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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 (수)

성탄절 전야에도 태극기 노인 트라우마 자극한 '북풍'[기자의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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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지키겠다"며 尹관저 모여든 노인들

뉴스1

16일 서울 중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자유통일당 탄핵반대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2024.12.16/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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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들은 모르잖아요."
(서울=뉴스1) 유수연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 후 서울 도심은 대통령 파면·구속을 촉구하는 촛불 집회와 대통령을 지지하는 태극기 집회로 쩍 갈라졌다. 기자는 양쪽 집회를 모두 취재했다.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 태극기 집회에서 만난 82세 노인 A 씨. 그는 한겨울에 해병대 군복을 입고 있었다. 6·25 전쟁을 겪었다는 A 씨는 기자를 붙잡고 "우리는 대한민국이 만들어진 과거를 알지만, 저들(촛불집회 참가자들)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이 태평성대에 대통령을 끌어내려고 혼란을 만들 수 없다"며 비장하고 절박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지난 15일 서울 숭례문 앞 촛불집회에 참가한 50대 남성 B 씨. 그 역시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을 겨냥해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피로 얻어낸 것인데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으로 되돌리려고 했다. 5·18 민주화운동과 6월 민주항쟁을 그들(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은 모르는 것이냐."

B 씨는 시민들이 나눠준 따뜻한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는 응원봉을 든 20~30대 여성들을 보면서 "과거에도 그랬듯 시민들은 민주주의를 지켜낼 것"이라고 했다. 기자와의 짧은 문답을 마치고 그는 헌법재판소 방향으로 행진했다

B 씨는 희망의 길로 나아가는 모습이었고, A 씨는 길을 잃은 모습이었다. 지난 12일 태극기 집회 주최 측은 2500명이 모였다고 발표했으나 기자가 일일이 참가자를 센 결과 100여명에 불과했다. 그들은 목이 터지라 찬송가를 불렀지만 '패배'의 분위기를 숨길 수 없었다.

이들조차 비상계엄을 완전히 옹호하지 못했다. "오죽했으면 그런 조치까지 취했겠느냐" "아무도 다치지 않았으니 진짜 계엄령도 아니다"며 합리화했다. 참가자들은 "한덕수 총리님 우리나라를 구해주세요" "윤석열 대통령님 만세"를 외친 뒤 '아멘'이라고 말을 꼭 붙였다.

노인들에게 "왜 군복을 입고 있냐"고 물으면 "이래야 마음이 편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 4차 대국민담화를 통해 '종북 반국가세력'을 거론하면서 노인들의 '전쟁 트라우마'를 자극한 바 있다.

비상계엄의 기획 과정에서 북풍(北風)을 노렸다는 의혹이 속속 드러났다. 비상계엄을 사전 기획한 혐의를 받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는 북방한계선(NLL)에서 북한의 공격을 유도한다는 내용의 메모가 발견됐다. 노인들의 실존적 공포인 전쟁은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수단에 지나지 않는 듯했다.

"끝까지 싸우겠다"(4차 대국민 담화)는 윤 대통령의 비장한 말에, 성탄절 전야인 24일 오후 3시에도 노인 150명은 대통령을 지키겠다며 관저 앞에 모여들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칩거'를 이어가고 있다. 오는 25일 공수처의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기로 했다.

윤 대통령이 몸을 숨긴 동안 노인들은 이 엄동설한에 '대한민국'을 외치고 있다. 대통령이 '유튜브'로 이 광경을 보고 있을지 궁금하다.

shush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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