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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국경없는의사회는 가자 휴전을 촉구한다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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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20일(현지시각) 가자지구 중부 누세이라트에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다친 어린이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가자/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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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록이어 | 국경없는의사회 국제 사무총장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생존 여건을 파괴하고 있다. 지난 14개월 동안 이어진 팔레스타인 민간인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반복적인 공격, 보건 체계 및 필수 인프라 해체, 극심한 봉쇄, 인도적 지원의 체계적인 차단 등이 이를 보여준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 ‘가자지구: 죽음의 덫에 갇힌 삶’에 기록된 바와 같이 가자지구 그 어디도, 그 누구도 안전하지 않으며, 이곳을 벗어날 출구조차 없다.



가자지구에서 활동하는 동료와 전 세계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이 한 목소리로 휴전을 외치는 이유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생명을 살리고, 인도적 지원이 원활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모든 당사자에게 즉각적인 휴전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이스라엘은 민간인에 대한 표적 및 무차별 공격을 중단하며, 이스라엘 동맹국들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생명을 보호하고 전쟁법을 준수하기 위해 즉시 행동해야 한다.



최근 가자지국 북부에서 일어난 군사 작전은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벌이고 있는 전쟁의 잔혹함을 여실히 드러낸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강제 이주를 겪고, 봉쇄되고, 폭격을 당하는 가운데 우리는 명백한 인종 청소의 징후를 목격하고 있다. 우리 의료팀이 현장에서 목격한 상황은 가자지구에서 대량 학살(제노사이드)이 일어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린 다수의 법률 전문가와 기관의 주장과 일치한다. 비록 우리가 의도성을 법적으로 판단할 권리는 없지만, 인종 청소의 징후와 대규모 학살,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상해, 강제 이주, 봉쇄 및 폭격 속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가혹한 생활 여건 등 지속적인 파괴가 일어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와 기타 무장 단체가 이스라엘에서 자행한 끔찍한 공격으로 1200명이 사망하고 251명이 인질로 잡힌 것에 대한 대응으로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전체 인구를 탄압하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전면전으로 지금까지 약 4만5000명이 사망했으며, 보건 체계 붕괴, 질병 유행, 식량과 물, 대피소 접근 제한의 영향으로 총 사망자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군은 식량, 물, 의약품과 같은 필수 물품의 가자지구 반입을 막고 인도적 지원도 차단, 거부, 지연시키고 있다.



가자지구 병원 36곳 중 절반 이하만이 부분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보건 체계는 붕괴됐다. 지난해 10월부터 1년 동안 국경없는의사회 직원들만 해도 41차례 공격과 폭력 사건을 겪었으며, 의료시설 대상 공습과 포격, 폭력적 침입, 국경없는의사회 대피소와 차량에 대한 직접 사격, 이스라엘군의 국경없는의사회 직원 임의 구금이 발생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신체적·정신적 부상은 압도적인 수준이며, 관련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전쟁 부상뿐 아니라 필수 의료서비스와 약품에 접근하지 못해 만성 질환이 악화되며, 이스라엘의 강제 이주는 주민들을 질병이 빠르게 확산하는 열악하고 비위생적인 생활 여건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로 인해 국경없는의사회는 피부 질환, 호흡기 감염, 설사 등을 치료하고 있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기온이 떨어져 이러한 질병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동들은 예방접종을 받지 못해 홍역이나 소아마비 같은 질병에 취약한 상태에 놓였고, 국경없는의사회는 영양실조 사례 또한 증가하는 것을 목격했다.



특히 가자지구 북부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최근 이스라엘의 초토화 군사 작전으로 인해 광범위한 지역이 황폐화됐고 약 2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스라엘 당국은 북부로 들어가는 필수 구호 물자량을 대폭 축소했으며, 지난 10월 가자지구 전역에 유입된 구호 트럭은 하루 평균 37대로, 지난해 10월 이전 하루 500대에 달하던 물량에 비해 크게 줄었다.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삶을 전면 파괴하는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 가자지구 북부 내 인도적 지원이 이뤄지고 의료 물품이 병원에 전달될 수 있도록 국경없는의사회 팀이 즉각적으로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 작전이 지금 당장 종료되더라도 그 장기적인 영향은 극심할 것이다. 수많은 전쟁 부상자는 감염, 절단, 영구 장애를 겪을 위험에 처해 있으며 이들 중 다수는 수년간의 재활 치료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극단적인 폭력, 가족과 집을 잃은 상실감, 반복적인 강제 이주, 비인간적인 생활 여건이 초래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은 세대에 걸쳐 깊은 상흔을 남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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