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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김동원의 이코노믹스] 초격차 유지 위한 개혁 필요…반도체특별법 제정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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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피크 아웃’ 전조와 한국 경제 파장



중앙일보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7월 8일 8만8600원을 정점으로 11월 14일 연중 최저치인 4만9900원(44% 하락)을 기록한 뒤 지난 20일 5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중 최고가 대비 40% 하락했다. 이 과정에서 521만명에 달하는 주주의 투자자산 205조원이 사라졌다.

올해 3분기 말 현재 삼성전자의 차입금 비율(총차입금/총자본)은 4%에 불과할 정도로 건전하다. 그러나 주가 급락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69에서 0.96으로 하락했다. 이러한 삼성전자의 급격한 주가 하락은 외국인 매도에 의해 주도됐다. 같은 기간 외국인 지분율은 56%에서 51%로 감소했다.



삼전 주가, 최고 대비 40% 하락

외국인 지분율 56→51%로 감소

법인세 줄며 정부 재정에도 충격

국가 연구개발 역량 위축될 수도

국내 정치 상황도 부정적 영향

‘애니콜 화형식’ 같은 개혁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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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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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한국 최대기업인 만큼 주가 급락은 증권시장을 넘어서 국민경제적으로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삼성전자의 주가 급락은 성장의 정점을 지난 후퇴 경로, 소위 ‘피크 아웃’(Pick-out)에 들어선 한국 경제의 모습을 확인시켜 국민에게 ‘피크 아웃 증후군’을 안겨 주고 있다. 과연 삼성전자는 ‘피크 아웃’할 것인가. 아니면 한국 경제의 성장 침체를 반전시키는 버팀목 국민기업으로 거듭날 것인가.

소니와 인텔의 선례와 교훈

소니(Sony)의 주가는 2000년 2월 18일 5930엔으로 역사적 고점을 기록하고 4개월 뒤인 6월 16일 1932엔으로 67% 하락했다. 이후 13년간 부진을 면치 못해 2012년 11월 8일 167엔으로 최고가에서 94% 하락했으며, 이 과정에서 소니의 시가총액은 2000년 9월 1000억 달러에서 2011년 12월 180억 달러로 감소했다. 소니 주가는 소니의 부활과 함께 반등해 2021년 2000엔, 올해 11월 말 3000엔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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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한편 인텔(Intel)은 2000년 8월 23일 75.8달러로 최고가를 기록한 후 10월 11일 35달러로 53% 하락했으며, 2002년 10월 8일 13달러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후 2021년 4월 9일 68달러까지 회복했으나 2024년 내림세를 계속해 지난 12월 20일 19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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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소니와 인텔의 사례는 삼성전자의 주가 급락 사태를 심각하게 주목해야 할 이유를 보여준다. 두 기업은 각각 일본과 미국의 전자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이었으나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이후 지금까지도 2000년 초의 고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쇠락하고 있다. 이는 초일류 기업이라 하더라도 피크 아웃이 쇠퇴의 경로로 직결될 위험이 크다는 뼈 아픈 교훈을 시사하고 있다. 소니와 인텔의 침몰엔 각각 일본과 미국의 제조업의 후퇴를 상징한다는 의미도 있다.

이들 피크 아웃 기업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술과 산업 트랜드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데 실패했다. 둘째, 미래 지향적인 연구·개발(R&D)을 소홀히 함으로써 선두기업으로서 기술 집중력을 상실했다. 셋째, 이러한 전략적 실패의 원인으로 과거의 성공 신화의 허상과 조직의 공룡화로 인한 정보의 비효율성 및 인적 쇄신의 지연 등이 지적됐다.

삼성전자 ‘초격차’ 신화의 위기

삼성전자는 2019년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통해 133조원의 투자로 2030년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를 달성한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또한 2023년 경계현 사장은 5년 안으로 파운드리 세계 1위인 대만의 TSMC를 추월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2024년 3분기까지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DS)의 영업이익은 12조2000억원으로 SK하이닉스의 15조3000억원에도 뒤졌다. 그 결과 1993년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를 기록한 이후 최대의 위기에 직면했으며, 삼성전자의 ‘초격차’ 신화도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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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그 원인은 다음 3가지에 있다. 첫째, 2023년부터 시작된 엔비디아(Nvidia) 주도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 적기 대응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2019년 당시 개발 비용 부담은 큰 반면에 수익성이 낮았던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팀을 거의 해체했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2024년 급성장하는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선두를 빼앗겼을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도 엔비디아의 HBM 품질 검사 승인을 획득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 삼성전자가 자랑해 왔던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은 수율 문제로 인해 파운드리에서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파운드리 사업에서 삼성전자의 세계 점유율은 2019년 1분기 19.1%에서 2024년 3분기 9.3%로 대폭 하락했다. 셋째, 반도체 산업이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되고 AI 반도체 시장이 급성장하는 구조 변화가 진행되는 결정적인 시기에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는 이재용 회장이 4년간에 걸친 사법 리스크에 휩싸이며 위험 도전보다 관리 강화에 치중하는 전략적 혼란을 겪었다.

삼성전자의 주가 급락은 삼성전자의 피크 아웃 전조인 동시에 한국 경제의 성장 회복력 상실을 예고하는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한국 경제의 성장률은 2011~18년 평균 3.18%, 코로나 기간인 2019~22년 평균 2.25%을 기록했다. 2023~26년 평균은 1.97%(한국은행 추정치)로 추정된다. 따라서 한국 경제는 이미 성장률 1%대에 진입했다.

삼성전자의 ‘피크 아웃’이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가 법인세 총액에서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비중 감소다. 2022년 10.5%였던 비중은 반도체 경기 침체로 2023년 5.5%로 하락하면서 정부 재정에 상당한 충격을 줬다. 삼성전자는 우리나라 기업 총매출에서 2022년 9.3%, 2023년 8.1%, 수출 비중은 2022년 21.5%, 2023년 18%를 차지했다. 특히 연구 개발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34%, 2023년 35%를 차지함으로써 한국 경제의 역동성을 유지하는 데 절대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삼성전자의 피크 아웃이 본격화한다면 대한민국의 연구 개발 역량이 크게 위축되고 이에 따라 경제의 역동성 손상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 부활 관건은 HBM4 생산

최근 TSMC 창업자 모리스 창은 삼성전자는 기술상 문제를 안고 있으며, 한국의 정치 상황이 삼성의 반도체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부정할 수 없는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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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삼성전자는 1995년 휴대전화 사업이 품질 문제로 위기를 맞았을 때, 당시 이건희 선대회장이 15만대의 휴대폰을 불태우는 ‘애니콜 화형식’으로 결연하게 대처하고 갤럭시 휴대전화를 개발해 세계 1위로 도약한 역사가 있다. 이번에도 삼성전자의 부활 가능성을 부정하는 것은 섣부른 생각이다. 올해 3분기 말 현재 삼성전자의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은 41.1%로 여전히 선두를 유지하고 있으며,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은 2023년 10.9%로 초격차의 역량을 가지고 있다. 조직 문화와 기술적 문제에 대한 일대 수술도 속도감 있게 단행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피크 아웃’ 탈출의 관건은 파운드리의 수율 향상 속도와 HBM4 생산에 있다. 최근 파운드리에서 4나노미터 공정 수율이 70% 수준으로 향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1c D램 양산 설비를 내년 2월부터 설치해 하반기부터 HBM4(6세대)를 양산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경쟁기업인 SK하이닉스 역시 HBM 시장의 선두를 지키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인 만큼 HBM4가 또 한번 삼성전자의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경쟁력 강화 위한 여건 조성 절실

중앙일보

신재민 기자


대만에서 ‘호국신산(護國神山)’으로 칭송받는 TSMC의 매출은 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2023년 9.2%를 차지한다. 삼성전자의 매출은 한국 GDP 대비 2023년 10.8%로 TSMC보다 높다. 한국 경제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대내적으로 각종 규제와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 상황은 한국 경제와 삼성전자 공히 절체절명의 비상상황에 처해 있고, 삼성전자의 피크 아웃 탈출 여부는 한국 경제의 하강 속도와 양상을 결정하는 데 중요하다. 그런 만큼 삼성전자는 이건희 선대회장의 ‘애니콜 화형식’에 버금가는 보다 근본적인 개혁으로 피크 아웃을 극복함으로써 한국 경제의 하강을 억제하는 버팀목의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한 정책적 뒷받침도 절실하다. 최근 한국공학한림원이 지적한 바와 같이 위기에 직면한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반도체특별법과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의 제정, R&D를 방해하는 주 52시간 근로 규제의 완화 등 산업경쟁력 강화 여건을 국가 차원에서 적극 조성해야 한다.

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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