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스피커] 언어재활사 국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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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류란 이유로, 마이크를 가지지 못했던 사람들의 스피커가 되는 저널리즘.
열심히 공부해 딴 국가자격증이 하루아침에 종잇장이 되는 상황이 온다면 어떨까요. 자격증이 효력을 잃는 건 아닌지 설왕설래가 오가면서 자격증을 바탕으로 취업한 곳에서도 권고사직을 받고 일자리를 잃게 된다면 말입니다. 대학에서 관련 전공을 하고 해당 국가자격증을 취득하려고 공부를 해 오던 사람이, 곧 있을 시험에 응시원서를 접수해 놓았는데 일방적으로 접수 취소를 당한다면 어떨까요. 지난달 '언어재활사' 국가자격증과 그 시험을 둘러싸고 모두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사이버대' 응시 제한한 판결
언어재활사는 장애인복지법에 근거를 두고 있는 국가자격증입니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에서 그 시험을 주관합니다. 병원이나 사설기관, 복지관 등에 있는 언어치료실에서 일하는 전문가를 생각하면 이해가 쉬운데, 언어습득이나 언어처리 과정에 부족한 점이 있어 다른 사람과 원활한 의사소통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전문적인 진단과 훈련을 실시하는 전문가를 가리킵니다.
이 국가자격증 시험을 두고 이전과 다른 일이 생긴 건 지난 2022년, 언어재활사협회가 국시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부터였습니다. '2022년도 하반기 및 2023년도 상반기 보건의료인국가시험 시행계획 공고 가운데 언어재활사 2급 시행계획' 부분을 취소해 달라며, 언어재활사 자격 보유자와 시험 응시자 등이 함께 국시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겁니다. 해당 시행계획 부분이 무엇이길래 이들은 그 부분을 직접 취소해 달라고 소송을 냈을까요. 해당 시행계획상에 함께 공지된 언어재활사 응시자격, 국가시험 동일과목 인정 현황 등을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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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을 건 원고들은 이런 공고 내용들이 위법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고등교육법상 대학원·대학·전문대학에 '원격대학'이 해당하지 않는데, '원격대학'에서 언어재활 관련 학과 학위를 취득하거나 언어재활 관련 교과목을 이수한 사람에 대해서까지 2급 언어재활사 응시자격을 부여하는 건 문제라는 취지였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1일, 대법원은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응시공고에서 '대구사이버대' 부분을 모두 취소하기로 한 겁니다.
구체적인 판결 이유가 명시돼 있는 항소심 판결문을 살펴보면, 법원이 이렇게 판단을 한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고등교육법에 따른 대학원·대학·전문대학이라고 문구가 명시돼 특정돼 있는데, 별개의 '원격대학'이 앞선 대학원·대학·전문대학에 포함된다고 볼 수는 없단 겁니다. 또, 2급 언어재활사 자격요건을 위해서 규정하고 있는 실습 및 관찰 수업 시간이 있는데, 대학원·대학·전문대학에서는 교내에 실습실을 갖추고 실습, 실기과목을 운영하고 있는 반면 원격대학은 대면수업이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대학원·대학·전문대학에서 실시되는 수준의 교육이 이뤄질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그동안 원격대학에 개설됐던 관련 학과의 학위를 취득한 사람이나, 관련 교과목을 이수한 사람은 언어재활사 시험에 응시해서 합격한 경우 자격증을 받아 왔는데, 이 판결로 인해 응시자격이 제한되게 됐습니다.
"불법으로 응시한 것도 아닌데"
11월 1일 이 대법원 판결이 확정된 상황, 약 한 달의 시간을 남겨둔 11월 30일에 바로 언어재활사 다음 시험이 예정돼 있었습니다. 이 시험에 응시하려던 지원자들은 두 달 전인 9월에 이미 응시원서를 접수한 상태였습니다. A 씨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국시가 되게 가까워지는데 어떠한 (판결에 따른 국시원의) 결과가 안 나왔었어요."
그리고 11월 22일, 시험을 겨우 일주일 남짓 남긴 상황에서, 국시원은 원격대학에서 언어재활 관련 교과목을 이수하고 학위를 취득한 시험 응시자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시험 응시가 불가능하다며 일괄적으로 응시원서 접수를 취소했습니다. 이는 불가피한 조치라며, 법률개정을 포함한 후속조치를 통해 원격대학 졸업생 및 재학생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말을 덧붙이면서였습니다. A 씨는 당혹스러웠습니다. "저는 3년 정도를 공부를 했고 근데 지금 이게 무산이 되고 다시 시작해야 되는 시점이 돼서, 그렇게 되면 내가 언어 치료 공부를 계속 이어가야 하나? (혼란스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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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대학을 졸업하고, 이미 자격을 취득해 언어재활사로 일하고 있는 B 씨도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저희가 민간에서 자격증을 받은 것도 아니고 나라에서 저희 자격을 다 확인하고 응시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를 분명히 확인했어요. 저희가 불법으로 (응시)한 것도 아니고, 제 자격증을 누구한테 빌려줘서 취소당하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그런 판결이 나오면서 '너네는 이제 (자격을) 취소해야 해' 이렇게 하면서 저희가 무슨 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범죄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많이 드는 거거든요. 그게 제일 힘들어요. (저희가) 자격이 없으면 지금까지 저를 믿고 치료해 주셨던 2년간의 부모님들이며 아이들, 제가 아무 능력이 없는 사람인데 치료를 한 것처럼 밖에 되지 않거든요. 근데 저희는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잖아요."
B 씨는 언어치료 현장에서 원격대학 출신으로 자격을 취득한 언어재활사들을 상대로 이미 권고사직이 일어나고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2022년 하반기 및 2023년 상반기 시험에 있어서 원격대학 지원 부분이 취소가 됐으니, 이때 자격을 취득한 언어재활사들에게 자격 일괄 취소와 같은 어떤 행정처분이 뒤따를지 모른다는 이유에서라고 합니다. "이미 퇴사 권고를 받으신 분도 있어요. (일하고 있는) 센터에서는 대법원 판결이 이렇게 났으니까 불안하니까 퇴사해 달라고 요구를 받으셔서. 그 입장도 이해는 해요. 제가 오늘 하루아침에 만약에 자격이 박탈되면 저한테 수업을 받던 친구들을 인수인계해야 하는데 사실 그렇게 언어재활사가 많지 않거든요. 그래서 구하기도 힘들어요. 그러면 고용주 입장에서는 저처럼 불안한 사람을 고용할 이유가 없는 거죠."
국회 법안 상황 지켜보는 복지부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이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습니다. 우선 장애인복지법상 언어재활사 응시자격 등을 규정한 문구에서 명확하게 '원격대학'이라는 학교명을 집어넣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원격대학에서 언어재활 관련 교과목을 이수하고 관련 학과의 석사학위·학사학위·전문학사학위를 취득한 사람도 언어재활사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그리고 부칙 조항도 마련됐습니다. 해당 개정안이 통과돼 시행되기 전에 원격대학에서 언어재활 관련 교과목을 이수하고 관련 학과의 석사학위·학사학위·전문학사학위를 취득한 사람은 언어재활사 국가시험의 응시자격을 갖춘 것으로 본다는 내용입니다. 기취득자의 경우에 대해서도, 원격대학에서 석사학위·학사학위·전문학사 학위를 취득하고 언어재활사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은 이 법에 따라 언어재활사 자격증을 취득한 것으로 본다는 조항을 넣어 기취득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언어재활사 국가시험은 도입 이래 10여 년 간 원격대학 언어치료학과 재학생과 졸업생에 대해 응시자격을 부여해 왔으며, 현장에서 문제없이 발달장애 및 발달지연 아동의 언어 재활에 기여해 왔던 점을 고려하여 응시자격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이 법 개정안의 제안 이유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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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정 기자 parkhj@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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