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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수도권 블랙홀에 휘청이는 지자체들…벼랑 끝 생존 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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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창사 70주년 특별기획: '지역을 살피다, 미래를 살리다'⑩]

부산 3대 번화가였던 부산대 앞 상권 상가 넷 중 하나는 공실…젊음과 활기 사라진 지역의 단면

올해 3분기 부산 인구 4093명 순유출…절반 이상이 수도권으로 떠나

박형준 부산시장 "5년 내에 혁신적인 분권 이루지 못하면 지역의 기반 자체가 무너질 것"

전국 광역단체들의 최우선 요구는 재정 등에 대한 자율권…중앙정부 반응은 '미지근'

시도마다 특별법 통한 자율권 확보 시도…경쟁적 특별법 발의 취지 희석 우려도

곳곳에서 광역단체간 행정통합 논의 급물살…"어떤 방식으로든 권역별 힘 모아야"

편집자 주
저출생 인구위기는 지역의 소멸을 뜻합니다. 이대로라면 2047년 전국 229개 시·군·구 모두가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됩니다. 대한민국 전체가 침몰하는 가운데, 눈앞의 불균형은 지역소멸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이제라도 소멸의 시계를 멈춰 세울 상생의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창사 70주년을 맞은 CBS노컷뉴스는 이를 위해 <지역을 살피다, 미래를 살리다> 연속 기획을 마련합니다. CBS 기자들이 전국 각지를 돌며 진단한 현실과, 모색해 본 해법들을 10편에 걸쳐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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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앞 거리의 상가 두 곳이 나란히 비어 있다. 박중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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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싣는 순서
①가장 가까운 2차 병원 '4시간 48분'…지역의료 붕괴 '골든타임'
②사라지는 마을, 학교…대한민국 '소멸 쇼크' 현장 보고서
③"지역에 돈이 안 돈다"…기업·청년 실종보고서[영상]
④어르신 돌보고, 음악가 꿈 키우고…내 고향 지키는 '기부금'
⑤한은이 띄운 '대입 지역비례선발제', 지방소멸 해법인가?
⑥'유치가 아닌 기획' 지역활성화 투자펀드로 일으키는 지역 경제
⑦"생활인구 확보해야 소멸 막는다" 팔 걷어붙인 위기 지역들
⑧이주노동자 없인 지역도 없다…'노동력' 아닌 '구성원'으로
⑨ '돌봄터' 된 교회와 폐원 어린이집…지역 살리는 공동체의 힘
⑩수도권 블랙홀에 휘청이는 지자체들…벼랑 끝 생존 전략은?


한때 부산 3대 번화가로 불리며 젊음과 활기로 가득 찼던 부산대 앞 거리. 연말을 맞아 울리는 캐럴과 형형색색 반짝이는 불빛 대신 상가 유리에 붙은 '임대' 문구가 이 거리의 오늘을 보여준다.

부르는 게 값이었던 권리금조차 사라진 텅 빈 상가의 창은 요란한 광고 전단이 차지했고, 속 불편한 일부 건물주는 아예 흰색 천으로 상가 전면을 가려버렸다.

남쪽 도시의 따뜻한 겨울도 옛말. 뚝뚝 떨어지는 매출에 상인들은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추운 겨울을 맞닥뜨려야 한다.

"작년이랑 비교하면 매출이 절반으로 줄었어요. 코로나 지나면 좀 나아지겠지 하고 버티고 버텼는데, 현실이 이러니 답답하기만 하죠" 부산대 앞에서 15년간 잡화점을 운영하고 있는 송모(50대)씨가 한숨과 함께 답답한 속내를 내뱉었다.

버티지 못한 상인들이 떠난 자리에는 빈 상가와 함께 이웃 상인들의 불안감이 남았다.

"오랫동안 같이 장사를 한 이웃들이 문을 닫을 때면 정말 마음이 안 좋아요. 순서가 다를 뿐 나도 언제든 가게를 접어야 할 수 있다는 걱정이 있지요" 자신이 운영하는 옷 가게의 양쪽 상가를 모두 공실로 둔 김모(50대)씨가 허탈한 듯 말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소규모 상가 공실률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부산대 앞 상권의 공실률은 23.4%에 달한다. 상가 넷 중 하나가 비어 있다는 뜻이다.

부산의 3대 관문 중 하나인 부산종합버스터미널. 터미널 내 잘 관리된 시설들과 어울리지 않게 텅 빈 점포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그 수를 세어보니 27개 점포 중 8곳이 비어 있다.

원인은 터미널 이용객 수에서 찾을 수 있다. 5년 전 연간 145만명에 달하던 이용객 수는 매년 감소를 거듭해 올해는 75만명 수준으로 반토막이 났다.

이용객이 없어 수지타산이 맞지 않으니 노선이 사라지고, 노선이 사라지면 이용객들이 다른 교통수단으로 눈을 돌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부산시설공단 지훈 버스터미널사업소장은 "이용객 감소로 인해 운수회사에서 노선을 통폐합하거나 두세 곳을 경유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이용객 입장에서는 이동 시간이 더 걸리는 것"이라고 했다.

터미널을 관리하는 부산시설공단은 비어 있는 점포에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등 환경 개선을 위해 애쓰고 있지만, 사람이 모여야 하는 근본적인 해법은 시간이 갈수록 어려운 숙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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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종합버스터미널 빈 점포 내에 미술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박중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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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블랙홀에 제2도시 부산도 '휘청'…"앞으로 5년이 골든타임"


올해 3분기 부산은 전출자(8만9121명)가 전입자(8만5028명)보다 많아 4093명의 인구 순유출이 발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172명이 더 떠났다.

특히, 순유출된 인구 중 20대가 1194명, 30대가 1189명 등 청년 비율이 전체의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을 떠난 이들이 향한 곳은 어디일까? 인접한 경남이 1753명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 1238명, 경기 904명으로 뒤를 이었다.

경남의 경우 양산과 김해 등 부산과 동일 생활권 내에서 오가는 비율이 높지만, 서울·경기는 상황이 다르다. 짐을 싸서 아예 터전을 옮기는 것이다.

부산을 비롯해 각 지역을 둘러싸고 있던 공동체라는 둑에 균열이 생겨 붕괴 수준에 이르는 동안 수도권은 인구와 교육, 산업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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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집중화를 지도로 표현한 아귀모델. 부산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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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50.7%가 살아가고 있다. 수도권 증가 인구의 78.5%가 청년층이라는 점은 역설적으로 비수도권의 현실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

국가생산비중의 52.5%가 수도권에서 이뤄지고 있고, 10대 종합대학교가 모두 그곳에 있다. 30대 기업 본사의 90%가 수도권에 터를 잡고 있다.

반면, 소멸이라는 날 선 단어가 현실화하고 있는 비수도권 자치단체들의 위기감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금처럼 청년들을 다 수도권으로 끌어올리고 저출생이 심화하면 5년 뒤에는 대부분의 지역이 학령 인구를 못 찾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그 시점에도 지금과 같은 구조를 유지하고 있으면 지역은 다 고사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5년밖에 남지 않았다"며 "이 시기에 과감하고 혁신적인 분권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그 이후는 지역의 기반 자체가 무너져버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중앙정부를 향한 각 지역의 호소와 들리지 않는 메아리


상황이 이렇자 비수도권 광역단체들은 중앙정부를 상대로 지방분권을 실현하기 위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2023년부터 2027년까지 5년 단위 지방분권 과제인 '제1차 지방시대 종합계획'에 따르면 각 광역단체들은 지방분권을 위한 저마다의 우선 과제를 제시했다.

각 시도별 주요 건의 사항을 살펴보면 부산은 국가 권한의 지방 이양, 대구는 자치조직권 강화, 인천은 행정체제 개편, 광주는 시민주도 정책 기획, 대전은 자치행정권과 자치조직권 강화, 울산은 개발제한구역 제도개선 등을 각각 내세웠다.

또, 강원은 지방세입 확충 기반 강화, 충북은 지방재정 자율성 확보, 충남은 충청권 특별지방자치단체 설립, 전북은 지속가능한 자치재정 확보, 전남은 자주재원 확보를 각각 건의했다.

경북은 중앙과 지방간 유사 중복기능 지방 이전, 경남은 지방세 확보 발굴, 제주는 재정분권 및 자주재원 확보를 제시했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비수도권 광역단체들이 지방분권을 위해 요구하는 최우선 과제는 재정과 조직, 행정 등에 대한 권한 이양을 통한 자율성 확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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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대정부 정책건의 진행 절차. 대한민국시도시자협의회 연구자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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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같은 지역의 목소리가 관철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각 시도에서 지난 2005년부터 2023년까지 19년 동안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를 통해 정부를 상대로 건의한 정책과제 583건 중 수용(일부수용 포함)된 정책의 수는 40.3%인 235건에 불과했다. 불수용이 188건(32.2%)이었고 장기검토 141건(24.2%), 미회신 19건(3.3%)등이었다.

수용된 정책들은 대부분 특정 사업에 대한 국비 지원 요청 또는 소음 기준 완화와 같은 제도적 보완이었는데, 지자체의 자율성을 넓혀주는 정책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전문가들은 지방분권을 위한 선결 과제로 지역 재정 자주권에 대한 중앙정부의 이해와 의지를 꼽았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박관규 정책연구센터장은 "현재의 지방 재정 운용 방식은 중앙정부의 공모사업에 지역이 참여하는 형태로 이뤄진다"며 "중앙에서 제안한 사업을 지역이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박 센터장은 "공모형 국고보조 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그 재원을 지방교부세 등으로 전환해 지방정부의 재정 자주권 높여야 지방분권을 위한 시도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비수도권 지자체의 생존 몸부림 Ⅰ. 특별법 통한 자율성 확보


이처럼 중앙정부의 주요 권한 이양이 요원한 상황에서 각 광역단체들이 찾은 생존 전략은 특별법을 통한 자율성 확보다.

부산의 경우 부산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안에는 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복하기 위해 부산을 남부권 거점도시로 키우는 비전과 실현 방안 등이 담겨 있다.

자유무역지역인 국제물류·금융특구를 지정하고 디지털, 첨단융복합, 미래모빌리티, 친환경, 첨단해양 등 6대 첨단산업의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법안의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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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부산시장 등이 지난 11월 국회에서 부산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통과를 촉구하는 농성을 벌이고 있다. 부산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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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는 100만인 서명운동에 이어 박형준 시장이 국회에서 천막농성에 나서는 등 법안 통과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전남도 역시 '전남특별자치도 설치를 위한 특별법' 제정에 총력을 쏟고 있다. 이 법안에는 출산장려정책 마련과 농촌활력촉진특구 지정, 신재생에너지 관련 인허가권 이양 등이 실렸다.

경기도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법을 앞세워 국회 문을 두드리고 있고, 이미 특별자치도 지위를 인정받은 전북도와 강원도 역시 특별자치도법 개정을 통해 자율성을 보다 강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지자체들이 연합해서 특별법 제정에 나서기도 한다. 부산과 경남, 전남은 남해안권 개발 사업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남해안권 발전 특별법'을 추진하고 있다. 울산과 포항, 경주가 연대한 '해오름산업벨트 지원에 관한 특별법'도 발의된 상태다.

각 지역에서 경쟁적으로 특별법을 추진하다 보니 특별법의 취지 자체가 희석된다는 지적도 있다. 지역의 특성과 가능성을 반영한 법안 마련이 필요한 대목이다.

비수도권 지자체의 생존 몸부림 Ⅱ. 행정통합해 몸집 키우기


비수도권 광역단체들이 생존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또 하나의 활로는 행정통합으로 대표되는 메가시티다.

시도 간 통합을 통해 산업과 물류, 교통 등 각 분야에서 시너지를 내고 제한된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하는 것이 취지다.

행정통합이 특별법을 토대로 추진되어야 하는 만큼 법을 근거로 통합자치단체의 재정과 조직 운영 등에 관한 자율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도 짙다.

현재, 부산·경남과 대구·경북, 대전·충남, 광주·전남 등이 행정통합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광역단체간 행정통합 선례가 없어 추진 방식에서는 다소 차이가 난다. 부산·경남의 경우 시도민의 찬·반 의사를 전제로 하고 있고, 대구·경북은 지방의회 차원에서 추진 여부를 가린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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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권 4개 시도가 참여하는 충청광역연합이 18일 정부 세종컨벤션센터에서 공식 출범식을 열었다. 충북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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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통합을 한다면 통합된 하나의 지방정부로 운영할지, 두 개의 지방정부를 유지하면서 상위에 또 하나의 지방정부를 신설할지 여부 등도 논의를 거쳐야 한다.

행정통합을 추진하는 각 시도는 제9회 지방선거가 예정된 오는 2026년 6월 이전에 통합 절차를 마무리하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현 단체장의 임기 내에 통합을 매듭짓겠다는 의지와 함께 다음 지방선거에서 통합 단체장을 선출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놓은 것이다.

다만, 도 단위의 경우 행정통합에 대한 기초단체별 온도 차가 심하고, 지역 정치권의 이해관계, 행정조직과 의회 구성 등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행정통합에 비해 상대적으로 절차가 간소한 경제공동체나 특별연합 등의 형태로 광역화를 이루는 경우도 있다. 부산, 울산, 경남이 손을 잡은 부·울·경 경제공동체와 충청권 4개 시도가 참여한 충청광역연합 등이 그 예다.

지역소멸의 위기감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지역에서는 행정통합을 비롯한 권역별 메가시티 구성이 이제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데 이견이 없어지고 있다.

지방분권균형발전 부산시민연대 박재율 상임대표는 "지역 소멸의 위기 속에서 통합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행정통합 추진에 어려움이 있다면 경제공동체 등의 방안을 통해서라도 권역별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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