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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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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투란도트’ 3000석… 연말 대목 찬물 끼얹는 잇단 공연 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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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어게인 2024 투란도트' 개막 공연 아수라장
겹치기 출연 배우 최재림 컨디션 난조에
대형 뮤지컬 줄줄이 캐스팅 변경
한국일보

22일 오페라 '어게인 2024 투란도트' 출연진이 공연을 마치고 무대 인사를 하고 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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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공연장) 안에 계신 관객이 (여러분보다) 더 많지 않습니까."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입장 못 한 상태로 공연을 시작한다는 건가요?"

세계적 성악가를 한데 모은 초호화 캐스팅으로 화제가 된 오페라 '어게인 2024 투란도트'가 개막한 2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D홀 로비. 개막 예정 시간에서 20분 넘게 흘렀지만 막을 올리지 못한 채 티켓 부스 앞은 고성이 오가는 아수라장이 됐다. 제작사 2024투란도트 문화산업전문회사의 박현준 총예술감독이 황급히 공연장 문을 닫고 공연을 시작하려 하자 그 시간까지 티켓을 수령하지 못한 관객들이 거세게 항의했다. 이날 오전 연출가 다비데 리버모어가 프로덕션과의 결별 사실을 알리며 제작사와 스태프 간 불통이 드러난 데 이어 실무적 운영 과정의 문제점도 노출한 것이다.

공연계 대목인 연말이지만 곳곳에서 파행이 빚어지며 성수기를 맞아 기대감에 차 있던 공연계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어게인 2024 투란도트’는 개막일부터 혼란이 발생했고, 뮤지컬계에선 해묵은 겹치기 출연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투란도트' 연출자 공연 개막일에 하차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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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어게인 2024 투란도트'에서 예매한 좌석이 사라져 자리를 바꿔야 하는 관객들이 순서를 기다리며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이들 대다수는 공연 예정 시간을 훌쩍 넘겨서도 정확한 좌석의 티켓을 받지 못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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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0회로 예정된 오페라 '어게인 2024 투란도트'의 첫 공연이 열린 이날 코엑스D홀 로비는 티켓 교환을 기다리다 분통을 터뜨린 관객들로 북적였다.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를 통해 티켓을 예매한 30대 관객은 "G구역 20열 자리를 예매했는데 공연장에 들어가 보니 G구역은 19열까지만 놓여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객은 "7열을 예매했는데 21열로 적힌 티켓을 받았고 '업그레이드'를 받으라고 해 기다리는 중"이라며 "처음부터 좌석이 부족하다고 했으면 기다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주최 측은 개막 시간을 넘기고도 대기 인원이 좀처럼 줄지 않자 "환불하고 다른 날 공연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며 관객을 로비에 남겨둔 채 공연을 시작하려 해 화를 돋웠다. 항의가 계속되자 "오늘 공연은 티켓 없이 입장해 아무데서나 봐도 된다"고도 했다.

문제의 발단은 제작사가 개막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객석 레이아웃을 변경한 것. 애초 6,800석 규모의 대형 공연을 표방했던 공연은 티켓 판매가 저조하자 좌석 규모를 4,000석 미만으로 줄이면서 좌석 배치도 달라졌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 예매 관객의 지정 좌석이 사라졌고, 이를 사전 공지 없이 "좌석 업그레이드"라는 설명으로 현장 기획사 부스에서 교환하도록 조치했다. 이 때문에 초대 티켓을 받으려는 인파와 예매 사이트 부스에서 티켓을 수령하고도 좌석을 바꿔야 하는 이들이 기획사 부스에 대거 몰리면서 개막 시간 이후까지 긴 줄이 이어졌다. 박현준 총예술감독은 "빈자리가 많아 보일 수 있어 객석을 보다 무대 가까이로 옮기려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계엄 정국으로 무더기 취소표가 나와 좌석을 조정했으나 예매 사이트에 반영되지 않아 기존 좌석 배치도에 있는 좌석을 구매한 분들이 꽤 있었다"고 설명했다.

공연은 우여곡절 끝에 3막까지 마쳤지만 앞서 이날 오전 이번 공연 연출가인 리버모어는 프로덕션과의 결별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배포해 공연 파행이 예고됐다. 리버모어는 제작사가 2003년 '투란도트' 연출가였던 장이머우 감독 버전을 모방할 것을 강요했다며 "수준 낮은 프로덕션에 내 이름을 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제작사는 "연출 업무는 하지 않고 개런티만 요구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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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어게인 2024 투란도트' 예매 티켓을 받지 못한 관객들이 2024투란도트 문화산업전문회사의 박현준 총예술감독에게 항의하고 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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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림 건강 이상에 도미노 캐스팅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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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라노'의 최재림과 이지수. RG컴퍼니·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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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기 뮤지컬계에서는 여러 작품에 중복 출연 중인 배우 최재림의 컨디션 난조로 공연 중도 취소 사태가 벌어졌고, 대형 뮤지컬 캐스팅이 연쇄적으로 변경됐다. 최재림은 지난 20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뮤지컬 '시라노' 낮 공연을 2막 전 급하게 취소한 데 이어 21일 '킹키부츠' 성남 공연에도 출연하지 못해 함께 롤라 역을 맡은 강홍석이 대신했다. 22일 열린 '시카고' 부산 공연은 최재림을 대신해 박건형이 빌리 플린 역을 맡았다. 최재림은 이 세 작품뿐 아니라 내년 3월부터는 '지킬앤하이드'에도 합류한다.

겹치기 출연의 폐해는 비단 최재림만의 문제가 아니어서 뮤지컬계의 안이한 캐스팅 관행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차별화되지 않은 대형 뮤지컬 양산으로 배우가 중요한 관람 선택 기준이 됐고, 한 배역에 여러 배우를 캐스팅하는 '멀티 캐스팅'이 보편화됐다. 이 때문에 '겹치기' '삼치기(세 작품에 동시 출연)'가 확산해 배우 한 명의 컨디션 난조는 도미노처럼 여러 작품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결국 배우들의 무리한 스케줄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관객의 몫이다. 앞서 지난 10월 '킹키부츠'와 '알라딘'의 주역 배우 서경수가 발목 골절 부상을 입으면서 최재림과 강홍석의 '킹키부츠' 출연 회차가 늘었다. 또 강홍석의 늘어난 '킹키부츠' 회차가 '알라딘' 출연일과 맞물리면서 '알라딘' 지니 역이 함께 캐스팅된 정원영으로 교체되기도 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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