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바닥에서 징징대는 것 받아줬다"
비속어 섞인 원색적인 비방에 논란
국회 행안위 회의에서 질타당하기도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봉준 투쟁단이 윤석열 대통령 구속 등을 촉구하며 트랙터 상경 시위에 나섰다가 서울 서초구 남태령에서 20시간 이상 대치를 이어간 22일 서울 서초구 남태령 인근에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며 트랙터를 몰고 상경한 농민들과 경찰이 21일 서울 남태령 인근에서 28시간 이상 대치한 가운데, 현장에서 농민과 연대한 여성 시민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경찰청 직원의 글이 논란이 되고 있다.
22일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요즘 어린 여자애들 왜 이렇게 정신머리가 없냐'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회사명에 '경찰청'을 단 익명의 작성자는 "범죄자 농민들을 옹호하는 뇌에 우동 사리 든 X들은 대체 무슨 생각이냐"라며 여성 시민들을 비방했다. 블라인드는 직장 내부 이메일로 본인 인증을 거쳐야만 이용할 수 있다. 계정 도용 등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글쓴이는 현직 경찰인 셈이다.
작성자는 "힘없는 농민을 무식한 경찰이 과격하게 진압한다고 여초 사이트, 좌파 전문 시위꾼들에 선동당해서 우르르 쏟아져 나와서 이 날씨에 새벽부터 나와서 12시간이 넘게 고생하는 우리 젊은 직원들은 대체 무슨 고생이냐"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아무나 잡고 '양곡관리법이 뭐냐'고 물어보면 제대로 대답이나 하는 X들이 있을까?"라며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을 비하했다. 그는 "유럽이었으면 머리에 총알구멍 뚫어버렸을 텐데. 아직도 도로 점거하고 길바닥에서 징징대는 거 받아주는 게 정상이냐. 대한민국 공권력 뭐 같다"며 비속어가 섞인 극단적 비방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몰라서 그러나 본데 실제 유럽 농민들의 시위는 몇 배로 과격하다. 머리 조심해야 할 쪽은 오히려 경찰일 것" "우리나라 경찰이 맞냐. 내란동조범들이나 할 법한 발상이다" "찾아내서 징계를 내려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지난 2월 2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 농업 장관회의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EU에 항의하는 농민들이 본부 인근에 트랙터를 몰고 와 경찰들에게 건초를 뿌리고 있다. 벨기에, 프랑스 등 유럽 각지에서 도착한 900대의 트랙터 시위대는 EU 정상회의 이후 약 3주 만에 다시 집회를 열고 EU-남미 FTA 중단, 농업 분야 지나친 규제 철폐를 요구했다. 브뤼셀=AFP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논란이 커지자 해당 글은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언급되기도 했다.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에게 질의하는 과정에서 이 글의 발췌해 낭독하며 "완전히 여성 폄하"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아무리 익명게시판이라도 작성자가 경찰로 추정되니 확인하고 조처해야 한다"며 이 직무대행을 향해 "누군지 밝혀내 행안위에 보고해달라"고 주문했다.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도 글의 내용을 질타하며 "경찰관이 지금 시국에 그런 글을 게재한다는 걸 납득할 수 없다"며 "통제력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경찰 관련 미담'도 나와... 남태령 현장에 '따뜻한 커피 15잔' 익명 전달
22일 익명의 경찰이 남태령 집회 참가자들을 위해 커피 15잔을 전달했다는 내용의 글이 엑스에 올라왔다. 엑스(X) 캡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편 22일 엑스(X)에서는 익명의 경찰이 남태령 집회 참여자들을 위해 커피 15잔을 무료로 전달했다는 미담격의 글이 올라왔다. 게시된 사진 속 배달 영수증 요청 사항에는 "경찰관입니다. 남태령 고개 집회 참가자분들 아무에게나 드시라고 꼭 전달 부탁드리겠습니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 사진을 올린 누리꾼은 "익명의 경찰관분이 집회 참여자분을 위해 음료를 보내주셨다"며 "이런 마음을 모아 트랙터 행진이 꼭 무사히 도착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앞서 2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향하던 전농의 트랙터와 경찰의 대치는 22일 오후 28시간여 만에 해소됐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