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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내년은 달라졌으면"… 성탄 전야, 명동은 차분했고 광화문은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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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전야 명동, "계엄 후 외국인 발길 뚝"
"윤석열을 파면하라"… 도심 집회 계속돼
아리셀 화재 참사 반년, 유족 "처벌" 촉구
한국일보

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인파로 붐비고 있다. 허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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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는 좀 조용했으면 좋겠어요. 정치도 그렇고, 나쁜 사람들 다 없어졌으면…"


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 열네 살 동갑내기 곽지연·이승연양의 크리스마스 소원은 '시험 만점'도, '가족 건강'도 아닌 '안전 사회'였다. 3주 전 계엄령의 공포를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는 바람이었다. 이들은 "우리가 마음 놓고 클 수 있는 안전한 사회를 어른들이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명동 거리에 인파는 적잖았지만 '12·3 불범계엄 사태'의 여파 탓인지 전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였다. 거리 가운데 우뚝 선 대형 크리스마스트리와 거리에 울려 퍼지는 캐럴을 통해 성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정도였다. 선물을 사러 이곳을 찾았다는 대학생 지은빈(22)씨는 "나라가 혼란스러워서 지난해에 비해 들뜨고 그러진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친구와 명동 거리를 구경하던 이종림(65)씨도 "시국이 시국이다 보니까 성탄절인데도 좀 썰렁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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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를 찾은 관광객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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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특수'를 기대하기 힘든 상인들 표정도 어두웠다. 한 떡볶이 노점상 주인은 연신 "힘들어" "손님 없어"를 되뇌었다. 그는 "명동은 외국인들이 와서 지갑을 열어줘야 하는데, 계엄 이후 외국인 수가 체감상 20%는 확 줄었다"고 시름했다. 인근 화장품 가게 직원도 "사람이 별로 없어 힘들다"고 푸념했다.

시민들은 올해보다 내년이 나아지길 한목소리로 염원했다. 업무차 명동에 들른 고명수(59)씨는 "내년에는 국민들의 삶이 달라졌으면 좋겠다"며 "빨리 이 사회적 혼란이 해소되기를 빈다"고 말했다.

아리셀 참사 6개월... "사과해라" 소원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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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열린 아리셀 참사 해결 투쟁 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크리스마스트리에 소원 메시지를 남겼다. 전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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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영하의 맹추위에도 광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1,500개 시민단체가 모인 윤석열퇴진비상행동은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에서 '메리퇴진 크리스마스 민주주의 응원봉 콘서트'로 이름 붙인 '윤 대통령 파면 촉구 집회'를 열었다. 대구에서 올라와 집회에 참석한 박모(51)씨는 "크리스마스이브지만 화가 나서 집회에 왔다"고 힘줘 말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쌍특검법'(내란·김건희 여사)을 두고 국민 대다수가 납득할지 모르겠다며 위헌적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한 것에 대해 그는 "국민 대다수의 생각을 보여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탄절 당일에도 도심 곳곳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파면 촉구 집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이날로 반년을 맞은 '아리셀 화재 참사'에 대한 유족과 시민들의 "재발 방지 촉구" 외침도 이어졌다. 아리셀 산재피해가족협의회 등은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에서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해결 투쟁 문화제'를 열었다. 행사에 참석한 유가족 최현주씨는 "아직도 책임자들로부터 사과 한마디 듣지 못했다"며 "온전한 재발 방지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행사장 한쪽에 마련된 크리스마스트리 소원 나무에는 '진상이 밝혀지는 그날까지 함께하겠다'는 메모가 빼곡하게 달리는 등 시민들 응원도 이어졌다. 이준배(60)씨는 "시국 자체가 혼란스럽고 어지러운데 내년엔 나라가 정상으로 돌아왔으면 한다"며 꾹꾹 눌러 적은 메모를 트리에 걸었다. 문구는 '힘내세요, 정의는 반드시 승리합니다'였다.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
허유정 기자 yjheo@hankookilbo.com
전유진 기자 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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