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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트럼프 한마디에… 얼음땅 그린란드 ‘방위비 2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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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입 의사 밝힌 지 하루 만에 덴마크, 북극사령부 병력 확충

조선일보

그린란드 남동쪽 도시 타실라크 모습./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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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정부가 24일 자치령 그린란드의 군사시설을 대대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최소 15억달러(약 2조1800억원)를 투입해 육·해·공 전 분야에 걸쳐 그린란드의 군사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증강한다는 내용이다. 이 발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덴마크 주재 대사를 발표하면서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밝힌 지 하루 만에 나왔다.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이자 전략적 요충지 그린란드를 두고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오랜 동맹 미국·덴마크 사이에 미묘한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

이날 트로엘 룬드 폴센 국방 장관이 발표한 계획에 따르면 덴마크는 그린란드에 조사선 두 척과 장거리 드론 두 대를 확충하고, 개썰매 부대 두 곳을 증설·운용한다. 또 그린란드 수도 누크 소재 북극사령부의 병력을 증강하고 민간 공항 한 곳은 F-35 전투기를 수용할 수 있도록 시설을 개선한다. 그린란드는 1979년 자치령으로 승격된 뒤 행정권은 자치 정부가 갖고 있지만, 외교와 국방 권한은 덴마크에 있다.

폴센 장관은 “수년 동안 북극에 충분히 투자하지 않았지만 이제 우리는 더 강한 영향력을 갖기 위해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의 그린란드 매입 관심 표명 직후 발표된 것에 대해서는 “운명의 아이러니(irony of fate)”라며 연관성을 일축했다. 그럼에도 덴마크의 발표 시점이 주목받고 있다.

앞서 트럼프는 23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페이팔 공동 창립자 켄 하우리를 차기 덴마크 주재 미국 대사로 발표하면서 “미국의 안보와 전 세계 자유를 위해서는 그린란드를 소유해 통제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자치 총리는 “그린란드는 우리의 것이다. 우리는 매물이 아니며 앞으로도 매물로 나오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반발했다.

트럼프가 그린란드를 탐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1기 집권기였던 2019년에도 백악관 법률 고문을 통해 그린란드 매입 가능성을 타진했다. 트럼프는 당시 참모진과 방대한 천연자원이 묻혀있는 그린란드의 경제적 가치, 미군의 영향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지정학적 중요성 등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했다고 알려졌다. 당시 덴마크 정부가 그린란드를 팔 의사가 전혀 없다고 밝히는 등 민감하게 대응하며 일단락됐지만 트럼프가 5년 만에 다시 그린란드를 언급하며 논란이 재점화하는 모습이다.

그린란드에 대한 미국의 영토 편입 시도는 19세기로 거슬러올라간다. 17대 앤드루 존슨 대통령 집권기였던 1867년 미 국무부는 자원이 풍부하고 지정학적 중요성이 높은 그린란드를 매입해 미국 영토로 편입할 것을 권고했다. 이후 1946년 해리 트루먼 행정부는 덴마크에 그린란드를 팔 것을 공식 제안했지만 덴마크의 거부로 성사되지 않았다. 미국은 소련과의 냉전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그린란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트럼프는 공화당 소속이고, 트루먼은 민주당 소속이다.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매입 시도가 150여 년 동안 당파를 가리지 않고 초당적으로 진행된 셈이다.

덴마크와 그린란드 자치 정부가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어 트럼프의 매입 시도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기후 상승으로 얼음이 녹아 북극 항로 개발이 활성화하고 자원 채굴도 쉬워지게 되면서 그린란드의 가치는 더욱 높아지는 추세여서 트럼프가 쉽게 단념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미국의 국익을 극대화하는 당선인의 발언으로 외국이 반발하는 상황이 잇따르고 있다. 앞서 트럼프는 22일 파나마운하 통행료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돼있다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파나마운하를 반환하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나마운하는 미국이 시공했지만 소유권은 파나마 정부에 있다. 트럼프 발언에 격분한 파나마인들이 24일 수도 파나마시티 미국 대사관 앞에서 모여 트럼프 얼굴 사진이 인쇄된 현수막에 불을 질렀다.

☞그린란드

세계에서 가장 큰 섬. 면적은 한반도의 9.7배(217만5600㎢)에 달하고 인구(5만6000명)의 88%는 이누이트 원주민이다. 14세기 후반 이래 줄곧 덴마크 지배하에 있다가 식민지로 합병됐다. 1953년에 덴마크의 한 군(郡)으로 편성됐다가 1979년 자치령이 됐다. 자치 정부와 의회가 있으며 자치 총리가 행정 수반을 맡고 있다. 주요 산업은 수렵과 수산업이지만 천연가스와 광물 등이 풍부한 데다 최근 온난화의 영향으로 얼음이 녹아 북극항로의 핵심 경로로 떠올라 갈수록 전략적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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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윤주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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