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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한국전쟁·코로나 때만 있었던 ‘1월 추경’, 내년은?[경제밥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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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제성장 기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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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는 등 정치 일정이 급박히 진행되면서 추가경정예산안(추경) 논의도 덩달아 탄력을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경 필요성을 제기한 데 이어 한국은행도 적극적으로 동조하면서 ‘1월 추경설’도 점쳐지고 있다. 여당과 정부는 “내년 초 추경 편성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추경 편성에 대한 요구는 더 거세질 전망이다.

지금까지 1월 추경은 한국전쟁 중인 1951년과 코로나 대유행 때인 2022년, 두 차례 밖에 없었다. 내년도 예산안이 집행되지 않았음에도 벌써부터 추경 논의가 시작된 것은 그만큼 이례적이다. 그런데도 추경 조기 편성에 대한 논의가 수면 위로 부상한 이유는 무엇일까.

쪼그라든 예산, 경기 대응에 ‘역부족’


정부가 국회에 제출했던 내년도 예산안은 677조4000억원이다. 올해 예산보다 3.2% 늘어난 규모로, 총수입 증가율(6.5%)에도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정부의 경상성장률 전망치(4.5%)를 밑돈다. 경제 규모가 커지는 만큼도 늘어나지 않는 셈이다. 재정충격지수(FI)로 보더라도 내년 예산안은 전년 대비 –0.7로, 긴축적인 기조다. FI 숫자가 0보다 적으면 전년보다 긴축, 높으면 확장 재정을 의미한다. 이마저도 정부 예산안에서 4조1000억원이 줄어든 ‘야당 단독 감액 예산안’이 지난 10일 국회에서 통과됐다.

윤석열 정부는 그동안 재정지출을 최대한 옥죄면서 정부부문 성장 기여도가 가파르게 하락했다. 줄어든 만큼 민간부문에서 메워야 하지만 최근 경기는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내수 부진이 장기간 이어지는 가운데 12·3 비상계엄 사태로 카드 사용액이 급감한 데다 일부 국가는 계엄 사태 이후 한국을 ‘여행 위험 국가’로 분류하면서 외국인이 몰리는 관광지의 서비스 매출도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그동안 경제를 떠받쳤던 수출이 최근 둔화 조짐을 보이는 데다, 최근 예상보다 가파른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기업의 투자심리는 당분간 살아나기 힘들 전망이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출 모멘텀 약화에 대내외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회복이 기대됐던 내수마저 위축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수요 부진 완화에 집중해야 하는 만큼 현실적인 카드는 추경 편성”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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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기자실에서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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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내기 힘들어진 ‘금리 인하’ 화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내년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하는 점도 추경 편성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실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요구가 시장에서 나오고 있지만 향후 한·미 간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어 통화정책은 운신의 폭이 줄고 있다.

연준이 금리를 동결하는 가운데 한국만 금리를 내리면 금리 격차가 벌어져 외국인 자금 이탈을 가속화하고, 이는 환율 불안을 더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애초 달러당 130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이달 초 계엄 사태로 1430원대까지 오른 뒤 지난주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지연 전망에 1450원대로 더 뛰었다.

경기 부양을 위한 화살 중 하나인 ‘금리 인하’를 꺼내기 힘들어지면서 한은도 추경 편성 필요성에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경기에 대한 하방 압력이 큰 상황에선 추경 처리는 빠를수록 좋다”며 “늦게 하면 할수록 내년에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0.6% 내외(15조원)의 세출 확대를 통해 0.2%포인트 정도의 경제 성장률 반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야 합의 바로미터 된 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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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 미래관에서 열린 한국국제경제학회 학술대회에서 통합정책 프레임워크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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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지난 15일 낸 보고서를 통해 “추경 등 주요 경제정책을 조속히 여야가 합의해 추진함으로써 대외에 우리 경제체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모습을 가급적 빨리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추경의 경제적 효과 등을 보여주는 수치를 제시하기보다 정치적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시금석이라는 점에 더 방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야당의 발목잡기를 강조해왔던 정부도 최근에는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여·야·정 비상경제 협의체를 통해 앞으로도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와 정부가 협력해 주요 경제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탄핵 후폭풍으로 주요 입법과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추경 편성 시 적자 국채 발행은 불가피하다. 다만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으로 국채 발행 여건은 상대적으로 개선됐다. 세계 3대 채권지수인 세계국채지수 편입에 성공하면서 수요 기반은 더 확대되고 조달 비용이 절감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추경 편성 규모보다는 추경 편성 여부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더 중요하게 본다”고 설명했다.

이미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추경 편성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세계적 투자은행인 씨티는 내년 1분기, 도이치뱅크는 내년 하반기로 추경의 시점만 다를 뿐이다. 추경 필요성에 대한 여야 간의 공감대만 형성되면 예상보다 추경의 시간은 앞당겨질 전망이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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