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연휘선 기자] 배우 송중기가 도전에 도전을 거듭한 끝에 어렵사리 영화 '보고타'를 꺼내보일 수 있게 됐다. 5년 전에 시작했지만 코로나19의 팬데믹으로 인한 촬영 중단으로 뒤늦게 선보이게 된 새 상업 영화. 그 사이 아내인 케이티 루이스 사운더스와 재혼하고, 두 아이의 아빠가 되며 인간적인 성장을 거듭한 바. 좋은 배우이자 남편, 아빠로서 송중기는 '빈센조', '재벌집 막내아들'과 같은 드라마 히트작 못지않게 상업 영화의 성공을 갈망하고 있었다.
23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송중기를 만났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개봉을 앞둔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감독 김성제, 제공배급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작 영화사 수박·이디오플랜, 공동제작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약칭 '보고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보고타'는 희망 없는 인생들이 마지막으로 선택한 곳 콜롬비아의 보고타, 지구 반대편 남미에서 밀수시장에 뛰어든 한국인들의 생존기를 그린다. 지난 2020년, '보고타' 측은 해외 로케이션 등 본격적인 첫 촬영을 시작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과 후반 작업을 거치면서 5년 만에 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 이 가운데 송중기는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곳을 꿈꾸는 청년 국희를 맡았다.
5년 만에 선보이게 된 영화에 대해 송중기는 "딱 31일에 영화가 나오게 됐다. 공교롭다기 보다는 메가박스에서 그렇게 정했다. 올해 마지막에 걸리는 한국영화라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더 솔직한 이야기로는 영화가 오랜만에 인사를 드리는데, 개봉하는 것 만으로도 너무 좋다. 겸손한 척이 아니라 그만큼 오래 걸렸기 때문에 더욱 책임감 있게 잘 인사드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콜롬비아 올로케가 컸다"는 송중기는 "제작사 대표님이 '이태원 살인사건'에서 저를 뽑아주셨던 분이다. 처음 대본을 대표님이 주셨을 때, 콜롬비아 올로케 촬영이라고 하시더라. 굉장히 스페인어 대사도 많고, 다 아시겠지만 편집된 부분들에서 나오는 현지 장면도 많았고 그런 부분들이 저한테는 도전하는 마음을 자극하는 게 있었다. 못 해볼 경험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거기에 플러스 김성제 감독님 연출 이야기를 듣고 '소수의견'을 제가 재미있게 봐서 밀도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다는 생각이 컸다. 어쨌든 사이즈가 커졌는데 '소수의견'에서 밀도 있게 캐릭터 이야기를 보여주셨던 게 제 도전 의식이랑 겹쳐서 궁금한 마음이 커졌다"라고 출연 이유도 밝혔다.
10대부터 30대까지 다양한 나이대로 등장하는 국희에 대해 송중기는 "외적으로만 따지면 가장 메인 구간은 '보고타' 현지에 적응하는 부분이었다. 그걸 어떻게 가야하나 고민이 많았다. 프리 프로덕션 때 일부러 손 들고 콜롬비아를 가보고 싶다고 해서 현지 피디님을 따라갔다. 그 때 현지에서 많은 부분을 느끼면서 의상 실장님 등과 공유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가 머리도 짧게 자르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귀걸이, 목걸이도 다 해보다가 귀걸이를 해봤더니 제가 작품에서 안 보여드린 모습이라 처음 보여드린 모습일 것 같았다. 우리가 콜롬비아에 정착했을 기간에 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비주얼일 수 있겠다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처음엔 너무 어색했다. 실제 현지 타투 업체에 가서 귀를 뚫었다. 그런데 중간에 액션을 찍다가 귀가 찢어졌다. 그런 건 처음이었는데 여자 스태프들이 여자들은 그런 일이 많다고 하더라"라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또한 송중기는 현지에서 의상도 바지는 빨강인데 위에는 파랑을 입었다. 의상 실장님이 처음에 옷을 가져오셨을 땐 '이게 말이 되나?' 싶었다. 그런데 현지에 가니까 너무 말이 되더라. 그러면서 '보고타'에서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기에, 내가 생각하기엔 과하지 않을까가 적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심어줬다"라고 덧붙였다.
작품을 위한 외적인 요인으로 현지 언어 사용도 컸다. 실제 송중기는 스페인어 공부에 힘썼다. 이와 관련 그는 "프로덕션에서 저보다 5살 정도 어린 한국 남자 분이 스페인어를 알려줬다. 한국에서 태어나긴 했는데 아기 때부터 콜롬비아로 이주한 친구라 30년 넘게 보고타에서 가족들과 다같이 살고 있는 친구를 프로덕션에서 섭외했다. 그 친구가 저희 배우들 스페인어를 다 알려줬다. 제가 보기엔 선생님을 잘 만난 것 같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또, "제 성격이 워낙 오지랖이 넓어서 현지 콜롬비아 스태프들하고 친해지면 많이 편집됐는데 죄다 욕이었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현지 스태프들이 그냥 귀여운 거다. 머리 짧게 자른 친구가 걔들이 보기엔 제가 35세인데 스물 몇 살로 보였나 보더라. 꼬맹이 같은 애가 스페인어 배운다고 욕도 배우고 하는 게 우리나라 사람들도 외국사람이 언어 배우면서 욕하면 귀엽게 보듯이 귀여워 보였나 보더라. 그래서 더 잘 알려줬다"라고 밝혔다.
"스페인어 특유의 리듬이 저랑 조금 맞더라"라며 눈을 빛낸 송중기는 "스페인어는 지금도 공부하고 있다. 하다 보니까 재미가 생겼다. 제가 조금 더 의욕이 생겼다. 콜롬비아 현지 배우들하고 호흡을 맞출 때 조금 더 욕심이 생겼다. 현지에 있으니까 거기에서 뭐 하겠나. 쉬는 날도, 현지 스태프들이나 현지 사람들하고 뭐라도 얻어가려고 제가 약간 프로덕션 바운더리 밖에서 배워온 스페인어로 현장에서 써먹을 때 희열도 있었다. 편집되긴 했지만, 안 아쉬울 순 없는데 영화를 개봉하는 결정권자들의 결정을 존중한다"라고 말했다.
외적인 부분들 외에 내적으로는 어떻게 신경 썼을까. 송중기는 "국희가 왜 급발진을 하는지 해결이 돼야 기회가 생길 것 같았다. 감독님이 서사를 만들어주신 게 저한테는 김종수 선배가 맡으신 아버지의 존재였다. 진짜 감사하게도 종수 형님이 '내가 이렇게 해야 국희가 달려갈 수 있겠다'는 걸 알아주셔서 진짜 많이 의지할 수 있었다. 제 내레이션에도 나오지만 엄마는 무기력하고 아빠는 무책임하고 그러면 꼬맹이가 기댈 데가 없는데 한국에서도 희망이 없어서 떠났는데 말도 안 통하고 경제 능력도 없는 꼬맹이가 무기력하고 무책임한 부모 아래에서 살아남으려고 뭐든 했을 것 같다는 답이 나왔다. 아빠는 인생을 포기하신 것처럼 무책임하게 우리를 돌보지 않으면 나라도 엄마, 가정, 스스로를 돌봐야한다는 생존본능이 생겼으리라는 점에 집중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뒤에 가서는 제가 제작발표회 때 '욕망 덩어리'라고 이야기했던 게 저도 자리를 잡은 다음부터는 1인자로 살아가고 싶다는 욕망이 생긴 것 같더라. 그게 못됐다고 생각을 안 한다. 내가 일군 텃밭에서 기왕에 일궜으니 내가 1등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 거다. 감독님과 이야기한 적은 없지만 처음에 국희는 한국에 돌아가고 싶어한다. 그런데 그 때부터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을 거다. 중간에 희준이 형한테 '형 한국 안 가고 싶어?'라고 한다. '왜 가냐, 여기서 이렇게 성공했는데'라고 말한다. 그 때 기억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싶더라. 초반에 도착했을 때의 국희와 성공하고 난 뒤의 심리가 그런 지점에서 달라졌을 것 같다. 만약 내가 태어난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에서 정착해 살고 있다면 국희처럼 충분히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았다"라고 설명했다.
국희의 '욕망'에 대해 송중기는 "왜 욕망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나 싶었다. 더 넓은 세상을 못 봐서 그런 것 같더라. 이미 거기에 안주해서 다른 세계를 가는 게 두려운 것도 있는 거다. 그 걸 다른 사람한테 말하면 약해보이니까 강한 척 하는 것 같았다. 그 욕망의 실체를 저는 감히 모르겠지만 배경인 콜롬비아가 아니라 어디가 됐든, 그 곳에 달라붙었고 자리를 잡았다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되는 거란 생각이 들었다. 특히 영화상에 설정된 환경이 극단적이기도 하고 경쟁이라고 하기엔 너무 악하다. 사람을 죽고 죽이는 것까지 나오니까. 그런 환경까지 처하면 시야가 좁아져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라고 말했다.
이어 "거기에다가 '밀수'라는 업계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만 보고 살기 때문에 다른 세계, 다른 세상에서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을 만난 적도 없고. 그런 생각을 한 이유는 저도 평소에 그런 생각이 많다. 저도 직업이 배우이지만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있는 사람들하고만 부대끼면 저도 시야가 좁아진다고 생각한다. 제가 그런 생각을 해서 그런지 시나리오 볼 때 많은 생각이 들었다"라며 "콜롬비아에 이민을 해서, 2000년도 전에 1997년 IMF 터지고 나서 그 시기에 그런 환경에서 정착을 한 사람이라면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시나리오를 정하는 데에 공감이 되기도 했다. 충분히 그럴 수 있겠더라. 좁은 사회에서 자기들끼리 치고박고 싸우는 것에 공감이 됐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송중기는 "아직도 저는 제가 시야가 넓다고 생각을 안 한다. 저도 부족한 것도 많고, 걱정도 많고, 단점도 많은 걸 안다. 그래서 작품을 선택할 때에도 결과적으로 잘 될지, 안 될지는 모르지만 고여있지 않으려고 한다. 도전을 하려고 한다. 안 해본 것들을"이라며 "'화란' 인터뷰할 때는 질문받을 때도 걱정 어린 시선을 느꼈다. '이런 걸 왜 했어요?'라고. 그런데 저는 제가 하고 싶은 것을 안 해봤던 것에 도전하는 것을 안 하면 고여있을까 봐 무섭기도 하다"라며 "차라리 안정적인 걸, 누가 봐도 뻔히 성공할 수 있는 걸 해서 얻는 재미도 있다. 그런데 또 이상하게 제가 변태적인 것 같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그런데 뭐가 하나 마음에 들어와서 당기는데 그걸 안 하면 약간 고여있을까 봐 궁금하다"라면서도 "비유를 하자면 유목민, 농경민 성향의 DNA가 둘 다 제게 있겠지만 심심한 걸 못 참는 것 같다. 고여있고 발전이 안 될까 봐 경계하는 성격이 센 것 같다. 그래서 저를 아는 친구들이나 가족들은 제가 새로운 작품을 할 때마다 놀라지도 않는다"라며 웃었다.
그런 송중기에가 가장 큰 희열을 준 도전은 언제였을까. 송중기는 "꽤 오래 전이다. 저는 이 직업을 선택했을 때가 꽤 늦은 나이였다. 대학교 다니다가 26세에 데뷔를 했다. 인터뷰를 하다가 제가 성균관대학교 동기도 만나게되는데 제가 워낙 늦게 데뷔한 걸 다들 아시더라. 그 것부터가 저는 선택이 도전이었다. 빠른 친구들은 사회 생활 시작했을 때 저는 군대도 안 가고 배우 하고 싶다고 보조출연으로 시작했다. 그 때도 저는 안정적인 걸 선택을 안 했다. 저희 어머니가 얼마나 마음 고생이 심하셨겠나. '이 자식이 공부시켜서 좋은 대학 보내놨더니 갑자기 배우한다고 하니', 안정적으로 하면 친구들이랑 언론고시 보고 그랬을 거다. 그런데 제 기질이 그랬던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배우를 시작하고 난 뒤에는 '뿌리 깊은 나무'를 선택했을 때가 도전이었다. 다들 왜 돌아서 가냐고 하더라. 그 때부터 너무 감사하게도 주인공 역할이 들어올 때였다. 그런데 '뿌리 깊은 나무'라는 드라마가 좋아서 했다. 스포트라이트를 다 받는 주인공이 무조건 좋다는 게 아니라는 느낌을 그 때 받았다. 채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부족하지만, 경력이 쌓여도 나답게 선택하고 접근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뿌리 깊은 나무'를 제안해주신 그 당시 프로듀서님이 지금 제 대표님이다. 그래서 대표님이 '화란'을 선택했을 때도 '너 할 줄 알았어'라고 하시더라. 신기했다"라고 밝혔다.
독립영화 '화란'에 개런티를 안 받고 출연했던 경험,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에 대한 도전, 본격 상업 영화 '보고타'로 성적을 증명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자리했다. 송중기는 "그건 당연히 있다. 기본값이다. 저희 제작비가 정확히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제작비가 100억 원이라고 치면, 그게 제 돈이면 신경 안 써도 된다. 손해도 내가 보는 거니까. 그런데 다른 분들이 투자해준 돈을 주인공이라고 각오해야 한다. 그걸 신경 안 쓰고 개인적인 욕망만 담아서 하면 굉장히 무책임하다. 그러면 이 산업에서 영향력 있는 역할을 맡으면 안 된다. 남의 돈을 투자 받아서 관객 분들에게 '예쁘게 봐주세요'라고 소개를 하는 게 주인공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기본값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 저희 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나쁜 짓도 하면 안 되고 해가 되는 행동을 하면 안 된다. 책임감 있게 행동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안 하면 주인공을 하면 안 된다. 그 성적은 너무 내고 싶고, 항상 내고 싶다. 결과가 예상대로 안 되는 게 속상하지만, 너무너무 성적을 내고 싶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처럼 계속 도전하는 송중기, 아직도 보여주고 싶고 도전하고 싶은 얼굴이 있을까. 그는 "제 생각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렇게 생가각한다. 새로운 얼굴이 결국 장르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장르'에 욕심이 많다. 안 해본 장르. 내가 안해본 캐릭터를 하는 것보다 더 크다. 왜냐하면 결국 캐릭터만 보고 고르지 않는다. 제 캐릭터가 덜 보여도 장르가 새로우면 하는 편이다. 그런 욕심은 새로운 장르를 찾는 것에서 해소한다. 문제는 그게 좋은 성적과 연결이 되면 너무 좋다. 저도 투자자 분들께 덜 미안하고 배우로서 자존심도 있다. 그런데 관객 분들께, 팬 분들께, 대중 분들께 예뻐 보이고 싶다. 그게 나쁜 건 아니지 않나"라고 했다.
그는 유독 '빈센조', '재벌집 막내아들'과 같은 드라마와 '화란', '로기완' 등 영화 성적이 판이하게 다른 점에 대해서도 "기사도 봤다. 영화 성적이 안 좋다고 느껴지는 것도 드라마가 터진 게 많다고들 하시더라. 그런데 사실 많지도 않다. 드라마가. 그래서 더더욱 욕심 난다. 영화에서도 더더욱 성적을 잘 내고 싶다. 그래서 영화 하시는 분들이 BEP 이야기를 많이 하시는 게 중요하다. 제가 투자자면 더 열심히 할 것 같다. 그건 당연한 얘기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배우 입장에서 이야기하자면 저도 너무 예쁨을 받고 싶다"라고 했다.
이에 송중기는 '보고타' 홍보 차 10년 만에 TV쇼로 JTBC 예능 '냉장고를 부탁해'에 게스트로 출연하는 것에 대해서도 "오랜만에 극장에 개봉하는 영화로 인사를 드리다 보니까 제 책임감을 다 하는 일환이다. 해야 하고, 또 저도 개인적으로 장점도 단점도 있는 영화인 걸 안다. 제가 사랑하는 제 영화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예쁘게 봐달라고 인사드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 얼마나 저희 제작진이 코로나19를 지나면서, 그 시기를 보내면서 서로 다들 배려하면서 여기까지 온 걸 알기 때문에 저도 조금 더 책임감이 커진 것 같다. 제가 뛰어야 하는 게 맞다. 권해효 형이나 김종수 형이 뛰는 것보다 제가 뛰어야 화제가 되는 게 맞다"라고 했다.
촬영 자체는 '보고타'가 가장 먼저였지만 '빈센조', '재벌집 막내아들', '화란', '로기완' 등의 작품을 먼저 선보이게 된 상황. '보고타' 안에 따지고 보면 '빈센조', '재벌집', '화란', '로기완' 속 송중기의 모습이 등장하는 부담도 있었다. "무조건 제 모습이 그 안에 다 있다"라고 말한 송중기는 "'보고타'를 만나서 제가 너무 사랑하는 '빈센조'를 만날 수 있었다. '보고타'를 촬영하고 코로나19가 터져서 촬영이 중지가 됐다. 그 때 만난 게 '빈센조'다. 그 때 저랑 같이 작품을 했던 PD가 '빈센조'를 준비하고 있었다. '중기 형 코로나 때문에 촬영 중지됐는데 우리 대본이나 드려볼까요?' 하면서 만나게 됐다. 제가 너무 사랑하는 작품들이 만날 인연이었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고타'가 아니었으면 '빈센조'도, 그 인연들도 못 만났을 거다. 진짜 감사한 인연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송중기는 "봤던 모습을 또 보시는 것에 대한 걱정 우려도 분명히 있다. '쟤 봤던 건데', 기시감이 든다는 말을 들을까 봐 걱정도 된다. 그렇게 보시는 분들이 있다면 너무나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고이면 안 되니까 새로운 것도 또 해봐야 하는 것 같다. 맞닥뜨리고 새로운 도전을 해야하지 않겠나. 고여있을 게 너무 무서워서 안 할 수는 없다"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그는 "롤모델 삼아 이야기를 하자면 저는 브래드 피트를 좋아한다. 그 배우가 좋아서 작품을 보진 않는데 좋아하는 작품에 그 배우가 있더라. 예전에 브래드 피트가 '트루 로맨스'에 단역으로 나오고 '델마와 루이스'에도 나오고 주인공이 되면서 전 세계가 다 아는 배우가 됐지만 그 분의 필모그래피를 보면서 다양한 작품이 되게 많고, 크고 가리지 않고 하는 것들이 자신감 있어 보이고 좋더라. 역할에 크고 작음 없는 선택들이. 당장은 성적도 챙겨야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그게 첫 번째는 또 아닐 수도 있다. 그 와중에 당연히 다 해야 할 건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안 해본 것들을 선택하는 경험을 하고 싶다. 그게 굳이 영감이라면 영감이다"라고 밝혔다.
시작부터 남달랐던 배우로서의 도전들을 거쳐, 송중기는 두 아이의 아빠로도 '보고타'를 만나게 됐다. 작품을 준비하며 열렬하게 공부했던 스페인어에 대해서도 그는 "스페인어는 일상에서는 와이프랑 나누고 있다"라고 담담하게 말하며 "아기 키우는 분들도 아시겠지만 언젠가 제 아이가 저보다 스페인어를 잘 할 때가 있을 거다. 영어가 됐든. 제가 뒤처지면 안 되지 않겠나. 의사소통이 안 되면 안되니까"라며 웃었다.
실제 송중기는 지난해 과거 배우로 활동했던 영국인 케이티 루이스 사운더스와 재혼했다. 그는 같은 해 아내의 고향인 이탈리아 로마에서 첫째 아들을 만났다. 최근에는 케이티가 둘째 딸까지 낳으며 1남 1녀, 두 아이의 다복한 가정을 꾸리게 됐다. 더욱이 케이티의 모친이 콜롬비아 출신인 바. 송중기는 '보고타' 제작발표회부터 이를 발히며 로케이션 촬영지인 콜롬비아와 작품에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에 케이티와도 '보고타' 촬영 당시 만나게 됐냐는 질문이 나왔으나, 송중기는 "저희 둘 얘기인게 아내한테 물어봐야 할 것 같다"라며 신중하게 배우자를 배려하며 말을 아꼈다.
그런 송중기도 아이 자랑은 참을 수 없었다. 실제 인형처럼 귀여운 둘째 딸 사진을 취재진에 보여주며 자랑한 송중기는 "어쩔 수 없다. '딸바보'가 되는 것 같다. 주책이다. 죄송하다"라면서도 "둘째 딸은 다르다. 그 갓난아기가 뭐가 다르다고 첫째 아들 때와 다르게 폭 안기는 것 같더라"라며 놀라움을 표했다.
아빠로서 송중기의 각오가 여상하지 않을 정도로 '보고타' 측 또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데 이어 편집을 통한 보완까지 거쳐 관객들을 찾아간다. 이에송중기는 "자세히는 모르지만 감독님이 오랫동안 후반작업을 하시면서 음악을 많이 바꾸신 것 같더라. 말도 마시라 이 버전, 저 버전 다양하게 하셨다"라고 혀를 내둘렀고, "국희 서사에서 아버지 이야기가 들어갔다고 들었다. 살짝, 한 꼬집. 그게 부산 때랑 차이점이 아닐까 싶다. 뭐가 바뀐 것 같은데 정확히는 모르겠더라. 아직 여쭤보진 않았다. 그런데 이희준 형은 '뭔지 모르겟지만 부산 때보다 밀도가 생긴 것 같다'고 하더라. 저는 조금 더 생기면 좋긴 하겠더라. 박지환 형은 부산 때 못 봤는데 이번에 보고 되게 좋아하더라"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두 아이 아빠가 된 송중기, 그가 오랜만에 흥행 시험대에 오른 상업영화 '보고타'로 염원하던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오는 31일 개봉하는 '보고타'의 성적표에 배우 송중기의 또 다른 도전이 좌우될 전망이다.
/ monamie@osen.co.kr
[사진] 하이지음스튜디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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