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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사설] 내년 수출 온통 빨간불…언제까지 정쟁만 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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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수출 전망이 심상치 않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와 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2025년 수출은 올해 대비 1%대의 증가율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반도체와 자동차를 비롯한 주요 업종의 수출 여건이 악화되면서 한국 경제의 핵심 축인 수출이 흔들리는 모양새다. 반도체 업황의 부진, 중국과의 경쟁 심화, 글로벌 경기침체가 주요 원인으로 자칫 한국경제 성장 동력이 꺼질 수도 있다.

한경협이 12대 수출 주력 업종 150개 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2025년 수출 전망 조사’를 보면 내년 수출은 올해 대비 1.4%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들어 11월까지 수출은 8.3%(1~11월 기준) 증가했지만, 내년엔 수출 증가율이 1%대로 주저 앉는다는 얘기다. 산업연구원이 국내 주요 업종별 전문가 1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베이 지수(PSI) 조사 결과도 암울하다. 내년 1월 제조업 수출 전망지수가 76에 그치며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2025년 1분기(1~3월)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도 4개 분기 만에 기준치(100)아래인 96.1로 떨어졌다.

내년 수출 전망이 암울한 가장 큰 이유는 반도체다. 올해 반도체 수출은 1390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해 전체 수출의 20%가량을 담당했다. 그런데 내년은 사정이 달라진다. 중국의 구형 반도체 시장 잠식이 커지고 미국의 대중 제재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출길이 막히는 등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반도체 뿐 만 아니라 산업 전반이 밝은 데가 없다. 철강 수출은 3~5% 감소하고 자동차 수출은 0~2% 성장에 그친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미국의 관세 정책 등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어두운 터널로 진입한 형국이다.

올해 한국 경제는 수출로 버텨왔다. 올해 3분기까지 경제성장률 2.33% 중 2.3%가 수출 몫이다. 수출의 경제성장 기여율이 98.6%에 이른다는 뜻이다. 그런데 수출이 내년에 1%대의 증가율에 그치는 비상한 상황을 맞게 된다. 수출 둔화가 장기화하면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와 고용 불안정, 경기 침체 등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내수 부진까지 더해 저성장 국면을 가속화한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여야가 힘을 합쳐 수출 경착륙을 차단할 안전판을 마련해도 모자랄 판에 여야정협의체를 어떻게 구성할지 정치적 셈 뿐이니 답답하다. 기로에 선 한국 경제의 숙제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반도체 수출 의존도와 미국 중국에 치우친 수출 구조를 바꾸는 게 과제다. 시장다변화와 경쟁력 있는 수출 품목 개발이 시급하다.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기술 혁신을 뒷받침할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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