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가 나토 회원국에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5%로 증액하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매체는 트럼프의 최측근 외교정책 보좌관들이 이달 유럽 고위 관리들과의 회담에서 이미 트럼프의 의중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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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미국을 포함한 나토 회원국은 2014년 GDP 대비 2% 방위비 지출에 합의한 바 있다. 트럼프의 이번 요구는 당시 합의의 두 배가 넘는다. 또 트럼프가 지난 대선 기간 거론했던 '방위비 3%'에도 크게 웃돈다.
현재 나토 회원국 32개국의 방위비 지출은 GDP 대비 평균 2.71%다. 아직 2%에도 미치지 못하는 나라는 캐나다·벨기에·스페인 등 8개국이다. 3%를 넘긴 나라는 미국을 제외하면 폴란드·에스토니아·라트비아·그리스 4개국뿐이다.
미국의 방위비 역시 5%에 못 미친다. 하지만 미국은 금액 기준 나토 회원국 중 최대 방위비 지출국으로, 올해 나토 방위비 총액의 약 3분의 2에 해당하는 9670억 달러(약 1401조 원)을 지불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유럽 국가 중 방위비를 가장 많이 쓴 곳은 독일(977억 달러, 약 141조원)·영국(821억 달러, 약 119조원)·프랑스(643억 달러, 약 93조원)·폴란드(349억 달러, 약 50조원) 순이다.
트럼프는 지난 8월 나토 회원국들을 향해 "수년간 GDP 2%에도 못 미치는 방위비로 미군의 부담을 늘렸다"며 "세기의 도둑질"이라 비난했다. 또 나토 회원국이 계속해서 방위비 분담에 불공정한 태도를 보이면 미국은 나토를 탈퇴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
FT는 트럼프의 이번 방위비 증액 요구는 추후 유럽과의 통상 협정에서 미국에 유리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계획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일단 엄청난 금액을 제시해 나토 회원국을 일시적으로 충격에 빠뜨린 뒤 협상 과정에서 조건부로 이를 완화하며 미국에 더 유리한 통상 요건을 요구할 것이란 의미다.
한 유럽 관리는 트럼프가 최종적으로 3.5% 증액에 동의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내년 6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나토 정상회의가 열리면 이 자리에서 방위비 인상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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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파나마운하 미국 반환" 위협도
이날 트럼프는 중남미의 동맹국인 파나마를 향해 "파나마운하의 미국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미국 해군과 상무부에 파나마가 부과하는 수수료는 터무니없으며, 이같은 바가지요금은 즉시 중단돼야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이어 파나마가 운하를 효율적이고 신뢰할 수 있게 운영할 수 없다면 "미국은 운하의 완전한 반환을 요구하겠다"고 덧붙였다. 로이터는 "미국 지도자가 주권 국가에 영토를 넘기도록 강요할 수 있다고 말한 매우 드문 예"라고 전했다.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컨테이너선.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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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에 대한 트럼프의 전방위 압박은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 10월 한국을 '머니 머신'이라 부르며 연 100억 달러(약 14조원)의 방위비를 요구한 바 있다. 이는 지난 10월 타결된 제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 따른 한국의 2026년 방위비 분담금보다 9배 이상 많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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