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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 (수)

정치에 얼룩져도 ‘서울의 밤’은 예뻤다네…산타 눈에 비친 한국 모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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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이브 63빌딩·남산 훑고 간 산타

3분 45초간 전국에 2000여개 선물 뿌려

헤럴드경제

서울타워 지나는 산타. [NORAD 공식 인스타그램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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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서울이라는 도시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꼈습니다. 숨막힐 것 같은 전경이었어요.”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오후 11시 24분. 서울 상공에 빨간색 옷을 입은 산타클로스가 루돌프들이 이끄는 9개의 썰매를 타고 등장했다. 서울의 가장 중간인 남산 서울타워에 들러서는 한눈에 들어오는 서울 야경에 특히 매료됐다. 불과 20여일 전인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사태로 전역이 공포로 휩싸인 서울이었지만, 크리스마스를 앞둔 ‘서울의 밤’은 산타의 눈에 더없이 아름다웠던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정치로 얼룩진 가운데,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화해와 평화를 강조하는 메시지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25일(한국시간)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는 공식 웹사이트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한국을 찾은 산타의 동선을 공개했다.

NORAD의 실시간 산타 위치 추적 경로에 따르면, 산타는 한국 시간으로 24일 오후 6시 북극을 이륙해 전 세계를 도는 ‘크리스마스 비행’을 시작했다. 그는 “비행하기 좋은 맑은 날씨 속에서 여행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산타는 날짜변경선을 따라 태평양 상공을 남하했다가 남극을 거쳐 다시 북상, 호주와 일본을 지나 비행 5시간 24분만에 제주 서귀포 남쪽 상공으로 들어섰다. 이후 남해를 건너 부산을 시작으로 한반도 구석구석을 돌아본 뒤 북상해 서울로 향했다.

먼저 산타는 여의도 63빌딩과 남산의 꼭대기에 위치한 서울타워를 한 바퀴씩 돌았다. 이어 잠실 롯데월드타워를 두 바퀴 돌고 경복궁 지붕 위를 지나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로 사라졌다.

산타는 특히 서울타워에서 내려다본 풍경이 인상적이었다고 평했다. 그는 “서울이라는 도시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꼈습니다. 숨막힐 것 같은 전경이었어요.”라고 말했다.

산타가 한국에 머문 시간은 약 3분 45초. 그는 4분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한반도 구석구석을 다니며 지난 1년간 착하고 바른 생활을 한 한국 어린이들에게 약 2000만개의 선물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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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지나는 산타. [NORAD 공식 인스타그램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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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휴전선 상공을 가로지른 산타는 북한에도 약 1분간 머물며 아이들에게 선물을 전달한 뒤 선양 방향으로 한반도를 완전히 빠져나갔다. 그 뒤로는 중국과 인도, 중동과 아프리카 대륙을 경유해 현재 유럽 밤하늘을 날고 있다.

현재까지 산타가 전달한 선물은 39억개. 산타는 바쁜 이동 중에도 잠시 짬을 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들렀고 7명의 우주비행사들에게도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달했다.

잠재적 적국의 위협으로부터 북미 대륙 상공을 지키는 NORAD는 1956년부터 69년째 산타의 비행 경로를 실시간 추적해 어린이들에게 알려주는 일을 하고 있다. 현지 백화점이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한 신문에 게재한 ‘산타에게 전화 걸기’ 이벤트 광고의 전화번호가 잘못 기재된 탓에 NORAD로 어린이들의 전화가 쇄도한 일이 계기가 됐다.

NORAD는 레이더와 위성 등을 이용해 루돌프의 빨간 코가 방출하는 적외선을 추적해 위치를 파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NORAD는 북한은 물론 이란과 러시아 등도 빠짐없이 방문했다고 전했다. 또 최근 미국 뉴저지주와 뉴욕 일대에서 정체불명의 드론이 출몰했다는 신고가 늘어난 것도 산타의 비행에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레고리 길롯 NORAD 사령관은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드론을 포함해 공중에 떠 있는 모든 것을 경계하고 있지만, 올해 산타가 드론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혼란한 연말 분위기 속에서도 종교계는 성탄절을 맞아 아기 예수 탄생 축하 예배와 미사로 희망을 전하고 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25일 0시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진행하는 ‘주님 성탄 대축일 밤미사’를 시작으로 이날 정오 ‘주님 성탄 대축일 낮미사’까지 미사를 이어가며 아기 예수 탄생을 축하한다. 미사를 집전하는 정순택 대주교는 밤미사에서 “올해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큰 혼란과 갈등 속에서 한 해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다“며 ”갑작스러운 정치적 불안정 속에 들려오는 불안과 분열의 소식은 우리를 슬프게 하고, 마음을 무겁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의 목소리는 분열과 대립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화해와 일치를 이루기 위한 것”이라며 “아기 예수님의 겸손하고 겸허한 모습을 바라보며, 지금 우리가 마주한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의 빛’을 발견할 수 있게 되길 간절히 바란다”는 성탄메시지를 전했다.

대한성공회도 서울 중구 서울주교좌 성당에서 이날 오전 8시와 11시 성탄대축일 감사성찬례를 이어간다. 박동신 대한성공회 의장주교는 성탄메시지에서 “극심한 사회적 분열과 경제적 불안의 시대에 우리는 사랑과 연대의 손길을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며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의 존엄성을 존중하며, 소외된 이들과 함께하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에서도 성탄축하예배로 아기 예수 탄생을 축하한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는 앞서 발표한 성탄메시지에서 “올 성탄절은 어느 때보다 엄중한 정치 상황에서 맞이하게 되어 기쁨보다는 걱정이 크다”며 “서로 비난하고 질책하며 따지다 보면 갈등만 커질 뿐이고 국가공동체는 불행해진다”고 밝혔다. 이 목사는 또 “이럴 때일수록 서로 격려하고 존중하면서 사랑의 마음으로 손잡아 달라”며 “한마음으로 기도하며 빛과 소금의 역할을 잘 감당해 나가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도 성탄절을 맞아 아기 예수 탄생 축하와 함께 ‘이 땅의 평화’를 기원했다. 김종생 NCCK 총무는 앞서 발표한 성탄절 메시지에서 “우리는 정치적 큰 혼란과 갈등 속에 한 해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다”며 “수많은 희생으로 어렵게 쟁취한 민주주의가 느닷없는 비상계엄으로 한 순간에 위태로워지는 공포를 경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깨어진 세상에서 ‘하늘의 영광’과 ‘땅의 평화’를 이루는 길은 아기 예수님 앞에 멈춰 서는 데 있다”며 “어린이의 해맑은 웃음과 행복으로 성탄과 새해를 맞이하시기를 기도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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