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구 인구 한때 20만명…주민 수 급감에 활기 잃어가던 곳
2019년 ‘독특한 감성’ 복합문화공간 탈바꿈에 젊은이들 발길
이달 크리스마스 마켓선 1만여명 ‘와글’…초대형 벼룩시장도
부산 영도구 봉래동의 한 보세창고가 지난 21일 크리스마스 행사장으로 탈바꿈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낡은 공간과 문화가 어우러진 독특한 감성이 주목받으면서 젊은이들이 몰리는 것 같아요.”
부산 영도구 봉래동2가 물양장(소형 선박 부두)의 낡은 보세창고 밀집지. 2차선 도로를 건너면 바로 부두 안벽이다. 해수면과 육지의 고도가 비슷해 항상 바닷물이 넘칠 것만 같은 곳이다. 바다에는 소형 선박이 무질서하게 접안해 있고, 대형 유람선도 건조 중이다.
지난 21일 오전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부둣가에는 사람들의 행렬이 꼬리를 물고 있었다. 보세창고를 카페로 바꿔 유명해진 ‘스페이스 원지’가 지난 13일부터 ‘크리스마스 빌리지 부산’ 행사를 개최하면서 사람들이 몰렸다. 혹시 모를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행사 주최 측이 안전봉을 들고나와 차량 흐름을 통제하며 행사장을 찾는 시민들을 안내했다.
2600㎡(약 800평) 크기의 보세창고는 인공눈을 활용해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변신해 있었다. 창고 지붕을 떠받치는 기둥·대들보·서까래가 화려하게 변신한 행사장과 묘하게 어울려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행사장에는 푸드트럭이 코를 자극하는 냄새로 분위기를 띄웠고, 지역 소상공업체 100여곳의 제품과 음식을 판매하는 초대형 벼룩시장이 펼쳐졌다. 쿠키 만들기, 산타복 입기, 크리스마스엽서 보내기 등 체험장도 마련됐다.
행사장에는 지난 13~15일 사흘간 1만5000명, 21~22일 이틀간 1만6000명이 다녀갔다. 행사장을 찾는 이들은 대다수가 20~40대 젊은층으로, 지하철과 주차장이 없어 시내버스를 타고 내린 뒤 걸어왔다.
주민 김판근씨(65)는 “영도는 부산에서도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가 줄고 노인만 남은 지역인데, 젊은이들이 부둣가의 낡은 창고를 커피숍으로 바꾸면서 이 일대에 활력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반짝하는 인기에 그치지 않고 명소로 오래 남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봉래동은 조선 관련 산업으로 활력이 넘치던 곳이었다. 현재의 보세창고와 공장은 1950~1970년대에 지은 건물이다. 2010년을 전후해 조선업이 쇠퇴하고 신항 배후부지가 활성화하면서 조선소는 문을 닫았고 보세창고는 빈 채로 남았다. 영도 인구는 1995년 20만명이 넘었으나 올해 11월 말 기준 10만명을 겨우 넘고 있다.
인구가 급감하자 부산시와 영도구는 2016년 봉래동 일대를 도시재생 사업지로 정하고 빈집 체험행사장을 만드는 등 다양한 사업을 펼쳤으나 일시적 관심에 그쳤다. 봉래동은 잊힌 지역이 되고 있었다.
하지만 2019년 3월 보세창고를 과감하게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시킨 ‘무명일기’가 문을 열면서 봉래동은 젊은이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커피와 간단한 음식을 팔면서 크고 작은 문화공연과 예술전시 행사 등도 열고 있다. 지난 5년간 다녀간 방문객이 20만명이 넘는다.
이어 2021년 12월 ‘모모스커피’가 문을 열자 봉래동은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3월 브런치 카페인 스페이스 원지가 문을 열고 백남준 전시회 등 각종 문화행사를 개최하면서 봉래동 보세창고거리는 이제 지역 명소로 자리를 잡았다.
무명일기, 모모스커피, 스페이스 원지의 젊은 기획자들은 경쟁하듯이 신선하고 다양한 기획 행사로 젊은이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유동인구가 늘자 부산시는 2022~2023년 이곳을 커피테마거리로 조성키로 하고 조명을 설치하고 안벽에 난간을 설치했다.
임현지 스페이스 원지 대표(39)는 “새로운 느낌과 분위기에 젊은이들이 반응한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며 “어두컴컴한 봉래동 보세창길도 계속 밝아지도록 새로운 행사를 꾸준하게 기획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권기정 기자 kwon@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계엄, 시작과 끝은? 윤석열 ‘내란 사건’ 일지 완벽 정리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