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1460원 선, 15년 만에 최고치…미국 천연가스 52주 신고가
내수침체에 요금 인상 쉽잖아…당기순손실·미수금 증가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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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460원 선까지 치솟은 가운데 글로벌 천연가스 가격도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환율 급등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 압박에 더해 에너지 가격까지 오르면서 물가 불안을 키우고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4일 야간거래에서 장중 달러당 1460.30원을 기록하며 올해 처음으로 1460원을 넘겼다. 2009년 3월16일(1488.5원) 이후 15년여 만의 최고치다. 이후 상승폭을 다소 줄이며 전날 주간거래보다 5.50원 오른 1457.50원에 25일 오전 2시 거래를 마쳤지만, 환율의 저항선은 지난달 말 1400원 선을 시작으로 한 달도 안 돼 1460원 선까지 높아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 인하 속도조절을 시사하면서 커진 강달러 압력이 여전한 가운데, 원화와 동조화 흐름을 보이는 중국 위안화 및 일본 엔화의 약세와 국내 정치 불안이 겹치면서 환율 불안을 키우고 있다. 지난 24일 환율이 크게 뛴 것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움직임으로 정치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환율에 더해 천연가스 가격도 오르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미국 천연가스 선물(1월분) 가격은 100만Btu(열량 단위)당 3.95달러에 거래됐다. 52주 신고가이자 2022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이달 들어서만 17% 넘게 올랐다. 유럽 천연가스(TTF) 역시 최근 열흘 만에 18% 급등했다. 천연가스는 발전과 난방용으로 주로 사용되는데, 미국과 유럽이 예년보다 추운 겨울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요가 급등할 것이란 전망에 가격이 뛰고 있다.
한국가스공사의 경우 두바이유와 연계된 장기계약을 통해 대부분 조달하고 있어 직접적인 타격은 일단 적은 편이다. 다만 천연가스와 액화천연가스(LNG) 시장이 장기간 과열될 경우 환율 요인까지 겹쳐, 에너지를 100% 수입해야 하는 국내 에너지 공기업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가스공사는 지난 분기보고서에서 환율이 10% 상승하면 1250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공시했다. 이미 3분기 말(달러당 1319.60원) 대비 원화 가치가 10% 넘게 떨어져 당기순손실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15조원가량의 미수금(가스를 구매가격보다 싼 값에 팔아 생기는 적자액)도 더 불어날 수 있다.
미수금을 줄이기 위해선 가스요금을 올려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로 가뜩이나 내수 침체에 대한 우려가 깊어진 상황에서 가격 인상에 섣불리 나서기도 쉽지 않다. 대신 적자를 메우기 위해 공사채 발행 규모를 늘릴 수 있는데, 신용도가 높은 공사채 공급량이 늘어나면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다른 민간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탄핵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적어도 내년 1분기까지는 원화 약세 압력이 이어질 것”이라며 “미국 경제의 구조적인 물가 상승 압력과 기조적인 강달러 압력은 내년 말은 물론 그 이후까지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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