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6 (목)

“니 엄마 몸매 관리 좀” 게임 상대방에 욕한 여성...대법, 무죄 취지 파기환송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온라인 게임을 하다 처음 만난 사람의 부모 성기 등 신체를 비하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한 것은 성폭력처벌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분노를 표출하려는 목적으로 한 발언일 뿐,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본 것이다.

조선비즈

2021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G-STAR) 2021'에서 관람객들이 최신작 게임을 즐기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다. /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달 28일 성폭력처벌법 위반(통신매체 이용 음란)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벌금 500만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3년간 취업제한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환송했다.

A 씨는 지난 2021년 3월 2일 오후 11시부터 약 1시간 동안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를 같이 하던 B 씨에게 여러 차례 그의 부모를 비하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니 엄마 몸매 관리 좀 하라해, 그게 더 흥분돼’라는 메시지를 비롯해 A 씨는 만난 적도 없는 B 씨의 부모 성기를 비하하는 발언도 했다.

◇ 대법 “성별도 모르는 동성...게임 실력에 분노해 표출한 것뿐”

성폭력처벌법 13조는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보낸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등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때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 시킬 목적’이 있었는지는 두 사람의 관계, 행위의 동기와 경위 등을 종합해 법원이 판단한다. 성행위나 성관계를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려는 목적에서 비롯된 메시지를 전송해도 법 위반에 해당한다.

대법원은 2018년 판결을 통해 단순히 분노를 표출하고자 한 발언인지,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 있었는지 살펴야 한다고 판시했다. A 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게임을 하다가 화가 나 B 씨에게 모욕감을 주려고 메시지를 전송했을 뿐,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1·2심은 A 씨 행동을 유죄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A씨는 B 씨 부모에 대한 성기 비하, 가학적 성행위 묘사, 성적 조롱, 비하 등을 통해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 모멸감을 주고 그것으로 심리적 만족감을 얻으려는 욕망을 충족하려는 목적에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했다.

이 판단은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은 “두 사람의 관계, 메시지는 전송 경위 등을 고려하면 A 씨가 보낸 메시지에 B 씨 부모를 대상으로 모멸감을 주는 표현이 섞여 있기는 하나 다툼 과정에서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을 뿐,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을 줘 자신의 심리적 만족을 얻고자 하는 욕망이 있었다고 쉽게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은 A 씨가 동성이었던 B 씨의 성별조차 모르는 사이로 사건 당일 처음 인터넷 게임을 하다 만났다는 점을 고려했다. 또 A씨가 갑자기 B 씨를 비난하는 발언을 한 것이 아니라, B 씨의 게임 실력을 가지고 서로 공방을 하다가 해당 발언을 하게 된 것이라는 상황도 고려했다. 검찰에 따르면, 두 사람과 함께 게임을 하던 팀원들이 B 씨에게 ‘당신이 게임을 망치고 있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내고 B 씨도 A 씨에게 적극 대응하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다툼이 생겼다.

◇ 대법, 일면식 없는 동성간 성적 발언은 무죄 선고... 성별 추측 가능하고 갑자기 욕하면 유죄

이 판결은 온라인 게임 이용자 사이에서 급증하는 성적 발언과 관련해 대법원이 단순 분노를 표출한 것인지 성적 수치심을 주려고 한 말인지 구분해서 판단해야 한다는 기존 판례를 재확인한 것이다.

반면 법원은 상대방의 성기를 지칭하면서 ‘맛있다’는 표현을 사용한 게임 이용자에겐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보고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지난해 대법원은 온라인 게임에서 10명과 함께 게임을 하다가 특정 인물에게 성기가 양파맛, 겨자맛이 난다는 발언을 하고, ‘근데 여자가 어디서 게임 하노?’ 등의 메시지를 보낸 C 씨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확정했다.

2심 재판부는 C 씨가 게임을 시작한 지 1분도 안 돼 해당 발언을 시작한 점으로 보아 상대방의 어떤 행위로 화가 나 분노를 표출하려고 한 말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또 두 사람이 일면식이 없는 사이이지만, 피해자가 사용한 게임 아이디에 그가 여성임을 추측할 수 있는 실명이 포함돼 있어서 게임 당시 팀원들이 그가 여성임을 전제하고 대화했다는 점도 판단에 반영했다.

이현승 기자(nalhs@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