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리아는 미국의 개입 없이 자체적으로 13년 동안 진행된 내전을 끝냈다. 시리아 최대 반군 조직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은 지난 7일 수도 다마스쿠스를 점령하고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를 축출했다. HTS는 내년 3월 새 정부 수립을 목표로 현재 내각 구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리아는 이대로 정상 국가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미 폭스뉴스는 “시리아를 방치하면 테러리스트 국가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트럼프의 ‘남의 싸움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외교 정책 접근법을 복잡하게 만드는 딜레마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분석했다. 권력 공백이 생긴 시리아의 앞날을 두고 트럼프 당선인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란 의미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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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국가원수 되는 테러리스트
HTS 지도자 아부 모하메드 알줄라니(42·본명 아흐메드 알샤라)는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극단주의 테러리스트’로 지목돼 1000만 달러(약 145억원)의 현상금이 걸렸던 인물이다. 이는 HTS의 전신이 지난 2011년 국제테러단체 알카에다 주도로 창설된 알누스라 전선(자바트 알누스라)이기 때문이다. 당시 알줄라니는 추후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수장이 되는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의 지시로 내전이 가열되던 시리아로 파견됐다.
알줄라니가 이끄는 누스라 전선은 창설 초기 아사드 정권에 대한 저항보다는 과격한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 이념 설파에 집중했다. 자유시리아군(FSA) 등 다른 시리아 반군들이 일관된 지휘 체계 없이 혼란을 겪던 것과 달리, 누스라 전선은 알줄라니를 필두로 급격히 세를 확장했다. 이후 시리아 내전이 장기화하자 알줄라니는 2016년 알카에다와의 연계를 공식적으로 끊고, 현재의 HTS를 설립하며 ‘실용주의자’로 전향했다.
새 정부 수립을 준비하고 있는 알줄라니는 국제사회에서 정상 국가로 인정받기 위한 이미지 세탁을 시도 중이다. 알줄라니는 지난 18일 공개된 BBC와의 인터뷰에서 군복 대신 양복 차림으로 나타나 “시리아 정부와 통치 체제는 시리아의 역사와 문화를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시리아가 초기 유화책을 폈다가 돌변했던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의 행보를 따라갈 것이란 논란을 일축한 것이다. 그는 “시리아는 개인의 자유를 깊게 침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국제 사회는 의심의 시선으로 HTS를 바라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주요 서방 국가들은 시리아가 러시아·이란 영향권으로 복귀하는 것을 막기 위해 HTS와 협력 추진 중이지만, HTS가 미국이 지정한 테러단체라는 점에서 알졸리니와의 면담을 통해 약속 이행 가능성을 검증하는 ‘오디션’에 들어갔다. 폭스뉴스도 “ISIS(IS의 잔당)와 알카에다는 유대인과 기독교인을 참수하는 등의 만행을 저질렀다”면서 “알졸리니 역시 이 부류에 속한다”고 평가했다.
지난 23일(현지 시각) 시리아 다마스쿠스에서 사람들이 시리아 국기 아래 설치된 크리스마스 트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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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개입 해야 시리아 안정화”
시리아에서는 이미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겠다’던 알졸리니의 발언과 상반되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다. 최근 알졸리니가 자신에게 사진 촬영을 요청하는 여성에게 머리카락을 감추라고 손짓하는 동영상이 공개됐고, 그는 자신의 방식에 맞춰달라고 정중히 요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폭스뉴스는 시리아에서 여성에게 베일 착용을 강요하고 있다는 보고가 나온다고 전했다. 앞서 알졸리니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지배해 온) 이들리브에선 8년 이상 운영된 대학의 여성 비율이 60%가 넘는다”면서 여성 인권을 존중한다고 밝힌 바 있다.
HTS는 기독교인 보호, LGBT 존중, 알코올 소비 등의 문제에 대한 대답도 회피하고 있다. HTS 정무국 위원인 모하메드 칼리드는 최근 외신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시리아 내 소수자 문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묻는 질문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면서 “모든 것은 법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답했다. 로이터통신은 “알졸리니는 기독교인 등이 HTS가 통치하는 시리아에서 안전할 것이라 말했지만, 이에 대해 많은 기독교인들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지난 18일엔 무장한 신원 미상의 사람들이 교회에 침입해 십자가를 파괴하려 했다”고 전했다.
시리아가 정상 국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미국의 적절한 개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시리아가 탈레반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는 데다, 튀르키예가 주도하는 새로운 수니파 이슬람주의 세력이 또다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친(親)튀르키예 성향인 HTS의 승리로 튀르키예와 이를 견제하려는 이스라엘과의 충돌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스라엘과 튀르키예는 모두 미국의 동맹국으로, 두 국가가 충돌하면 미국의 외교 정책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당선인이 오는 1월 취임 후 시리아에 영향력을 행사할 지는 불확실하다. 시리아에 개입하지 않을 경우, 시리아가 테러리스트 국가로 진화하는 것은 물론 또 다른 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반면, 미국이 시리아 문제에 관여할 경우 “외국 전쟁에 개입하지 않겠다”던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을 위반하게 된다. 폭스뉴스는 “트럼프 당선인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시리아 문제에 관련해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송이 기자(grap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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