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젓으로 가족이 모여 김장하는 모습. /김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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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아이들까지 가족 모두가 모여 김장을 마무리했다. 사실은 2주일 전 젓갈을 끓이면서 김장이 시작되었다. 김장은 배추 맛이 좋아야 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핵심은 젓갈이다. 이번에 준비한 젓갈은 잡젓이다. 여기에 작년 가을에 담가 놓은 제주 은갈치 속젓, 봄에 준비한 여수 병어 젓갈, 여름에 준비한 비금도 황석어젓을 더했다.
우리 젓갈은 아내가 집에 들어오면서 멸치젓에서 잡젓으로 바뀌었다. 곡성에서 나고 자란 어머니에게서 영광에서 태어난 아내로 김장을 책임지는 사람이 바뀌면서 그랬다. 전라도 김장 젓갈은 칠산 바다 영향이 큰 영산강 일대의 잡젓권과 남해와 가까운 섬진강 일대 멸치젓권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물론 결혼이나 직장 등 인구 이동, 해양 환경과 김장 문화의 변화 등이 있어 지역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다.
커다란 솥에 각각 숙성한 젓갈을 넣고 끓여서 액젓을 내렸다. 잡젓을 끓여 액젓을 내리는 과정에서 골골한 냄새가 진동한다. 그 냄새를 처음 맡아 본 사람들은 코를 막고 고개를 돌리지만, 그 맛을 본 사람은 그리움으로 바뀐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맛은 깊어진다. 고흥살이를 시작하면서 젓갈을 다리는 냄새로 이웃 눈치를 살피는 일이 사라졌다. 오히려 무슨 냄새가 이렇게 좋냐고 오가는 사람들이 묻는다. 잡젓은 장인이 자기 커피를 만드는 것처럼 ‘블렌딩’한다. 여기에 고춧가루, 파, 마늘, 미나리, 갓, 생강, 무, 당근, 청각, 찹쌀 풀, 생새우, 석화 등 기호에 맞게 더해 김칫소를 만든다.
전남 영광의 잡젓. /김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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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젓은 어떻게 만들까. 수심이 얕고 조차가 큰 칠산 바다의 고기잡이 어법과 상관성이 높다. 지금은 안강망을 이용하지만, 그전에 주목망이나 중선망을 이용했다. 모두 어구 입구가 크고 안은 좁고 긴 자루 그물이다. 철에 따라 숭어, 병어, 황석어, 새우, 밴댕이, 반지, 갈치, 장어, 꽃게, 주꾸미, 낙지 등 다양한 해산물이 그물에 들어온다. 이 중 돈이 되는 해산물은 추려서 팔고 나머지는 젓갈을 담근다. 전라도 게미진 김치는 이렇게 탄생한다.
잡젓을 끓여 내리는 장면. /김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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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 전남대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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