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닛산 합병시 글로벌 자동차 순위 변화 예상/그래픽=이지혜 |
일본 완성차업체 혼다와 닛산의 합병 작업이 본격화됐다. 닛산이 대주주인 미쓰비시자동차까지 합류하게 되면 현대자동차그룹 체급에 맞먹는 거대 자동차 업체가 탄생하게 된다. 글로벌 판매량은 현대차그룹을 뛰어넘게 되지만 현대차그룹의 경쟁력이 커진 만큼 현재의 판이 뒤집힐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혼다·닛산·미쓰비시자동차의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은 398만대, 337만대, 78만대로 합계 800만대가 넘어 1위인 토요타그룹(1123만대)과 2위 폭스바겐그룹(923만대) 뒤를 이어 세계 3위 자동차 업체로 도약하게 된다. 730만대를 기록한 현대차·기아는 4위로 내려앉게 된다.
전동화 전환 과정에서 미래차 대비에 늦었고 경영 환경이 악화하자 연구개발, 생산에서 규모의 경제를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우치다 마코토 닛산 사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자동차 업계는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하면서 판도를 갈아치우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통합을 통해 체급을 키우는 것은 큰 무기가 된다"고 밝혔다.
일본 내 2위·3위 자동차업체인 혼다와 닛산은 내년 6월까지 경영통합 논의를 마무리 짓고 2026년 8월까지 양사를 산하에 두는 지주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닛산이 최대 주주로 있는 미쓰비시는 두 회사 합병에 합류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지만 내년 1월까지 합류 여부를 확정지을 계획이다.
통합 혼다·닛산은 판매량은 물론 실적에서도 현대차그룹과 맞먹는 수준에 올라설 수 있다. 양사는 통합회사의 경영 목표로 매출 30조엔(약 280조원), 영업이익 3조엔을 제시했다. 2023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연결 영업이익은 혼다가 1조3819억엔, 닛산은 5687억엔으로 2조엔을 하회하는데 통합 효과로 영업이익이 1조엔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차·기아의 올해 연간 예상 매출은 280조원, 영업이익은 28조원이다.
업계에서는 혼다·닛산의 합병 영향을 예의주시하면서도 파급력이 크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동화 전환 과정에서 현대차그룹은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모두 유연하게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춘데다 친환경차 기술력 또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주력 시장인 미국은 물론 동남아·인도 등 신흥 시장에서도 현지 공장을 확보하고 판매 성장을 지속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간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전망이다. 고부가가치 차량 중심으로 글로벌 최대 시장인 미국 시장에서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현대차그룹의 지난달 미국 자동차 시장 판매량은 15만4118대로 전년 동월 대비 14.7% 늘었다. 같은 기간 현대차와 기아의 해외 판매량이 전년 대비 1.6% 감소, 2%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북미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굳히고 있다.
통합의 시너지가 크지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혼다는 하이브리드차 양산에 강점이 있고 닛산은 전기차 기술 개발에 주력해 차량 라인업은 서로를 보완할 수 있지만 주요 판매시장이 겹친다는 지적이다. 닛산 회장을 지냈던 카를로스 곤은 전날 진행된 일본외신기자클럽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양사가 비슷한 브랜드와 제품군을 갖고 있고 경쟁력이 있는 시장과 그렇지 못한 곳이 같아 시너지를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전동화 과정 대응이 늦은 혼다와 판매 부진으로 경영난을 겪는 닛산의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며 "닛산의 부실, 불안한 지배구조 등 해결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밝혔다. 이어 "통합회사의 구조조정 상황을 살펴봐야겠지만 현대차·기아가 경쟁에서 치고 나갈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주헌 기자 z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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