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부자, 전체 인구의 0.9%… 전체 가계의 60% 보유

우리나라 인구의 0.9%에 해당하는 부자가 전체 가계 금융자산의 약 60%를 보유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들은 단기적으로는 주식, 중장기적으로는 거주용 주택에서 고수익을 기대한다고 응답했다.

/KB금융지주

22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4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인 ‘부자’는 모두 46만1000명, 전체 인구의 0.9%로 추산된다. 부자 수가 2022년보다 1.0% 늘었지만, 증가율은 부자 수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가장 낮았다.

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총인구와 경제활동인구 감소 등의 영향으로 한국 부자 수의 정체나 감소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이들의 금융자산 총합은 2826조원으로 전년 대비 2.9% 늘었다. 한국 전체 가계의 총금융자산 규모(4822조원)의 58.6%에 해당한다. 이중 보유 금융자산이 10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인 고액 자산가는 2만9000명(6.3%), 300억원 이상인 ‘초고액자산가’는 1만1000명(2.2%)에 달했다.

올해 7∼9월 부자 400명 면접조사 결과 이들은 자산의 90% 이상을 부동산과 금융자산에 투자했다. 부동산에 절반이 넘는 55.4%, 금융자산은 38.9%로 집계됐다. 부동산의 경우 금리 상승에 따른 가격 하락으로 인해 2023년 56.2% 보다는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투자 성향에선 하이리스크·하이리턴 성향이 두드러졌다. ‘적극투자형’과 ‘공격투자형’의 합은 올해 20.1%로 1년 전보다 0.1%포인트(p) 늘었다. 반대로 ‘안정형’과 ‘안정추구형’의 합은 51.6%에서 44.3%로 급감했다. 그만큼 1년 새 부자들의 안정 지향적 투자 성향이 약해졌다는 뜻이다.

/조선DB

1년간 금융투자 성과에 대해선 “수익을 냈다”고 답한 비율이 32.3%에 이르렀다. 지난해(20.3%)보다 11.9%p나 높은 수준이다. 연구소는 “작년 말 가파른 코스피 지수 상승으로 올해 초 차익 실현이 활발했던 분위기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반대로 “손실을 봤다”는 비율은 16.3%에서 8.6%로 낮아졌다.

금융 투자 상품별 수익 경험률은 주식(32.5%)이 가장 높았고, 이어 펀드(9.0%)·만기환급형 보험(7.3%)·채권(6.5%) 등의 순이었다. 주식에 투자하는 부자들은 평균적으로 국내 주식 6.1개, 해외 주식 4.2개 종목에 투자하고 있었다.

부자들은 향후 1년 이내 단기에 고수익이 예상되는 투자 대상으로도 주식(35.5%)을 가장 많이 지목했다. 금·보석(33.5%), 거주용 주택(32.5%), 거주용 외 주택(31.3%), 빌딩·상가(21.3%) 등이 뒤를 이었다. 3∼5년 중장기 투자에서 높은 수익률이 기대되는 유망 투자처로는 거주용 주택(35.8%), 주식(35.5%), 거주용 외 주택(32.3%), 금·보석(30.3%) 등이 꼽혔다.

부자의 60.8%가 현금·예적금(복수 응답 53.9%), 거주용 부동산(44.0%), 거주용 외 부동산(35.4%) 등을 상속·증여받은 적이 있었고, 24.5%가 배우자나 자녀에게 이미 현금·예적금(54.6%), 거주용 부동산(48.5%) 등을 증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가운데 75.5%는 ‘3년 이상’ 해외자산에 투자 중이었다. 선호하는 해외 투자 상품은 해외 주식(47.5%), 외화 예적금·보험·펀드(37.3%), 해외 채권(12.3%) 등이었다.

‘한국 부자의 대체투자자산 전망’ 부분에서 한국 부자의 83.2%는 대체자산 투자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한국 부자가 선호하는 대체자산 1순위는 압도적인 투자 경험(77.8%)과 가장 높은 미래 투자 의향(38.0%)을 나타낸 ‘금·보석’으로 확인됐다.

그 밖에 예술품은 투자 의향 이유 1위로 현재 최선의 투자처로 관심을 받고 있었으며, 가상자산은 디지털 금으로서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고 있었다. 비상장주식에 투자 의향이 있는 부자는 ‘절세 혜택’(55.0%)을 투자 이유 1위로 꼽았다.

오은선 기자(ons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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