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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 (수)

30살 된 넥슨, 독주 체제 구축했지만… ‘돈슨’ 이미지 탈피는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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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경기 성남시 판교 넥슨 사옥./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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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메이플스토리’ 확률형 아이템 사건에서 넥슨의 기망 행위를 인정하고,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한 건 업보다. 넥슨이 변했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고, 기존 운영 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신뢰를 주기 어렵다.


‘데이브 더 다이버’ 같은 작품으로 호평을 받아도 넥슨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한쪽에선 좋은 게임을 내놓고, 다른 한쪽에선 여전히 확률형 아이템으로 이용자를 실망시키는 이중적 행태를 보인다.


오는 26일 창립 30주년을 맞는 넥슨이 국내 게임 시장에서 입지를 확고히 했지만 게이머들의 비판은 여전하다. 올해 연 매출 4조원 돌파를 앞둔 넥슨은 주력 게임의 성공·확장을 통해 국내 게임업계 ‘3N’(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 체제를 넘어 독주 체제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지나친 상업화로 얻게 된 ‘돈슨(돈만 밝히는 넥슨)’이라는 오명과 확률형 아이템 논란으로 훼손된 이용자 신뢰 회복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2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최근 주요 프랜차이즈의 글로벌 성공과 신작 출시로 실적 측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 3분기 매출 1조2293억원, 영업이익 4672억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으며, 이는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FC 온라인 등 핵심 IP(지식재산권)의 견고한 실적이 바탕이 됐다. 특히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중국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42% 증가하며 중국 앱스토어 1위를 차지했고, 메이플스토리는 북미, 일본, 동남아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넥슨의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했다.

신작의 성과도 눈길을 끈다. 지난 7월 스팀에서 글로벌 매출 1위를 기록한 ‘퍼스트 디센던트’는 북미·유럽 PC 플랫폼 매출을 전년 대비 310% 증가시키며 글로벌 시장 다변화에 기여했다. 또한, 넥슨은 독립 스튜디오 민트로켓의 성공적인 행보를 발판 삼아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개발 문화 확대에 나섰다.

민트로켓은 지난해 첫 작품 ‘데이브 더 다이버’로 국내 싱글 패키지 게임 최초로 누적 판매 400만장을 돌파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았다. 이와 같은 성과에 힘입어 올 3분기 기준 넥슨의 매출 비중은 중국 42%, 한국 35%, 북미·유럽 13%, 일본 4% 등으로 지역별로 균형 잡힌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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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게임즈의 '퍼스트 디센던트'./넥슨게임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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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양호한 실적과 글로벌 시장에서 일군 성과에도 불구하고, 넥슨에 대한 이용자들의 부정적 인식은 여전히 강하다. 랜덤박스와 같은 확률형 아이템을 대중화하며 세계적으로 부분유료화(F2P) 모델을 확산시킨 넥슨은 지나친 상업성으로 게임의 본질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메이플스토리 ‘큐브’ 사건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큐브 운영에서 불공정 행위와 관련해 넥슨에 11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이후 대법원은 넥슨의 기망 행위를 인정하며 일부 금액 환불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은 단순한 운영 상의 실수가 아니라, 넥슨이 일관되게 유지해 온 과금 중심 운영 방식의 결과라는 점에서 더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러한 비판은 다른 게임에서도 드러난다. 던전앤파이터의 ‘키리의 약속과 믿음’, 마비노기의 ‘세공’ 시스템 등은 과도한 현질 유도와 밸런스 붕괴를 초래하며 게임성 악화를 불러왔다. 결국 ‘돈슨’이라는 별칭은 넥슨의 과도한 상업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단어로 자리 잡았다.

넥슨은 지난 9월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해 약 80만명의 이용자들에게 200억원 규모의 보상을 진행했지만, 이는 단기적인 문제 해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용자들은 확률형 아이템의 투명성 강화는 물론, 과금 모델의 근본적인 혁신 없이는 신뢰 회복이 어렵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넥슨은 지난 30년 동안 국내 게임 산업의 개척자 역할을 해왔다”며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라는 새로운 장르의 문을 열었고, 정액제에서 부분유료화, 그리고 확률형 아이템까지 도입하며 국내 온라인 게임 산업의 방향을 사실상 주도해온 회사”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일본 상장 등으로 약해진 국내 정체성과 여러 오명을 벗어나기 위해 국내 중소·독립(인디) 게임사들과 협업하고 다양한 게임 개발에 나선다면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경탁 기자(kt87@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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