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행렬 억제 등 ‘친미 기조’ 불구
트럼프 “통행료 비싸다” 환수 시사에
파나마 대통령 “단 1㎡도 줄 수 없다”
야당도 “받은 게 아닌 되찾은 곳” 반발
‘운하 투자’ 홍콩계 기업 운영 개입 불만
외신, 中선박 물동량 견제 성격 분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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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파나마운하 운영권 환수’ 언급에 파나마 내에서 반발이 급격하게 확산하고 있다. 대통령까지 강력 대응에 나서 전통적 친미국가로 분류되는 파나마와 미국의 외교적 갈등으로까지 번질 기세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게시한 4분30초 분량의 대국민 연설을 통해 “파나마운하와 그 인접 지역은 파나마 국민의 독점적 재산”이라며 “단 1㎡도 양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단호한 어조로 “국내 영토 주권은 결코 타협할 수 없다”며 “운하는 우리가 완전한 자율성을 가지고 관리하는 자산으로서, 당국은 중립적이고 개방적인 운영을 사명으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 게시글에 미국 선박에 대한 파나마운하의 통행 요금이 과도하다며 “관대한 기부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파나마운하를 미국에 완전하고 조건 없이 돌려 달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미국은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중요 길목에 위치한 파나마에 1914년 자국 자본으로 운하를 건설한 뒤 직접 운영해왔다. 이후 파나마 내에서 미국의 운하 운영에 대한 반발 여론이 높아지자 1977년 협약 등을 거쳐 1999년 파나마 정부에 운영권을 넘겼다.
파나마 운하 통과하는 화물선.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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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찾아온 운하 운영권을 트럼프 당선인이 “환수할수 있다”고 선언하자 파나마 정계와 국민들은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다. 파나마 최대 야당인 중도좌파 성향 민주혁명당(PRD)은 이날 엑스에 “파나마운하는 ‘받은’ 게 아니라 우리가 되찾아 확장한 곳”이라고 성토했고, 파나마 국회 최대 의석(71석 중 21석)을 차지하고 있는 무소속 연합에서도 “우리 민족의 기억과 투쟁에 대한 모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대통령까지 가세하고 나선 것이다.
일단 트럼프 당선인이 표면적으로 제기한 미국 선박에 대한 과도한 요금 부과는 양국의 협상으로 일정부분 해소될 수 있다. 전 세계 해상 무역의 3∼4% 규모를 차지하는 파나마운하는 미국 동해안과 서해안을 잇는 최단거리 항로라는 특성상 미국 선박이 압도적으로 이용률이 높다. 파나마 운하청(ACP)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4 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기준 미국 선적 선박이 1억5706만t(톤)의 화물을 실어 나른 것으로 집계돼 2~4위 국가인 중국, 일본, 한국의 선적 물동량을 합한 것보다 1.5배 이상 많다.
더 큰 문제는 트럼프 당선인의 이번 발언이 단순한 요금에 대한 불만이 아닌 중국에 대한 견제 성격이 짙다는 점이다. 파나마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운하 운영권을 넘겨받은 뒤 대대적인 확장 공사를 거치며 시설을 현대적으로 혁신했는데, 이때 홍콩계 기업 CK허친슨의 투자에 크게 의존했고 이 기업은 지금도 운하 운영에 깊숙이 개입 중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운하 운영권 환수 가능성을 제기하며 “운하가 잘못된 손에 넘어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중국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 같은 배경으로 볼 때 이 발언은 중국에 대한 경고로 보인다고 로이터통신은 짚었다. 파나마운하의 중국 선박 물동량도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4504만t에 달해 미국 정부가 다시 운영권을 가져올 경우 중국 무역에 대한 직접적 견제효과까지 발생한다.
파나마는 다방면에 걸쳐 미국 영향권에 있는 상태에서 양국 간 대등한 관계 구축을 목표로 전통적으로 ‘친미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다. 지난 7월 취임한 물리노 대통령은 콜롬비아·파나마 국경 지대인 다리엔 갭으로의 이주민 행렬 억제와 관련해 미국 정부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파나마 국가 운영에 가장 핵심인 운하 문제와 관련한 갈등이 불거지며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양국 관계에 금이 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심지어 트럼프 당선인이 물리노 대통령의 반박 이후 트루스 소셜에 “두고 보자!”는 글을 올려 우려가 빠르게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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