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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MBK·영풍 “최윤범 회장, 집중투표제 악용…회장직 유지 위한 꼼수”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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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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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이사회가 다음달 열릴 임시주주총회 안건을 23일 공개한 가운데,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은 최윤범 회장 측이 집중 투표제를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최 회장이 표 대결에서 불리한 상황에 처하자 회장직을 유지하기 위해 꼼수를 썼다는 것이다.

23일 최 회장 측은 이사회를 열어 임시주총 안건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MBK파트너스 측이 문제 삼은 의안은 1호 의안이다. 최 회장 측 주주 유미개발은 1호 의안으로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안을 상정했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선임할 때 주식 1주에 대해 선임하고자 하는 이사의 수 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투표 방식이다. 다수의 이사 후보가 있을 경우, 주어진 의결권을 한명 또는 여러명의 후보에게 집중 또는 분배해 투표할 수 있다. 단순 투표 방식으로 이사를 선임할 경우 과반의 주식을 소유한 대주주의 의사에 따라 모든 이사가 선임되지만, 집중투표 방식을 이용하면 소수주주의 의결권을 집중해 이들이 추천한 이사를 선임함으로써 모든 이사가 대주주의 의사대로 선임되는 걸 막을 수 있다.

최 회장 측이 집중투표제 카드를 꺼내든 건 의결권에서 MBK-영풍에 비해 열세에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까지 MBK-영풍은 의결권 지분 46.7%를 보유 중이며, 최 회장 측은 우호지분까지 합쳐서 40% 안팎으로 추산된다.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제 방식으로 이사 선임이 이뤄질 경우, 최 회장 측 지분의 의결권을 최 회장 측이 추천한 이사들에게 집중해 행사하도록 함으로써 MBK-영풍이 이사회 과반을 선임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경우 최 회장 중심의 이사회 구조를 해소해 고려아연 거버넌스를 바로 잡는데 시간이 지체될 수 있고, 그 기간 동안 주주 간 지배권 분쟁이 계속돼 고려아연은 물론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주장했다.

MBK파트너스는 최 회장이 소수주주가 아님에도 집중투표제를 자신에게 최대한 유리한 쪽으로 활용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는 과거 자사주 일반공모 유상증자에서의 경우와 같이 겉으로는 주주 보호를 운운하면서 실질적으로는 본인의 경영권 유지를 위해 제도를 남용하는 것과 동일한 행태”라며 “소수주주 보호 방안을 최 회장 개인의 경영권 방어용으로 악용하려는 꼼수를 또 다시 보이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고려아연 정관에는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는 규정이 명시돼있다. 고려아연과 같은 대규모 회사의 집중투표제에 대한 정관 개정의 경우, 상장사의 감사·감사위원을 선임할 때와 같이 의결권 있는 발행 주식의 3%까지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소위 ‘3%룰’이 적용돼 특수관계인 지분이 나뉘어 있는 최 회장 측 의결권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MBK파트너스 측 설명이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일반적인 상황에서 소수주주 보호를 위해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본건의 경우에는 1, 2대 주주간 지배권 분쟁 상황에서 2대주주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려는 의도에서 이뤄지는 주주제안”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MBK파트너스는 유미개발이 이번 임시주총에서의 이사 선임에 대해서도 집중투표제를 시행하자는 주주제안을 발의한 점도 문제 삼았다. 상법상 이런 주주제안은 정관상 집중투표제가 인정되는 상황에서만 허용되는 것며, 고려아연 정관상 집중투표제가 배제돼 있는 현 상황에서는 집중투표제에 따른 이사 선임 주주제안 자체가 적법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다른 소수주주들은 집중투표제가 도입된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집중투표제가 적용된다면 행사했을 수도 있는 이사후보 추천권을 행사할 기회마저 박탈당한 셈이라고 MBK파트너스 측은 주장했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이번 임시주총을 통해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정관이 개정되더라도, 법률적인 문제를 해소하고 소수주주들의 참여 기회를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집중투표제 시행에 따른 이사 선임은 다음 주총부터 이뤄지는 게 맞다”고 말했다.

노자운 기자(j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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