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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 (수)

[기고] 개도국의 미래, 디지털 경제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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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달 국제연합무역개발협의회(UNCTAD)의 낸 리 콜린스 선임이사 초청으로 제네바 본부에서 산업정책연구원(IPS)의 2024년 국가경쟁력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UNCTAD는 개도국의 경제 발전을 촉진하고 남북 간 경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설립된 유엔 산하 기관이다.

IPS는 2000년부터 매년 국가경쟁력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이 연구를 수행하는 기관은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원(IMD), 세계경제포럼(WEF), 그리고 한국의 IPS뿐이다. 다만 WEF는 코로나19 이후 연구를 중단해 현재는 IMD와 IPS만이 국가경쟁력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제품 경쟁력은 고객에게 선택받는 매력을 의미하며, 국가경쟁력도 마찬가지다. 다만 고객의 정의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 IMD는 국가경쟁력의 고객을 글로벌 기업으로 보고, 이들이 투자할 국가를 선택하는 기준을 경쟁력으로 평가한다. 반면 IPS는 미래 세대, 즉 후손들이 선택하고 싶은 나라를 가장 경쟁력 있는 국가로 간주한다. IPS는 국가 경쟁력의 원천을 98가지로 세분화해 62개국을 매년 평가하며, 이를 통해 각국 정책 결정자들이 자국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발표 이후 콜린스 선임이사는 IPS 연구에 동참하고 싶다며 두 가지를 제안했다. 첫째, 선진국과 상위권 개도국으로 구성된 기존 연구 대상에 중위권 및 하위권 개도국을 포함해 연구 대상을 확대하자고 했다.

둘째, IPS의 국가경쟁력 모델이 제조업 기반 국가를 전제로 설계됐음을 지적했다. 지난 200년간 서유럽, 미국, 동아시아는 제조업 중심의 경제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현재 중남미, 서남아시아, 아프리카의 많은 개도국이 동일한 모델을 따르려면 일본, 한국, 중국이라는 거대한 산맥을 넘어야 하고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 대신 UNCTAD는 개도국들을 위해 디지털 이코노미를 활용한 새로운 발전 모델을 구상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논의를 들으며 두 가지 사례가 떠올랐다. 첫째는 중국의 결제정책이다. 한국 등 선진국은 화폐 경제에서 신용카드 중심의 신용 경제로 전환했지만, 중국은 화폐 경제에서 곧바로 모바일 결제 시스템으로 도약했다. 그 결과 중국은 세계 모바일 결제 시장의 약 70%를 점유하며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중간 단계를 뛰어넘는 디지털 경제의 특징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콜린스 선임이사의 구상과 맥락이 닿아 있다.

둘째는 제조업 중심 사고의 변화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제조업은 영원하다"는 고정관념이 강하지만, 최근 경영 트렌드인 PAAS(Product as a Service)는 이를 깨뜨리고 있다. PAAS는 제품을 서비스로 전환하는 모델로, 세탁기를 무료로 설치한 뒤 사용 횟수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이 그 예다. 이는 전력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청구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PAAS 체제가 보편화되면 제품의 본질은 희석되고 서비스의 효용성만 남게 되며, 제조업체의 영향력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나는 콜린스 선임이사의 제안에 동의하고 귀국했다. 지금은 한국을 선진국으로 이끈 제조업 기반 국가경쟁력 모델을 수정해 디지털 기반의 새로운 경쟁력 모델을 설계하고 있다. 새 모델이 100여 개 개도국의 성장 전략을 지원할 수 있길 기대한다.

[조동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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