외교는 움치고, 뛸 여지가 차단됐다. ”

Q : 어떤 부분이 가장 잘못됐다고 보는가?

A : “이번 정부의 대일 외교가 대표적이다. 당연하지만, 일본에 할 말은 분명히 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때 일본과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두고 마찰이 있었다. 그러나 물밑 대화와 협상을 통해 일본으로부터 양보를 이끌어내면서 문제를 풀어나갔다. 반면 일본은 오늘날 윤 정부를 상대로 치팅(Cheating, 속임수)하고 있다. (태평양전쟁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인물이 참석한) 사도광산 사태가 대표적이다. 가치외교는 실체를 만들기 어렵다. 가령 문재인 정부는 경제 외교에 주안점을 뒀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인도, 인도네시아, 아세안(ASEAN)에 외교력을 강화한 이유다. 반면 윤 정부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안 보인다. 우리가 미국에 대해 이른바 윤 대통령 표현대로 ‘의리를 지켜서’ 남은 게 무엇인가? 외교는 상대편이 패를 다 읽지 못하게 하는 게 핵심이다. 물론, 한·미 동맹이 우리의 외교·안보의 기본 축이어야 한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를 위해선 북한, 러시아와도 외교 공간을 충분히 살려놔야 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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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5월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상춘재에서 김부겸 국무총리와 주례회동을 마친 후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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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총리 재임 시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다. 당시 미국·러시아와 모두 소통을 이어갔나?

A : “물론이다. 한·러 관계는 한·미 관계와는 또 다른 역사성이 있는 관계다. 사실 지금은 한·러 간에 외교가 작동할 여지가 사실상 사라진 것 같아 우려스럽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국제 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선은 이해한다. 그러나 우리가 우크라이나에 참관단을 보내고, 무기 지원을 검토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한 것은 문제다. 한국과 러시아라는 대단히 중요한 외교관계의 축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Q : 한·러 관계 회복을 위한 해법은 뭘까?

A : “정치적 혼란이 끝나고 다음 정부가 들어서면 우선 러시아에 특사 파견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신임 정부가 한·러 관계 회복에 나섰다는 분명한 사인을 러시아 측에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외교 무대에서는 소위 ‘그냥 주어지는 것’은 없다. ”



“경제성장이 최우선 과제”



Q : 미국 대선을 현지에서 지켜봤다. 소감이 궁금하다.

A : “흥미로운 점은 미국에서 만난 분들은 대선 최소 일주일 전부터 이미 트럼프의 승리를 점치고 있었다는 점이다. 미국 내 민심의 기류가 우리의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Q : 주요 외신에선 트럼프와 해리스의 박빙, 혹은 해리스의 신승을 예상했다.

A : “해리스는 바이든 행정부가 미흡한 점을 적절히 대처하지 못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특히 인플레이션과 마약, 불법이민자 문제가 컸다. 가장 눈에 띈 점은 민주당이 유지해 온 기존 노동자 계급 중심의 정당 브랜드 이미지가 최근 ‘정체성 정치’ 중심으로 변모한 것이다. 이번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Q :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A : “정체성 정치 중심 논의가 백인 노동자, 중산층, 노동자 계층의 소외감과 피로감을 키웠다. 사실 우리나라 민주당이 겪고 있는 문제와도 비슷하다고 느꼈다. 반면 트럼프는 실현 가능성은 떨어지더라도 과감하고 직설적인 메시지로 유권자들에게 다가갔다. 미국에 있으면서 다시 한번 공존과 포용의 정치가 필요함을 느꼈다. 경제성장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Q : 포용과 경제가 궤를 같이한다는 뜻인가?

A : “물론이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저술한 다론 아제모을루 미국 MIT 교수와 제임스 로빈슨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포용국가에서 경제가 발전하며, 착취국가에서는 경제가 추락한다고 분석했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 봤듯, 중요한 건 경제다. 윤 대통령 탄핵 이후 혼란이 가라앉으면 하루빨리 경제 대책을 세워 ‘트럼프 2.0’에 대비해야 한다.”

김태욱 월간중앙 기자 kim.tae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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