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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권영세 비대위, OO 안 하면 “골로 간다”···“한동훈 쫓아낸 순간 끝” 비관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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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내정된 권영세 의원이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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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비상대책위원장에 지명되면서 여당이 점점 더 민심에 역행하는 길로 가고 있다는 평가가 25일 나온다.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협조가 쇄신의 핵심 잣대로 꼽히지만 ‘권영세 비대위’ 체제에서는 수용되기 어려울 거란 전망이 많다. 내부 검토 중인 대국민 사과나 탕평 인사만으로는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한다는 비판을 뒤집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부터 3주가 지난 이날까지 ‘권영세 비대위’를 향한 당 안팎의 요구는 크게 3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비상계엄 진상규명과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 협조, 계엄 전후 당의 대응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반성, 수직적 당정관계를 탈피할 수 있는 체질 개선과 쇄신 등이다.

야당과 여권 내 탄핵 찬성파 등이 바라는 국민의힘의 변화는 비상계엄과 탄핵에 대한 보다 전향적인 태도다. 국민의힘은 비상계엄은 잘못됐다면서도 윤 대통령 탄핵은 반대했다. 계엄에 이르게 된 경위나 전후 상황을 규명하는 데도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근본적인 변화를 보이려면 이 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단 진상규명을 위한 ‘내란 특검법’과 헌법재판관 임명에 협조하는지가 쇄신의 1차 관문으로 꼽힌다. 국민의힘은 내란 특검법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탄핵 찬성파인 조경태·안철수 의원 등이 대안으로 자체 특검법을 발의하거나 야당의 내란 특검법을 받자는 의견을 내놓았지만 제대로 논의되고 있지 않다. 탄핵심판을 할 헌법재판관 선출 청문회에는 불참했다. 권영세 비대위가 이같은 특검 거부·재판관 임명 지연 전략을 이어간다면 실질적 변화를 추구한다는 평가를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궁극적으로는 윤 대통령 탄핵 반대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당이 민심의 괴리를 막을 수 없을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우 전 의원은 전날 SNS에서 “지금 국민의힘은 골로 가고 있다”며 “헌재의 탄핵 불인용 가능성과 이재명의 2심 유죄판결에 한 줄기 희망을 걸고 있는 모양새인데 정말 답이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당 내부에서도 비대위가 탄핵 반대파를 설득해 비상계엄 사태의 정치·사법적 책임을 묻는 일에 협조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어쨌든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상황이라면 보수 지지층들이 이것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고 비대위가 그 역할을 해줘야 한다”며 “우리 지지층 스스로도 탄핵소추가 어쩔 수 없었구나라고 생각하게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비대위의 과제 중 하나로는 대국민 사과가 꼽힌다. 국민의힘은 이르면 비대위가 출범하는 오는 30일 대국민 사과를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은 KBS라디오에서 “권성동 원내대표가 기자들과 만났을 때라든지 여러 번 사과를 했다”면서도 “전체적인 사과가 없다는 건데 비대위가 구성이 되고 나면 대국민 사과가 곧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국민 사과 뒤에도 ‘비상계엄이 내란은 아니다’라는 태도를 유지한다면 진정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

친한동훈계, 원외 인사를 포용하는 비대위 인선이나 윤 대통령 탈당 등도 비대위가 모색할 수 있는 쇄신 방안으로 거론된다.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의 경우 2017년 10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탈당을 권유하며 새출발을 선언했다. 앞서 한동훈 전 대표는 윤 대통령 징계 절차를 개시했지만 ‘한동훈 지도부’ 축출 이후 논의가 멈춰선 상태다.

비대위가 쇄신 과제를 수용할지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당 일각에서는 한동훈 지도부를 버리고 권영세 비대위를 택한 순간부터 쇄신은 물 건너갔다며 비관적인 전망을 한다. 한 친한동훈계 의원은 “진짜 쇄신할 의지가 있었으면 한동훈 대표를 이렇게 쫓아내지 않았을 것”이라며 “중진 중심으로 당을 운영하며 전통 지지층한테만 호소하는 형태의 정치라면 결론은 뻔할 것이다. 작은 몇 가지 조치로 이 흐름이 뒤집히지도, 대중의 시선이 달라지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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