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먼저 ‘러 파병’ 제안설”…러, 내년 전승절에 북한군 참여 언급

최근 이뤄진 북한군의 대규모 러시아 파병을 북한이 먼저 제안한 것이란 외신 보도가 나왔다. 러시아는 내년 제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일(전승절) 행사에 북한군이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미국 정보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1만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은 북한의 구상이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를 신속히 수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합동참모본부는 23일 최근 북한군 동향 언론 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병력은 물론 장비까지 추가로 보내려는 동향을 파악했으며 남측에 대해서는 경계·분리를 강화하기 위해 일부 구간에 전기 철책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북한군이 아궁이를 설치해 조리하는 모습. 합동참모본부 제공

그동안 서방은 북한의 파병이 러시아의 절박함에 따른 결과였을 것이라 평가해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병력 수급난을 겪게 된 러시아가 북한에 먼저 파병을 요청했을 것이란 분석이었는데, 실은 북한이 스스로 제안했다는 판단이 미 정보 당국에서 나왔다는 얘기다.

앞서 새무얼 퍼파로 미 인도태평양군사령관도 지난 7일 캘리포니아주 로널드 레이건 기념도서관에서 열린 안보 관련 회의에서 북한이 먼저 러시아에 파병을 제안했고, 러시아가 이를 받아들였다고 밝힌 바 있다.

야지에서 취식하는 북한군. 합참 제공

NYT에 따르면 미국 정보 당국자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로부터 파병에 대한 대가를 곧바로 받은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향후 위기 국면에서 발생할 외교적 싸움에서 러시아가 북한을 지지해주고, 기술 제공도 해주길 희망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우크라이나 당국자가 NYT에 전한 바에 따르면 북한 병사들은 현재 러시아 쿠르스크 전선의 전방에서 전투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미 200명에 이르는 북한군 사망자가 나왔다. 부상자는 이보다 더 많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현재 북한군 부대들은 러시아 전투부대에 완전히 통합되기보다는 독립적인 움직임이 좀 더 포착되는 양상으로, 이 때문에 인명 피해 위험을 높였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다만 북한군 병사들은 부상당했을 때 작은 병원을 거치지 않고 쿠르스크의 큰 병원으로 바로 이송돼 치료받는 등 러시아 군인들보다 의료면에서는 처우가 낫다는 우크라이나 당국자의 평가도 실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뉴시스

한편 크레믈궁은 내년 전승절 행사에 북한군의 참여 가능성을 이날 거론했다.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은 내년 5월 9일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여러 국가의 군 파견대가 참여할 것이라며 "북한군과 여러 다른국가도 참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러시아 국방부는 북한을 방문한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북한군을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초청하며 "긍정적 결정을 기다린다"고 말했다고 전한 바 있다.

러시아는 소련이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 독일에 승리한 날을 기념해 매년 5월 9일 붉은광장에서 전승절 행사를 연다. 다양한 러시아 군부대와 무기를 선보이며 군사력을 과시하는 열병식이 특징이다. 이 열병식에 북한군이 함께 행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년 행사에서는 ‘북러 군사밀착’이 특히 강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분석대로 정말 북한군이 먼저 러시아 파병을 제안한 것이라면 러시아로서는 북한의 기여를 특별히 인정하고자 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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