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에 쌍특검법 공 넘겼지만 기한 내 ‘합의’ 가능성 희박
협의체는 26일 출범인데 처리 시한까지 닷새밖에 안 남아
헌법재판관 임명도 “법의 틀 필요” 언급하며 여당에 동조
‘특검법 공포’ 손팻말 든 민주당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를 비롯한 소속 의원들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특검법 공포를 촉구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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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24일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을 공포하는 대신 여야에 타협안을 마련해달라고 밝혔다. 국회 의결을 거친 법안들의 공포를 미루고, 내란 사태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을 정치적 타협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드러냈다. 정국 수습 책임을 회피하면서 사태 해결을 지연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쌍특검법과 헌법재판관 임명을 두고 “법리 해석과 정치적 견해가 충돌하는 현안”이라며 “여야가 타협안을 토론하고 협상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26일 발족하는 여·야·정 국정협의체에서 여야 이견을 조율해달라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법률안을 공포하거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하지 않고 다시 정치권 타협을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다. 국회 본회의 표결을 거친 법률안의 최종 처리를 미루면서 책임을 떠넘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위헌·위법적인 12·3 비상계엄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민심이 들끓는 상황에서 특검 구성을 정치적 타협의 대상으로 삼으려 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실적으로도 실현 가능성이 낮다. 두 특검법의 법정 처리 시한(2025년 1월1일)이 임박한 상황에서 여야가 닷새 만에 타협안을 만들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 많다.
이 때문에 한 권한대행이 오는 31일 국무회의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명분 쌓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쌍특검법에 위헌·위법적 요소가 있다고 밝힌 점도 이 같은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헌법재판관 임명을 두고도 “수사를 하는 쪽과 받는 쪽이 모두 공평하다고 수긍할 수 있는 법의 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간 주요 현안에 ‘헌법과 법률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반복하다 처음으로 ‘정치권 합의’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공개 표출했다.
헌법재판관 즉시 임명을 미루는 것은 여당의 윤석열 대통령 방어태세에 발을 맞추는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을 탄핵소추한 국회가 헌법재판관을 추천하는 것은 “검사가 자신이 기소한 사건에 대해 판사를 임명하는 것과 같다”(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며 반대하고 있다. 이는 현재 6인 체제인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려면 ‘만장일치’가 필요한 점을 염두에 둔 방어 전술이라는 해석이 많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다수 의견과 소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정부가 행정적인 잣대만 갖고 판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절대 거부권을 시사한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 권한대행의 이날 선택에 따라 정국 혼란은 장기화하게 됐다. 여당은 한 권한대행 발언을 명분 삼아 쌍특검 반대, 헌법재판관 임명 지연 행보를 더 선명하게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른 여야 충돌 심화가 불가피해졌다. 한 권한대행 거취 문제도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정부 리더십 혼란기는 길어지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장 한 권한대행의 이날 제안을 “내란세력 비호”(이재명 대표), “시간을 지연해 내란을 지속시키는 것”(박찬대 원내대표)이라고 비판했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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