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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물 모자라” 고공농성 노동자 SOS에 시민들 ‘생수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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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공급 끊긴 한국옵티칼 구미 공장, 각지서 후원 쇄도

경향신문

경북 구미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에 25일 시민들이 보낸 생수병이 쌓여 있다. 민주노총 경북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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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인 25일 아침 경북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에 생수 수천통이 배달됐다. 352일째 고공농성 중인 해고노동자 박정혜·소현숙씨를 응원하기 위해 시민들이 전국 각지에서 보낸 물이었다. 이 물은 공장 건물 옥상에서 지내는 두 노동자가 마시고 먹고 씻는 데 필요한 ‘생명의 물’이다. 회사 측은 지난해 9월 공장 내 시설의 물 공급을 끊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는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도움을 청하는 글을 올렸다. “농성장에 생수가 많이 부족합니다. 농성장으로 물을 보내주세요.”

노조원들이 밖에서 길어와 옥상으로 올려보내는 농업용수는 화장실용으론 쓸 수 있지만 마시기엔 적합하지 않았다. 농성 중인 노동자들이 갈증을 달래고 최소한의 인간다움을 지키려면 생수가 필요하지만 장기 투쟁 현장에선 모든 것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올린 글이었는데 ‘성탄절의 기적’이 일어났다. 서울 서초구 남태령에 모인 농민들, 서울지하철 안국역에 모인 장애인에게 닿았던 연대의 손길이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고공농성장까지 이어졌다. 도움을 요청한 지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전국에서 배달된 물이 영하 4도 추위의 농성 현장을 녹이기 시작했다.

이날 오후 2시30분쯤까지 2ℓ 생수 1000여병이 3번에 나눠 도착했다. 도움을 요청하며 전화번호를 공개한 이지영 옵티칼하이테크지회 사무장에게 전화가 빗발쳤다. 이 사무장은 “한 시민은 전화로 ‘나는 광화문에서 열심히 하겠으니, 생수를 보내겠다. 더 나은 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싸워줘서 고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20대 여성으로 보이는 시민 2명은 농성장에 직접 찾아와 생수와 귤을 전했다.

옵티칼하이테크지회가 일본 닛토덴코 본사 앞으로 투쟁을 하러 가기 위해 진행 중인 모금에도 연대가 쌓이고 있다. 후원은 지난 21~22일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집회 이후 급증했다. 시민들은 ‘감기 조심하세요’ ‘승리하리라’ ‘남태령 소녀 연대’ ‘한 걸음 보탭니다’ ‘저의 1시간 시급’ 등의 메시지를 담아 후원했다. 엑스(옛 트위터)에는 “나랏일이 너무 급하지만 1년 가까이 고립된 옵티칼 옥상에도 인사를 남겨달라”는 후원 인증 글이 올라왔다.

노동자들은 감격하고 있다. 고공농성 중인 박씨는 지난 23일 엑스 계정을 만들었는데 이틀 만에 약 1400명의 팔로어가 생겼다고 했다. 박씨는 “기대하지 않은 요청이었는데 놀랍도록 빠른 연대를 봤다”며 “쉽지 않은 실천에 나선 시민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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